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세계의 풍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교란 때문이다. 지질학적 과거의 환경 격변은 무슨 일을 일으켰던가?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에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려면 이 세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정확한 모델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밝히는 실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전 지구적 생태계 붕괴를 막지 못했을 때 어떠한 장기적 영향이 있을지를 직접 확인할 시간 여유도 없다. 그런데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는 그 자체로 자연 실험실이다. 지구의 먼 미래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만큼 먼 과거의 지구를 돌아봄으로써만 찾을 수 있다."
지은이는 지구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현재부터 5억5000만년 전의 먼 과거로 가는 식으로 써나갔다. 집을 나서 먼 여행을 떠나듯이.
하지만 나는 습관대로 먼 과거로부터 현재 순서로 읽었다. 거꾸로 시간 여행은 익숙하지 않아서다.
그러다 보니 맨 처음 서문을 읽고는, 뒤에서 앞으로(실제로는 16장, 15장, 14장....1장 순서로) 읽고, 마지막에는 다시 맨 뒤로 가서 에필로그를 읽었다.
시간이 있으면 저자 의도대로 처음부터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지만 그럴 일은 쉽지 않을 듯하다.
참고문헌 포함해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책 주제 자체보다 저자가 평상시 다양한 것에 대해 사색하고 메모한 흔적이 드러나서 그게 더 좋았다.
"우리는 자연계 일부를 생태계의 전부라 생각하며 장소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어떤 장소에 익숙하다는 말은 그 구성 요소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고유한 관념이 있다는 말이다. 장소에 대한 관념을 만들어내는 것은 종의 집합인데, 여기에는 시간의 문제도 개입된다. 미생물에서부터 나무, 거대 초식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을 파악한다고 해도 이는 진화의 역사, 기후, 지리, 우연에 따라 달라지는 한순간의 진실일 뿐이다."
우리가 파악하는 생태계는 긴 역사 흐름 속에서 한 단면, 짧은 순간일 뿐이다. 긴 동영상 중의 한 정지 화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생태계는 단일한 개체가 아니다. 생태계는 수백, 수천 개의 개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생물 종은 열, 염분, 수분, 산도에 저마다 내성을 가지고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한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생태계는 해당 커뮤니티의 모든 생물 구성원과 그 환경을 형성하는 땅이나 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네트워크다. 우리는 어떤 종이 생존 가능한 조건을 "기본 생태지위 (fundamental niche)"라고 하며, 다른 종과의 상호작용이 그 지위를 제한한 결과로 그 해당 종이 서식하게 되는 실제 분포를 "실현 생태지위(realized niche)"라고 한다. 기본 생태지위가 아무리 넓어도 환경이 변화하여 기본 생태지위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실현 생태지위가 줄어들어 0에 이르게 되면 그 종은 절멸한다."
호랑이처럼, 코뿔소 사례처럼 생태계에 잘 적응하고 널리 분포하던 종이라도 인류가 등장해 포획하고 공격하면 점점 서식 범위가 줄고 마침내 절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쥐라기 말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2도. 높다. 이는 기후학자들이 낙관적으로 예측한 21세기 말 기온과 비슷하다."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우리 후손들은 공룡들이 살던 중생대 쥐라기의 기후에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인류가 맞고 있는 기후위기를 잘 요약 정리한, 한편의 보고서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한번 읽어볼 많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오늘날 세계의 풍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교란 때문이다. 지질학적 과거의 환경 격변은 무슨 일을 일으켰던가?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에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려면 이 세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정확한 모델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밝히는 실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전 지구적 생태계 붕괴를 막지 못했을 때 어떠한 장기적 영향이 있을지를 직접 확인할 시간 여유도 없다. 그런데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는 그 자체로 자연 실험실이다. 지구의 먼 미래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만큼 먼 과거의 지구를 돌아봄으로써만 찾을 수 있다."
지은이는 지구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현재부터 5억5000만년 전의 먼 과거로 가는 식으로 써나갔다. 집을 나서 먼 여행을 떠나듯이.
하지만 나는 습관대로 먼 과거로부터 현재 순서로 읽었다. 거꾸로 시간 여행은 익숙하지 않아서다.
그러다 보니 맨 처음 서문을 읽고는, 뒤에서 앞으로(실제로는 16장, 15장, 14장....1장 순서로) 읽고, 마지막에는 다시 맨 뒤로 가서 에필로그를 읽었다.
시간이 있으면 저자 의도대로 처음부터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지만 그럴 일은 쉽지 않을 듯하다.
참고문헌 포함해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책 주제 자체보다 저자가 평상시 다양한 것에 대해 사색하고 메모한 흔적이 드러나서 그게 더 좋았다.
"우리는 자연계 일부를 생태계의 전부라 생각하며 장소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어떤 장소에 익숙하다는 말은 그 구성 요소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고유한 관념이 있다는 말이다. 장소에 대한 관념을 만들어내는 것은 종의 집합인데, 여기에는 시간의 문제도 개입된다. 미생물에서부터 나무, 거대 초식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을 파악한다고 해도 이는 진화의 역사, 기후, 지리, 우연에 따라 달라지는 한순간의 진실일 뿐이다."
우리가 파악하는 생태계는 긴 역사 흐름 속에서 한 단면, 짧은 순간일 뿐이다. 긴 동영상 중의 한 정지 화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생태계는 단일한 개체가 아니다. 생태계는 수백, 수천 개의 개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생물 종은 열, 염분, 수분, 산도에 저마다 내성을 가지고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한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생태계는 해당 커뮤니티의 모든 생물 구성원과 그 환경을 형성하는 땅이나 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네트워크다. 우리는 어떤 종이 생존 가능한 조건을 "기본 생태지위 (fundamental niche)"라고 하며, 다른 종과의 상호작용이 그 지위를 제한한 결과로 그 해당 종이 서식하게 되는 실제 분포를 "실현 생태지위(realized niche)"라고 한다. 기본 생태지위가 아무리 넓어도 환경이 변화하여 기본 생태지위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실현 생태지위가 줄어들어 0에 이르게 되면 그 종은 절멸한다."
호랑이처럼, 코뿔소 사례처럼 생태계에 잘 적응하고 널리 분포하던 종이라도 인류가 등장해 포획하고 공격하면 점점 서식 범위가 줄고 마침내 절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쥐라기 말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2도. 높다. 이는 기후학자들이 낙관적으로 예측한 21세기 말 기온과 비슷하다."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우리 후손들은 공룡들이 살던 중생대 쥐라기의 기후에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인류가 맞고 있는 기후위기를 잘 요약 정리한, 한편의 보고서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한번 읽어볼 많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