지구 열탕화 시대, 그리고 물 문제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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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2024년 7월 2일 '생태전환을 위한 생명의강 심포지엄'   기후 열대화 시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 물 정책을 중심으로 



강찬수입니다.

지금 밖에는 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장맛비를 뚫고 여기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자리를 빛내주시는 엄명숙 먹는물네트워크 이사장님, 반갑습니다.

주제발표하실 최동진 소장님, 김원 박사님, 이현정 위원님, 그리고 토론 좌장을 맡아주신 백경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홍상 이사장님, 독고석 교수님, 전만식 위원님, 임희자 위원장님, 이경호 사무처장님께도 좋은 토론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행사를 준비하시느라 그동안 애쓰신 먹는물네트워크, 물개혁포럼, 그리고 환경운동연합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후변화는 지금 global warming, 즉 지구온난화를 넘어 이제 global boiling 즉 지구열대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구 열탕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번 여름 북반구는 절절 끓고 있습니다.

북반구 여기저기에서는 폭염으로 최고기온이 50도를 오르내리고 있고, 온열질환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 사이 12개월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63도나 높았습니다.

파리 기후협정이 정한 마지노선 1.5도를 넘어선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후위기입니다.


기후위기는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일으킵니다.

열역학에서 클라우시우스-클라페이론 방정식(Clausius-Clapeyron equation)이란 게 있습니다.

이 방정식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르면 대기 중 수증기는 7% 늘어납니다.

더 많은 수증기가 대기 중에 떠다니다 어느 곳에 갑작스럽게 퍼부으면 폭우, 홍수가 됩니다.

기온이 오르면, 토양 수분이 더 많이 증발돼 가뭄이 일어납니다.

홍수에서 가뭄으로, 가뭄에서 홍수로 급변하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장마와 태풍의 모습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장마는 언제 시작될지, 강수량이 얼마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장마가 아예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태풍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더 북쪽에서 생기고 더 북쪽까지 이동합니다.

더 느리게 이동하면서 더 많은 비를 퍼붓게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물의 순환을 헝클어 놓고 예측할 수 없게 만듭니다.

물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는 도시,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는 더욱 위험해집니다.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기 힘들어집니다.

물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과연 댐을 짓고, 보를 쌓고, 제방을 높이고, 준설하는 기존 접근 방식만으로 이런 위험을 모두 다 막아낼 수 있을까요?

 

기후변화는 남세균 성장을 부추기고 녹조를 악화시킵니다.

독성 조류의 번성은 수돗물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녹조를 유발하는 4대강의 16개 보는 이명박 정권이 주장했던 대로 기후변화 대응에 과연 도움이 될까요?

보는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홍수 위험을 가중시킵니다.

취수구 위치를 개선하지 않아 보에 가둔 물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은 보 수문을 여는 대신 태호(타이후)에서, 미국 플로리다 오키초비 호수에서 녹조 억제 기술을 배우겠다고 합니다.

지난 4월 25일 국립환경과학원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여기에 참석한 중국 연구진은 “녹조가 심한 태호(타이후)의 수질 개선을 위해 연간 8억~9억톤의 양쯔강 물을 태호에 넣는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렇다고 쉽게 녹조가 해결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멀쩡한 강을 호수로 만들고, 녹조가 발생하자 호수 수질개선책을 동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엉터리 같은 녹조제거선을 띄우겠다고 합니다.

수문을 열어 다시 흐르게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말입니다.

 

중국은 남부 양쯔강 수계의 물을 북쪽 황허로 끌어올리는 중국의 남수북조 사업을 진행했고, 우리 소양호의 13배가 넘는 물을 가두는 샨샤댐을 건설했습니다.

거기에 과연 긍정적인 면만 있었을까요?

 

유럽연합(EU)이 발표한 ‘2030 생물다양성 전략’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2030년까지 최소 2만5000km의 강과 하천을 자유롭게 흐르도록 복원하겠다는 것입니다.

물 흐름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고 홍수터와 습지를 복원하는 일입니다.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강을 가로막은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은 결과가 아닐까요.

 

기후변화는 물과 관련해 많은 문제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그 고민을 나누고 답을 찾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많은 분들이 함께하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답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답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답이 어디쯤, 어느 쪽에 있는지 알게 된다면, 우리는 희망을 붙들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주제 발표하시고, 토론하시는 전문가분들께 깊은 지혜를 청합니다.

다시 한번 오늘 참석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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