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메탄올 실명 사고, 클로로포름 세척제 간 손상 사고와 같이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 사고의 발생은 등록된 용도 외 사용, 사업장 단위의 안전관리 부재, 규제망을 피해가는 대체 물질 사용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서 실질적으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하위사용자에게 명확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 원인이다. 우리는 사고의 원인을 잘 알면서도 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
오폐수 처리시설 청소 때 일산화탄소나 황화수소 중독으로 노동자들이 쓰러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하향식 관리 감독만으로는 예방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의 작업자, 현장 감독자 스스로가 안전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 수칙을 철저히 실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2. 허가·제한 제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화평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허가물질’로 지정된 화학물질은 여전히 전무하고, ‘제한물질’ 지정도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럽연합(EU)·미국 등 주요국이 고위험 물질에 대해 사용 자체를 관리하거나 단계적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제도는 여전히 “자료 검토 중심 행정”에 머물러 있다. 또, “사용의 필요성·불가피성”이라는 핵심 판단 기준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이 물질을 퇴출할 것인지,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고, 용도별 위해성 평가와 사회경제성 평가를 모두 정부가 떠안는 구조인 탓이다.
3. 규제 완화로 인해 안전관리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
최근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에서는 신규 물질 등록 기준을 완화(100㎏ → 1으로)하는가 하면, 일부 시설의 정기 검사를 면제하는 등 관리 의무를 완화하는 조치도 잇따라 도입됐다. 이러한 완화 조치들은 “규제 차등화”라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보 부족 상태에서 안전성을 추정해야 하는 업무가 정부로 더 전가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수준의 ‘고위험 물질 엄격 관리’ 흐름과 간격을 낳고 있다. 미국 FDA의 레드 No.3 식용염료 금지, EU·미국의 PFAS 전면 규제 강화, 미국·유럽의 대체불가성(Essential Use) 기반 규제 확산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 언론들은 “한국이 신규 화학물질의 테스트 베드가 될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4. 기업도 화학물질 관리에 소홀할 수 없다
동시에 알리·테무 등 해외직구 생활화학제품, 온라인 플랫폼 제품 등 비공식 유통 경로에서는 CMIT·MIT·납·카드뮴·석면 등 유독성 물질 검출로 회수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카펫 산업 지역에서 PFAS 오염을 둘러싸고 지자체·주민이 3M, DuPont 등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수십억 달러의 배상이 이뤄지는 사례에서 보듯이 고위험 물질을 방치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우리도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서 보듯이 안전관리에 실패할 경우 발생할 대가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5. 하위사용자 책임 강화, 더는 미룰 수 없다
EU REACH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하위사용자가 용도 변경 시 스스로 위험성 평가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도 “제조·수입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정작 현장 사고와 가장 가까운 행위자에게 법적 책임이 거의 부여되지 않은 상태다.
이제는 제조·수입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하위사용자에게도 용도 준수 의무와 위험성 평가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정보 없이는 시장 없음(No Data, No Market)”을 “정보 없이는 용도 없음(No Data, No Use)”으로 확장함으로써,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점에서 책임과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6. 필수 용도(Essential Use) 원칙으로 허가·제한 제도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물질의 위해성만 평가하는 방식을 넘어, 해당 용도가 사회적으로 정말 필요한지, 대체 가능성은 있는지를 판단하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필수 용도는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고 대체물질 개발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비필수 용도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장기적·단계적 퇴출 로드맵을 설정함으로써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7. 안전장치 없는 규제 완화는 없어야 한다
등록 기준 상향이나 신고 전환 등 완화 조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구체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신고물질의 무작위 검증과 사후 검사 강화, 해외 규제정보 자동 연동 시스템 구축,
기업 자료의 투명한 공개 범위 확대, 고위험 신고물질에 대한 우선심사 체계 도입 등이 필요하다.
8. 필요한 것은 ‘규제 철학의 재정립’이다
전 세계는 이미 “사전예방 원칙”과 “필수용도 중심 규제”라는 새로운 규제 철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개별 사고가 발생한 뒤에 대책을 논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위사용자 책임 강화와 필수용도 중심의 허가제 개편은 우리 제도를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관련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위사용자 책임 강화와 필수용도 제도의 도입은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재정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글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더불어민주당)의원과 '발암물질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 주최로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화학물질 참사 없는 사회를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 제출한 토론문 내용입니다.
관련 기사.... "화학물질 딴 용도로 사용하다 사고 발생…“화평법 개정으로 예방을”
1.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메탄올 실명 사고, 클로로포름 세척제 간 손상 사고와 같이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 사고의 발생은 등록된 용도 외 사용, 사업장 단위의 안전관리 부재, 규제망을 피해가는 대체 물질 사용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서 실질적으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하위사용자에게 명확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 원인이다. 우리는 사고의 원인을 잘 알면서도 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
오폐수 처리시설 청소 때 일산화탄소나 황화수소 중독으로 노동자들이 쓰러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하향식 관리 감독만으로는 예방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의 작업자, 현장 감독자 스스로가 안전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 수칙을 철저히 실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2. 허가·제한 제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화평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허가물질’로 지정된 화학물질은 여전히 전무하고, ‘제한물질’ 지정도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럽연합(EU)·미국 등 주요국이 고위험 물질에 대해 사용 자체를 관리하거나 단계적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제도는 여전히 “자료 검토 중심 행정”에 머물러 있다. 또, “사용의 필요성·불가피성”이라는 핵심 판단 기준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이 물질을 퇴출할 것인지,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고, 용도별 위해성 평가와 사회경제성 평가를 모두 정부가 떠안는 구조인 탓이다.
3. 규제 완화로 인해 안전관리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
최근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에서는 신규 물질 등록 기준을 완화(100㎏ → 1으로)하는가 하면, 일부 시설의 정기 검사를 면제하는 등 관리 의무를 완화하는 조치도 잇따라 도입됐다. 이러한 완화 조치들은 “규제 차등화”라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보 부족 상태에서 안전성을 추정해야 하는 업무가 정부로 더 전가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수준의 ‘고위험 물질 엄격 관리’ 흐름과 간격을 낳고 있다. 미국 FDA의 레드 No.3 식용염료 금지, EU·미국의 PFAS 전면 규제 강화, 미국·유럽의 대체불가성(Essential Use) 기반 규제 확산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 언론들은 “한국이 신규 화학물질의 테스트 베드가 될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4. 기업도 화학물질 관리에 소홀할 수 없다
동시에 알리·테무 등 해외직구 생활화학제품, 온라인 플랫폼 제품 등 비공식 유통 경로에서는 CMIT·MIT·납·카드뮴·석면 등 유독성 물질 검출로 회수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카펫 산업 지역에서 PFAS 오염을 둘러싸고 지자체·주민이 3M, DuPont 등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수십억 달러의 배상이 이뤄지는 사례에서 보듯이 고위험 물질을 방치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우리도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서 보듯이 안전관리에 실패할 경우 발생할 대가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5. 하위사용자 책임 강화, 더는 미룰 수 없다
EU REACH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하위사용자가 용도 변경 시 스스로 위험성 평가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도 “제조·수입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정작 현장 사고와 가장 가까운 행위자에게 법적 책임이 거의 부여되지 않은 상태다.
이제는 제조·수입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하위사용자에게도 용도 준수 의무와 위험성 평가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정보 없이는 시장 없음(No Data, No Market)”을 “정보 없이는 용도 없음(No Data, No Use)”으로 확장함으로써,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점에서 책임과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6. 필수 용도(Essential Use) 원칙으로 허가·제한 제도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물질의 위해성만 평가하는 방식을 넘어, 해당 용도가 사회적으로 정말 필요한지, 대체 가능성은 있는지를 판단하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필수 용도는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고 대체물질 개발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비필수 용도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장기적·단계적 퇴출 로드맵을 설정함으로써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7. 안전장치 없는 규제 완화는 없어야 한다
등록 기준 상향이나 신고 전환 등 완화 조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구체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신고물질의 무작위 검증과 사후 검사 강화, 해외 규제정보 자동 연동 시스템 구축,
기업 자료의 투명한 공개 범위 확대, 고위험 신고물질에 대한 우선심사 체계 도입 등이 필요하다.
8. 필요한 것은 ‘규제 철학의 재정립’이다
전 세계는 이미 “사전예방 원칙”과 “필수용도 중심 규제”라는 새로운 규제 철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개별 사고가 발생한 뒤에 대책을 논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위사용자 책임 강화와 필수용도 중심의 허가제 개편은 우리 제도를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관련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위사용자 책임 강화와 필수용도 제도의 도입은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재정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글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더불어민주당)의원과 '발암물질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 주최로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화학물질 참사 없는 사회를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 제출한 토론문 내용입니다.
관련 기사.... "화학물질 딴 용도로 사용하다 사고 발생…“화평법 개정으로 예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