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전쟁이 아니라 '기후 투병'입니다

202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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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온 상승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엘니뇨가 기승을 부린 탓도 있겠지만 지난해와 올해 지구 평균 기온은 12개월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 12개월 동안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63도나 높았다고 합니다.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마지노선 1.5도를 넘어선 것입니다.
물론 1년치 기온 만으로 '기후'를 얘기하기는 이르지만, 이런 추세라면 몇 해 후부터는 엘니뇨 없이도 지속해서 1.5도 방어선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기후 전쟁'에서 인류는 패배한 것일까요?
2010년에 나온 하랄트 벨처의 책 <기후 전쟁(Klima Kriege>의 제목에서 보듯이 사람들은 기후 위기와 맞설 때 전쟁처럼 대한 게 아니었을까요?
벨처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기후 전쟁'이란 단어를 보면서 사람들은 인류와 기후변화가 대치하는 상황을 머리 속에 그리지 않았을까요?

기후 재앙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어떻게 피해 달아날까 고민하는 모습 말입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기후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후, 기후변화 자체를 적으로 삼고 대한다고 해서, 무조건 달아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의 안위를, 생존을 위협하는 것, 그것은 밖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무엇이기 때문입니다.
기후 위기를 불러온 것은 바로 우리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입니다.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이 위기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 인류가 불러온 것입니다.
그래서 기후 위기는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 혹은 고혈압 당뇨병 암과 같은 게 아닐까요?
기후 위기에 맞서는 우리 인류의 자세는 기후 전쟁이 아니라 '기후 투병'에 나선 것이 되어야 합니다.


기후 투병.

체중이 불어나는 비만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체중이 불어나면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체중 조절에 나섭니다.

체중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건강을 되찾으려면 체중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거죠.

고혈압이나 당뇨도 마찬가지 입니다. 때로는 수치가 치솟아도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암이라도 다를 게 없습니다. 암 진단을 받았다고 삶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항암치료를 하고 식이요법을 동원하고, 운동도 해야 합니다.


인류의 안위, 지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후 투병에 나서야 합니다.

병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내가 달라져야 합니다. 인류가 달라져야 합니다.

커다란 병에 걸린 사람이 매일 밤 파티를 벌이고, 화려한 식탁에 앉아 잔이 넘치도록 술을 따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포기하는 탄소 다이어트를 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기후 적응에도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 답을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가 더해져야 합니다. 


인류는 기후 투병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투병입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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