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의 녹조 발생과 남세균 독소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환경부의 정책을 환경보건학의 여러 원칙과 비교해 따져봤습니다.
1. 사전 예방의 원칙 (Precautionary Principle)
원칙 의미: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위해 가능성이 크면 선제적으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함.
현재 상황: 해외 연구와 국내 조사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수계·공기·농산물·사람 점막에서 검출될 수 있음이 이미 입증.
환경부 태도: “현재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문 개방이나 선제적 대책을 미루고 있음.
평가: 사전예방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
2. 예방의 원칙 (Prevention Principle)
원칙 의미: 피해 발생 후 대처보다, 애초에 위험 발생을 막는 것이 합리적.
현재 상황: 보 설치로 유속이 감소하면서 정체 수역이 형성되고, 녹조가 매년 여름 반복적으로 발생.
환경부 태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을 미루고, 위험 구조(보·정체 수역)를 그대로 방치.
평가: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에 머물러, 원칙을 무시.
3. 오염자 부담 원칙 (Polluter Pays Principle)
원칙 의미: 오염이나 위해를 발생시킨 자가 책임지고 비용을 부담해야 함.
현재 상황: 4대강 보 건설로 인한 녹조 발생은 사실상 국가 정책이 원인.
환경부 태도: 책임 인정이나 비용 부담 논의 없이, 시민·농민·지방자치단체가 피해와 비용을 떠안는 구조.
평가: 오염 원인자인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 상태.
4. 환경권과 형평성 (Right to a Healthy Environment & Justice)
원칙 의미: 모든 국민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으며, 위해 부담이 특정 집단에 불균형하게 전가돼서는 안 됨.
현재 상황: 취수원 인근 주민, 농업 종사자 등 특정 지역·집단이 더 큰 위험을 짊어지고 있음.
환경부 태도: 이들의 건강권과 형평성에 대한 고려 부족. “안전하다”는 발표로 불안을 가중.
평가: 환경권·정의 원칙을 지키지 못함.
5. 참여와 알 권리 (Participation & Right to Know)
원칙 의미: 위험 정보는 공개돼야 하고, 시민과 단체는 정책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
현재 상황: 환경단체 조사 결과는 불신하며, 정부 조사 결과만 강조. 정보 공개도 제한적.
환경부 태도: 투명성과 참여 보장 부족, 오히려 시민조사단체를 배척.
평가: 정보 공개·참여 원칙 훼손.
종합 평가
환경부는 사전예방, 예방, 환경권, 참여 보장 등 환경보건학의 기본 원칙들을 거의 준수하지 않고 있음.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대응을 늦추고, 공동조사를 요구하면서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를 폄훼하고 문제를 축소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시간 끌기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임.
따라서 현재의 대응은 국제 환경보건 규범에도,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할 공공기관의 책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함.
<환경부는 헌법의 국민 환경권을 보장하고 있나>
국내 환경보건 분야에서 2004년은 특별한 해였다. 1971년 창립한 ‘한국환경위생학회’가 ‘한국환경보건학회’로 재탄생한 것은 2004년이다. 중앙일보와 시민환경연구소가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한 것도, 환경부에 환경보건정책과가 만들어진 것도 2004년이다.
이후 2008년에 환경보건법이 제정됐고, 2021년에 환경부에 환경보건국이 설치되는 등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환경부의 환경보건정책은 더 크게 뻗어나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졌는데, 아직도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를 태우는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
녹조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수질 문제로 치부됐지만, 4대강 녹조 문제야말로 환경보건 문제다. ‘4대강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녹조 문제는 2009년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이후 17년이 지났지만,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앞에서는 환경정책도, 환경보건정책도 길을 잃어버렸다.
최근 환경부는 환경단체와 녹조 공동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연 이게 공동 조사를 해야 할 사안이기는 한가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공동 조사 없이, 기존 조사 결과만으로도 답이 나온다.
1. 4대강 보에는 녹조가 창궐한다. 강에 나가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2.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은 독소를 생성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도 국내 남세균이 독소를 생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3. 독소를 생성하는 남세균이 녹색 페인트처럼 창궐한 녹조에는 당연히 독소가 들어있다. 다만 환경부 쪽에서 발표하는 데이터는 독소 농도가 극히 낮다. 과거에 높게 나왔다고 발표한 수치는 어느새 다 사라졌다.
4. 녹조가 발생한 강물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한다. 다수의 해외 논문이 이를 뒷받침한다.
5. 보를 넘쳐흐르는 강물은 낙차 때문에 물거품이 생기고, 스프레이(Spray,작은 물방울)가 생긴다. 녹조 남세균이 에어로졸 형태로 날아 나올 수밖에 없다. 강물도 바람에 파도가 치기도 한다. 이때 에어로졸이 생긴다.
6. 보 수문을 조절하면 강물도 수위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강변에 녹조 덩어리가 말라붙는다. 말라붙은 녹조 덩어리는 먼지처럼 흩어진다. 이게 바로 녹조 남세균 에어로졸이다.
7. 국내 낙동강보다 녹조가 덜한 미국의 작은 호수에서, 석사과정 학생이 에어로졸 속 남세균 독소를 측정해냈다. 낙동강은 녹조도 훨씬 심하고, 더 나은 연구 인력을 투입하는 데도 환경부는 에어로졸 독소를 검출해내지 못할까.
8. 해외 연구 결과, 에어로졸은 수십km까지 이동한다.
9. 이동한 에어로졸은 사람 콧구멍으로 들어올 수 있다. 콧속으로 들어온 독소는 사람 혈관으로도 들어올 수 있다.
10. 녹조 독소는 생식독성을 가지고 있고, 맹독성인 종류도 있다.
11. 4대강 보에서는 녹조가 발생한다. 호수처럼 녹조가 발생한다. 태양광과 수온, 영양염류, 체류시간이 녹조의 원인이다. 태양광이나 수온은 사람이 조절할 수 없다. 비점오염원 형태로 들어오는 영양염류도 사람이 제대로 막을 수 없다.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체류시간뿐이다.
12. 보를 통해 체류시간을 늘리는 4대강 보는 녹조 에어로졸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런 녹조 공장, 녹조 독소 공장을 방치하는 것은 시민들을 녹조 독소 에어로졸에 방치하는 것이다.
13. 이런 상황에서는 보 수문을 열어 녹조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이다. 환경부 주장처럼 질소 인만 제거한다고 녹조가 없어지지 않는다. 전 세계 수많은 호수와 강을 연구한 최신 연구 결과가 말해준다.
14.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환경부는 달라지지 않았다. 환경부는 보 개방과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15. 지금도 녹조 독소가 주민들 콧속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환경부는 공동조사 타령이나 하면서 또다시 올 한 해 시간을 허비했다. 시민들은 내년에도 에어로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16. 국민의 건강을 지킬 생각이 있다면 환경부는 대대적인 조사, 적극적인 조사, 문제를 찾으려는 조사해야 했다. 몇 번의 형식적인 조사 결과만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며, 전 세계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외면했다.
17. 환경부는 민간단체와 민간 학자의 조사 결과를 폄훼하느라 바빴다. 그러면서 공동조사를 하자고 스토커처럼 굴었다. 공동 조사하자는 저의가 의심스럽고, 지극히 불순해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사실은 다음 같은 질문을 낳는다.
1. 도대체 누구를 위한 환경부인가. 상식을 거슬러 녹조가 발생하도록 방치하는 것, 시민들이 녹조 독소에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환경부가 오염배출원이 되기로 작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제 보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까지 거느리고 있다. 보 수문을 열 수 있는데도 열지 않고 문제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과거 담배회사들이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였던 것과 같은 일을 환경부가 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시민의 건강을 지킬 손쉬운 방법조차 외면하고 있다.
2. 환경부는 왜 보 수문을 열지 않는가. 보 수문을 열지 않겠다고 고집을 계속 부리는 한에서는 과학은 휴지 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국내 학자들은 해외용 논문과 국내용 논문을 따로 발표하고 있다. 국내용 논문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3. 환경부는 왜 보를 고집하는가. 보가 필요한가. 어디에 필요한가. 보에 물을 가둬둘 필요가 있는가. 보가 홍수예방에 도움이 되기나 하나.
4. 시민들의 불안은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부가 보 수문을 열지 않으면 녹조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녹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민들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없다. 에어로졸이든, 수돗물이든, 농작물이든, 어패류든 시퍼런 녹조를 보면서 안심하고 물과 공기를 마실 수도, 마음놓고 쌀과 매운탕을 먹을 수도 없다.
5.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최근 확정 발표한 국정과제도 슬그머니 변색됐다. 환경부의 과제 가운데 ‘4대강 재자연화’는 작은 제목을 숨기고 ‘4대강 자연성 회복’을 큰 제목으로 내걸고 순화했다. 자연으로 되돌리겠다는 게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게끔 노력하는 척하겠다는 거다. ‘시설별 여건에 맞춰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것은 여건이 맞지 않으면 개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4대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는 이미 사라졌다.
6. 앞으로도 녹조를 방치할 것인가. 일부 학자들은 4대강 녹조 원인을 이제 슬그머니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고 있다. 맞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되면 녹조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질소와 인을 줄여도 녹조는 창궐할 수 있다. 하지만, 보 수문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다. 보 수문을 열어야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7. 과연 환경부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환경권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적힌 대로 환경부는, 정부는 ‘모든’ 국민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가.
8. 환경부는 정부조직법에서 정한 역할을 다했는가. 환경부 장관은 자연환경의 보전,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 방지, 수자원 보전 등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가. 정부조직법 시행령에서 정한 대로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조류(藻類) 발생 등으로 인한 피해의 예방 및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9. 환경부는 환경정책기본법에서 정한 대로 환경오염 등의 사전 예방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10. 환경부 장관은 하천 오염 피해를 막기 위한 물환경보전법에서 규정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녹조가 심각한 하천과 호소에서 수산물의 채취나 포획, 물놀이 등을 금지 제한하거나 자제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환경부 장관은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하나.
11. 환경부 장관은 제대로 된 수돗물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수도사업자들이 수도법에 따라 녹조 독소와 관련해 제대로 된 검사를 하고 있다고 보는가. 제대로 된 검사 결과인지 확인해 본 적이 있는가. 잘못된 검사를 하는 수도사업자를 징계한 적이 있는가.
12. 남세균 독소가 소독제를 만나 반응한 다음에 생성되는 유해 물질에 대해 검사한 적이 있는가. 소독부산물이 원래 남세균 독소보다 독성이 더 강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적이 있는가. 독소만 측정하고, 소독부산물을 측정하지 않는다면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가.
13. 녹조의 원인과 피해를 밝히고, 해결책을 제시한 수많은 국내외 연구 결과, 과학적 사실을 환경부 장관은 왜 외면하고 있는가. 녹조가 빛과 온도, 오염물질, 체류시간 탓이라는, 온도나 오염물질보다 체류시간이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환경부 장관은 왜 외면하는가.
14. 환경부 장관이나 환경부 공무원들, 지자체 공무원들은 시민의 건강을 지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사실상 직무를 유기했고,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그리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진행할 때 환경부 관리들은 부역했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앞장섰다. 그리고 4대강 수질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지금껏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미나마타병처럼, 가습기 살균제처럼 훗날 시민들이 집단적으로 입은 피해가 낱낱이 밝혀진다면, 지금까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공무원들,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공무원들은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자리에 물러나도 그들의 명단은 어딘가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대강의 녹조 발생과 남세균 독소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환경부의 정책을 환경보건학의 여러 원칙과 비교해 따져봤습니다.
1. 사전 예방의 원칙 (Precautionary Principle)
원칙 의미: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위해 가능성이 크면 선제적으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함.
현재 상황: 해외 연구와 국내 조사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수계·공기·농산물·사람 점막에서 검출될 수 있음이 이미 입증.
환경부 태도: “현재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문 개방이나 선제적 대책을 미루고 있음.
평가: 사전예방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
2. 예방의 원칙 (Prevention Principle)
원칙 의미: 피해 발생 후 대처보다, 애초에 위험 발생을 막는 것이 합리적.
현재 상황: 보 설치로 유속이 감소하면서 정체 수역이 형성되고, 녹조가 매년 여름 반복적으로 발생.
환경부 태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을 미루고, 위험 구조(보·정체 수역)를 그대로 방치.
평가: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에 머물러, 원칙을 무시.
3. 오염자 부담 원칙 (Polluter Pays Principle)
원칙 의미: 오염이나 위해를 발생시킨 자가 책임지고 비용을 부담해야 함.
현재 상황: 4대강 보 건설로 인한 녹조 발생은 사실상 국가 정책이 원인.
환경부 태도: 책임 인정이나 비용 부담 논의 없이, 시민·농민·지방자치단체가 피해와 비용을 떠안는 구조.
평가: 오염 원인자인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 상태.
4. 환경권과 형평성 (Right to a Healthy Environment & Justice)
원칙 의미: 모든 국민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으며, 위해 부담이 특정 집단에 불균형하게 전가돼서는 안 됨.
현재 상황: 취수원 인근 주민, 농업 종사자 등 특정 지역·집단이 더 큰 위험을 짊어지고 있음.
환경부 태도: 이들의 건강권과 형평성에 대한 고려 부족. “안전하다”는 발표로 불안을 가중.
평가: 환경권·정의 원칙을 지키지 못함.
5. 참여와 알 권리 (Participation & Right to Know)
원칙 의미: 위험 정보는 공개돼야 하고, 시민과 단체는 정책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
현재 상황: 환경단체 조사 결과는 불신하며, 정부 조사 결과만 강조. 정보 공개도 제한적.
환경부 태도: 투명성과 참여 보장 부족, 오히려 시민조사단체를 배척.
평가: 정보 공개·참여 원칙 훼손.
종합 평가
환경부는 사전예방, 예방, 환경권, 참여 보장 등 환경보건학의 기본 원칙들을 거의 준수하지 않고 있음.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대응을 늦추고, 공동조사를 요구하면서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를 폄훼하고 문제를 축소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시간 끌기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임.
따라서 현재의 대응은 국제 환경보건 규범에도,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할 공공기관의 책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함.
<환경부는 헌법의 국민 환경권을 보장하고 있나>
국내 환경보건 분야에서 2004년은 특별한 해였다. 1971년 창립한 ‘한국환경위생학회’가 ‘한국환경보건학회’로 재탄생한 것은 2004년이다. 중앙일보와 시민환경연구소가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한 것도, 환경부에 환경보건정책과가 만들어진 것도 2004년이다.
이후 2008년에 환경보건법이 제정됐고, 2021년에 환경부에 환경보건국이 설치되는 등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환경부의 환경보건정책은 더 크게 뻗어나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졌는데, 아직도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를 태우는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
녹조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수질 문제로 치부됐지만, 4대강 녹조 문제야말로 환경보건 문제다. ‘4대강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녹조 문제는 2009년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이후 17년이 지났지만,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앞에서는 환경정책도, 환경보건정책도 길을 잃어버렸다.
최근 환경부는 환경단체와 녹조 공동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연 이게 공동 조사를 해야 할 사안이기는 한가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공동 조사 없이, 기존 조사 결과만으로도 답이 나온다.
1. 4대강 보에는 녹조가 창궐한다. 강에 나가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2.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은 독소를 생성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도 국내 남세균이 독소를 생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3. 독소를 생성하는 남세균이 녹색 페인트처럼 창궐한 녹조에는 당연히 독소가 들어있다. 다만 환경부 쪽에서 발표하는 데이터는 독소 농도가 극히 낮다. 과거에 높게 나왔다고 발표한 수치는 어느새 다 사라졌다.
4. 녹조가 발생한 강물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한다. 다수의 해외 논문이 이를 뒷받침한다.
5. 보를 넘쳐흐르는 강물은 낙차 때문에 물거품이 생기고, 스프레이(Spray,작은 물방울)가 생긴다. 녹조 남세균이 에어로졸 형태로 날아 나올 수밖에 없다. 강물도 바람에 파도가 치기도 한다. 이때 에어로졸이 생긴다.
6. 보 수문을 조절하면 강물도 수위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강변에 녹조 덩어리가 말라붙는다. 말라붙은 녹조 덩어리는 먼지처럼 흩어진다. 이게 바로 녹조 남세균 에어로졸이다.
7. 국내 낙동강보다 녹조가 덜한 미국의 작은 호수에서, 석사과정 학생이 에어로졸 속 남세균 독소를 측정해냈다. 낙동강은 녹조도 훨씬 심하고, 더 나은 연구 인력을 투입하는 데도 환경부는 에어로졸 독소를 검출해내지 못할까.
8. 해외 연구 결과, 에어로졸은 수십km까지 이동한다.
9. 이동한 에어로졸은 사람 콧구멍으로 들어올 수 있다. 콧속으로 들어온 독소는 사람 혈관으로도 들어올 수 있다.
10. 녹조 독소는 생식독성을 가지고 있고, 맹독성인 종류도 있다.
11. 4대강 보에서는 녹조가 발생한다. 호수처럼 녹조가 발생한다. 태양광과 수온, 영양염류, 체류시간이 녹조의 원인이다. 태양광이나 수온은 사람이 조절할 수 없다. 비점오염원 형태로 들어오는 영양염류도 사람이 제대로 막을 수 없다.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체류시간뿐이다.
12. 보를 통해 체류시간을 늘리는 4대강 보는 녹조 에어로졸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런 녹조 공장, 녹조 독소 공장을 방치하는 것은 시민들을 녹조 독소 에어로졸에 방치하는 것이다.
13. 이런 상황에서는 보 수문을 열어 녹조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이다. 환경부 주장처럼 질소 인만 제거한다고 녹조가 없어지지 않는다. 전 세계 수많은 호수와 강을 연구한 최신 연구 결과가 말해준다.
14.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환경부는 달라지지 않았다. 환경부는 보 개방과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15. 지금도 녹조 독소가 주민들 콧속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환경부는 공동조사 타령이나 하면서 또다시 올 한 해 시간을 허비했다. 시민들은 내년에도 에어로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16. 국민의 건강을 지킬 생각이 있다면 환경부는 대대적인 조사, 적극적인 조사, 문제를 찾으려는 조사해야 했다. 몇 번의 형식적인 조사 결과만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며, 전 세계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외면했다.
17. 환경부는 민간단체와 민간 학자의 조사 결과를 폄훼하느라 바빴다. 그러면서 공동조사를 하자고 스토커처럼 굴었다. 공동 조사하자는 저의가 의심스럽고, 지극히 불순해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사실은 다음 같은 질문을 낳는다.
1. 도대체 누구를 위한 환경부인가. 상식을 거슬러 녹조가 발생하도록 방치하는 것, 시민들이 녹조 독소에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환경부가 오염배출원이 되기로 작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제 보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까지 거느리고 있다. 보 수문을 열 수 있는데도 열지 않고 문제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과거 담배회사들이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였던 것과 같은 일을 환경부가 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시민의 건강을 지킬 손쉬운 방법조차 외면하고 있다.
2. 환경부는 왜 보 수문을 열지 않는가. 보 수문을 열지 않겠다고 고집을 계속 부리는 한에서는 과학은 휴지 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국내 학자들은 해외용 논문과 국내용 논문을 따로 발표하고 있다. 국내용 논문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3. 환경부는 왜 보를 고집하는가. 보가 필요한가. 어디에 필요한가. 보에 물을 가둬둘 필요가 있는가. 보가 홍수예방에 도움이 되기나 하나.
4. 시민들의 불안은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부가 보 수문을 열지 않으면 녹조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녹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민들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없다. 에어로졸이든, 수돗물이든, 농작물이든, 어패류든 시퍼런 녹조를 보면서 안심하고 물과 공기를 마실 수도, 마음놓고 쌀과 매운탕을 먹을 수도 없다.
5.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최근 확정 발표한 국정과제도 슬그머니 변색됐다. 환경부의 과제 가운데 ‘4대강 재자연화’는 작은 제목을 숨기고 ‘4대강 자연성 회복’을 큰 제목으로 내걸고 순화했다. 자연으로 되돌리겠다는 게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게끔 노력하는 척하겠다는 거다. ‘시설별 여건에 맞춰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것은 여건이 맞지 않으면 개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4대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는 이미 사라졌다.
6. 앞으로도 녹조를 방치할 것인가. 일부 학자들은 4대강 녹조 원인을 이제 슬그머니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고 있다. 맞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되면 녹조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질소와 인을 줄여도 녹조는 창궐할 수 있다. 하지만, 보 수문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다. 보 수문을 열어야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7. 과연 환경부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환경권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적힌 대로 환경부는, 정부는 ‘모든’ 국민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가.
8. 환경부는 정부조직법에서 정한 역할을 다했는가. 환경부 장관은 자연환경의 보전,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 방지, 수자원 보전 등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가. 정부조직법 시행령에서 정한 대로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조류(藻類) 발생 등으로 인한 피해의 예방 및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9. 환경부는 환경정책기본법에서 정한 대로 환경오염 등의 사전 예방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10. 환경부 장관은 하천 오염 피해를 막기 위한 물환경보전법에서 규정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녹조가 심각한 하천과 호소에서 수산물의 채취나 포획, 물놀이 등을 금지 제한하거나 자제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환경부 장관은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하나.
11. 환경부 장관은 제대로 된 수돗물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수도사업자들이 수도법에 따라 녹조 독소와 관련해 제대로 된 검사를 하고 있다고 보는가. 제대로 된 검사 결과인지 확인해 본 적이 있는가. 잘못된 검사를 하는 수도사업자를 징계한 적이 있는가.
12. 남세균 독소가 소독제를 만나 반응한 다음에 생성되는 유해 물질에 대해 검사한 적이 있는가. 소독부산물이 원래 남세균 독소보다 독성이 더 강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적이 있는가. 독소만 측정하고, 소독부산물을 측정하지 않는다면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가.
13. 녹조의 원인과 피해를 밝히고, 해결책을 제시한 수많은 국내외 연구 결과, 과학적 사실을 환경부 장관은 왜 외면하고 있는가. 녹조가 빛과 온도, 오염물질, 체류시간 탓이라는, 온도나 오염물질보다 체류시간이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환경부 장관은 왜 외면하는가.
14. 환경부 장관이나 환경부 공무원들, 지자체 공무원들은 시민의 건강을 지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사실상 직무를 유기했고,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그리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진행할 때 환경부 관리들은 부역했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앞장섰다. 그리고 4대강 수질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지금껏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미나마타병처럼, 가습기 살균제처럼 훗날 시민들이 집단적으로 입은 피해가 낱낱이 밝혀진다면, 지금까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공무원들,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공무원들은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자리에 물러나도 그들의 명단은 어딘가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