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는 '국가 기후위기 적응포럼'가 주관하는 연속토론회 제 1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박재현 국가 기후위기 적응포럼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문으로 준비한 내용.
기후 위기 시대라는 말을 더는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기후 위기가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폭염 폭우 폭설 가뭄 등 당장 눈앞에서 엄청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을 따로 떼놓고 이야기할 여유조차 없다. 적응을 나중의 일로 미룰 수도 없다.
기후 위기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그 영향이 파문처럼 확산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증폭되고 새로운 위기를 부른다. 기후 위기는 생물다양성 위기로, 팬데믹과 보건 문제, 식량과 빈곤 문제, 경제문제로 이어진다. 기후 위기는 다중위기 혹은 복합위기(Polycrisis)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이 다중위기가 만나는 지점, 즉 교차점 혹은 연결점이 바로 넥서스(Nexus)이다. 다중위기의 해결책은 바로 이 넥서스에서 찾아야 한다. 다양한 위기는 서로 얽혀 있고, 서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해결에만 집중한다면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여러 이슈를 함께 살펴보고, 원인은 물론 해결책도 통합적으로, 융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찾아나가야 한다. 필자가 환경신데믹(Eco-syndemic) 개념을 만든 이유다. 기후변화와 팬데믹, 대기오염, 플라스틱,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기후환경 이슈를 연결해서 종합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다.
오늘 포럼의 토론 주제 발표에서도 언급됐듯이 기후변화는 산불을 일으킨다. 산불은 다시 대기오염을 낳고, 생물다양성 상실을 가져온다. 기후변화는 빙하 녹음을, 해수면 상승을 가져오고, 이는 해안 생태계의 존속을 위협한다.
하지만 환경신데믹 개념에 따라 상황을 뒤집어 볼 필요도 있다. 삼림 생태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일 수도 있고, 산불을 예방할 수도 있다. 연안 생태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즉 새우양식장 대신에 홍수림(맹그로브 숲)을 보호한다면 해안침식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재산도 지킬 수도 있다.
다시 물 문제로 시야를 집중하자면, 기후 위기로 인한 풍수해는 바람과 홍수 자체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다. 풍수해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차 피해로 확산할 수 있다. 도시 홍수 속에는 화학공장 등의 유해화학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고, 도로 등 비점오염원에서 나온 병원균이 들어있을 수 있다. 오염 노출로 인해 한번 무너진 사람의 건강은 풍수해가 사라져도 남는다. 태풍이 내습했을 때를 상정한 침수 지도(홍수 지도)에 이런 시나리오도 포함해야 한다. 화학물질이 폭우에 유출됐을 경우 시민들이 어떤 식으로 노출될 것인지 예측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 인프라 개선도 필요하다.
돌발 홍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면 대심도 터널도 건설해야 한다. 다만 그것보다는 학교 운동장을 파고 주차장을 짓고, 그 맨 아래에 빗물을 임시저장하는 시설도 도입할 수 있다. 이 빗물은 정원수로 화장실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강과 호수의 수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극심한 녹조의 창궐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해외 연구에서 보면 이런 기후변화 탓에 강과 호수의 질소 인을 줄여 녹조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과도한 녹조 발생은 정수 과정에서 남세균(남조류) 독소를 제거하는 데 더 큰 비용과 노력을 요구한다. 녹조 독소의 에어로졸화는 시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녹조 독소가 주민 콧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내 조사에서 확인됐다. 녹조로 생성된 유기물이 퇴적토에서 분해될 때는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녹조와 기후변화 사이의 악순환이 벌어진다.
녹조가 발생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농작물도 독소로 오염된다. 녹조 독소는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녹조 독소에 오염된 농작물은 먹어서도, 판매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가뭄에 대한 대책으로 댐과 도수로 같은 다양한 인프라를 건설하려 한다. 하지만 수십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극단적인 가뭄까지 상정한 시설은 무리다. 수십년에 한 번 사용할까 말까 하는 시설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짓는 게 과연 타당한가. 시설 유지 관리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차라리 일정한 피해를 감수하고 그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가뭄이나 홍수로부터 시민들의 생명은 지켜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기후 대응댐의 경우 인위적으로 담수를 하는 것이어서 댐 건설과 수몰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향후 국가 배출량 목록에 포함시켜야 할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하고 물을 채운 구간도 마찬가지다. 인위적인 배출로 볼 여지도 있어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 추가될 수도 있다. 홍수와 가뭄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온실가스만 배출하는 이른바 ‘기후대응댐’ 건설에는 신중해야 한다.
농촌의 기후 문제, 특히 물-식량 넥서스는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이슈다. 농업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지만, 농업이 갖는 기후 완화 효과도 있다. 식량안보는 말할 것도 없다.
농촌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 도입 문제는 차후 포럼에서 상세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기서도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물-식량-에너지-생물다양성 넥서스이기 때문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식량과 에너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이 물을 모으는 집수시설 역할을 할 수 있다.
농촌에서 늘어나고 있는 비닐하우스의 경우는 정반대다. 비닐하우스에 떨어진 빗물은 토양 속의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강으로 흘러간다.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려면 지하수를 끌어올려서 사용해야 한다. 이중으로 물을 고갈시킨다.
더욱이 4대강 보 근처에서는 비닐하우스의 겨울철 난방에 지하수를 사용하는 수막재배가 성행한다. 비닐하우스를 데우는 데 사용할 뿐 그냥 버려지기 때문에 물 사용 측면에서 엄청난 낭비다. 그럼에도 수막재배 농민들은 보에 물을 가득 채우기를 원하고, 그로 인해 여름철엔 녹조가 발생하고 수질이 악화하며,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아시다시피 4대강 보는 물고기 등 강 생물다양성을 해친다. 토종 물고기 대신 블루길 배스 같은 외래종만 득시글득시글한다. 흐르지 않고 호수처럼 정체된 수역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4대강 보는 홍수 때 걸리적거리기만 하고 강물 수위만 높일 뿐, 홍수 피해 저감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강둑이 무너지면 피해가 더 커진다.
물-식량-재해-생물다양성-시민건강 넥서스 차원에서 4대강 보는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17일 오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는 '국가 기후위기 적응포럼'가 주관하는 연속토론회 제 1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박재현 국가 기후위기 적응포럼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문으로 준비한 내용.
기후 위기 시대라는 말을 더는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기후 위기가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폭염 폭우 폭설 가뭄 등 당장 눈앞에서 엄청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을 따로 떼놓고 이야기할 여유조차 없다. 적응을 나중의 일로 미룰 수도 없다.
기후 위기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그 영향이 파문처럼 확산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증폭되고 새로운 위기를 부른다. 기후 위기는 생물다양성 위기로, 팬데믹과 보건 문제, 식량과 빈곤 문제, 경제문제로 이어진다. 기후 위기는 다중위기 혹은 복합위기(Polycrisis)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이 다중위기가 만나는 지점, 즉 교차점 혹은 연결점이 바로 넥서스(Nexus)이다. 다중위기의 해결책은 바로 이 넥서스에서 찾아야 한다. 다양한 위기는 서로 얽혀 있고, 서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해결에만 집중한다면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여러 이슈를 함께 살펴보고, 원인은 물론 해결책도 통합적으로, 융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찾아나가야 한다. 필자가 환경신데믹(Eco-syndemic) 개념을 만든 이유다. 기후변화와 팬데믹, 대기오염, 플라스틱,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기후환경 이슈를 연결해서 종합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다.
오늘 포럼의 토론 주제 발표에서도 언급됐듯이 기후변화는 산불을 일으킨다. 산불은 다시 대기오염을 낳고, 생물다양성 상실을 가져온다. 기후변화는 빙하 녹음을, 해수면 상승을 가져오고, 이는 해안 생태계의 존속을 위협한다.
하지만 환경신데믹 개념에 따라 상황을 뒤집어 볼 필요도 있다. 삼림 생태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일 수도 있고, 산불을 예방할 수도 있다. 연안 생태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즉 새우양식장 대신에 홍수림(맹그로브 숲)을 보호한다면 해안침식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재산도 지킬 수도 있다.
다시 물 문제로 시야를 집중하자면, 기후 위기로 인한 풍수해는 바람과 홍수 자체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다. 풍수해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차 피해로 확산할 수 있다. 도시 홍수 속에는 화학공장 등의 유해화학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고, 도로 등 비점오염원에서 나온 병원균이 들어있을 수 있다. 오염 노출로 인해 한번 무너진 사람의 건강은 풍수해가 사라져도 남는다. 태풍이 내습했을 때를 상정한 침수 지도(홍수 지도)에 이런 시나리오도 포함해야 한다. 화학물질이 폭우에 유출됐을 경우 시민들이 어떤 식으로 노출될 것인지 예측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 인프라 개선도 필요하다.
돌발 홍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면 대심도 터널도 건설해야 한다. 다만 그것보다는 학교 운동장을 파고 주차장을 짓고, 그 맨 아래에 빗물을 임시저장하는 시설도 도입할 수 있다. 이 빗물은 정원수로 화장실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강과 호수의 수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극심한 녹조의 창궐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해외 연구에서 보면 이런 기후변화 탓에 강과 호수의 질소 인을 줄여 녹조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과도한 녹조 발생은 정수 과정에서 남세균(남조류) 독소를 제거하는 데 더 큰 비용과 노력을 요구한다. 녹조 독소의 에어로졸화는 시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녹조 독소가 주민 콧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내 조사에서 확인됐다. 녹조로 생성된 유기물이 퇴적토에서 분해될 때는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녹조와 기후변화 사이의 악순환이 벌어진다.
녹조가 발생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농작물도 독소로 오염된다. 녹조 독소는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녹조 독소에 오염된 농작물은 먹어서도, 판매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가뭄에 대한 대책으로 댐과 도수로 같은 다양한 인프라를 건설하려 한다. 하지만 수십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극단적인 가뭄까지 상정한 시설은 무리다. 수십년에 한 번 사용할까 말까 하는 시설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짓는 게 과연 타당한가. 시설 유지 관리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차라리 일정한 피해를 감수하고 그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가뭄이나 홍수로부터 시민들의 생명은 지켜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기후 대응댐의 경우 인위적으로 담수를 하는 것이어서 댐 건설과 수몰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향후 국가 배출량 목록에 포함시켜야 할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하고 물을 채운 구간도 마찬가지다. 인위적인 배출로 볼 여지도 있어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 추가될 수도 있다. 홍수와 가뭄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온실가스만 배출하는 이른바 ‘기후대응댐’ 건설에는 신중해야 한다.
농촌의 기후 문제, 특히 물-식량 넥서스는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이슈다. 농업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지만, 농업이 갖는 기후 완화 효과도 있다. 식량안보는 말할 것도 없다.
농촌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 도입 문제는 차후 포럼에서 상세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기서도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물-식량-에너지-생물다양성 넥서스이기 때문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식량과 에너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이 물을 모으는 집수시설 역할을 할 수 있다.
농촌에서 늘어나고 있는 비닐하우스의 경우는 정반대다. 비닐하우스에 떨어진 빗물은 토양 속의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강으로 흘러간다.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려면 지하수를 끌어올려서 사용해야 한다. 이중으로 물을 고갈시킨다.
더욱이 4대강 보 근처에서는 비닐하우스의 겨울철 난방에 지하수를 사용하는 수막재배가 성행한다. 비닐하우스를 데우는 데 사용할 뿐 그냥 버려지기 때문에 물 사용 측면에서 엄청난 낭비다. 그럼에도 수막재배 농민들은 보에 물을 가득 채우기를 원하고, 그로 인해 여름철엔 녹조가 발생하고 수질이 악화하며,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아시다시피 4대강 보는 물고기 등 강 생물다양성을 해친다. 토종 물고기 대신 블루길 배스 같은 외래종만 득시글득시글한다. 흐르지 않고 호수처럼 정체된 수역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4대강 보는 홍수 때 걸리적거리기만 하고 강물 수위만 높일 뿐, 홍수 피해 저감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강둑이 무너지면 피해가 더 커진다.
물-식량-재해-생물다양성-시민건강 넥서스 차원에서 4대강 보는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