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지난 9일 밤에 시작됐다. 당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요당리에 위치한 ㈜케이앤티로지스틱스에서 불이 났다는 것이다. 유해화학물질 48톤을 비롯해 144종 361톤의 화학물질을 보관하고 있던 창고였다.
출동한 소방차는 물을 뿌렸고, 화학물질과 섞인 소방수는 빗물 관로를 통해 인근 소하천으로 흘러들었다. 화학물질이 유입된 관리천 7.4㎞ 구간에서 짙은 파란색으로 변했다. 환경부도, 지자체도 처음에는 물 색깔이 파랗게 변한 이유를 몰랐다.
환경부는 일주일이 지난 16일에야 사고 상황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에틸렌디아민(ethylenediamine)은 금속 성분과 결합하여 착색을 일으키는 특성이 있어 관리천이 푸른색을 띠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에틸렌디아민이 구리와 물에서 반응하면 짙은 파란 색을 띠는 독특한 복합체(complex)를 형성한다. 창고에서 흘러나온 에틸렌디아민이 하천에서 구리 같은 금속과 반응했다는 얘기다. 같은 창고에 보관하던 화학약품에 구리가 들어있을 수도 있지만, 주변 다른 공장에서 나온 폐수 속의 구리가 하천에 남아 있다가 반응했을 수도 있다.
화학사고는 해당 기업에 큰 타격
문제는 관리천이 평택시 상수원인 진위천으로 흘러든다는 점이다. 화성시와 평택시에는 비상이 걸렸다. 11곳에 관리천을 가로지르는 방제둑을 쌓아 흐름을 차단했다. 탱크로리를 동원, 오염수를 퍼 올려 폐수처리 전문업체 등에 처리를 맡겼다. 최종적으로 3만~5만 톤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고, 비용도 수백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등에서는 해당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해당 업체로서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는 ESG(환경·사회책임·거버넌스) 측면에서도 큰 과제를 던졌다. 현재 국내 ESG 평가에서 환경(E)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수질·대기오염, 폐기물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K-ESG 가이드라인 환경 분야 17개 문항에서 화학물질 안전 항목은 들어있지 않다.
이번 사고나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 멀리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 등에서 보듯이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힌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일단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후폭풍은 엄청나다. 사고 기업에 투자했다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사고예방·배출저감·품질개선 중요
화학물질 안전 분야에서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화학사고 예방과 화학물질 배출량 저감, 제품 내 유해물질 차단이다.
우선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평상시부터 대비해야 한다. 작업자들에 대한 교육, 방제 장비 확보, 시설 개선, 사고 대비 훈련 등이 필요하다.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화학물질의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10여 년 전 충북 지역에서 디클로로메탄 같은 발암물질을 공장 주변으로 다량 배출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정한 유해화학물질을 연간 1톤 이상 배출하는 업체는 ‘배출량 저감 계획서’를 5년마다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현재는 대상 물질이 디클로로메탄 등 9종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53종으로, 2030년에는 415종으로 대폭 늘게 된다.
생활용품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든지,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소비자들은 외면하게 되고 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품의 화학물질 기준치 준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MSCI엔 ‘독성물질 배출’ 항목
기업이 사고를 예방하는 데 힘쓰게 하고, 배출량을 줄이도록 정부가 규제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을 향상하도록 감시하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제나 감시만으로는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다. 사업장의 어느 공정에서, 어느 설비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고, 어느 부분이 사고에 취약한지 제일 잘 아는 것이 그 회사 관계자다.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정확히 아는 것도 그 회사 직원이다.
기업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고,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규제나 감시와 더불어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해야 하는 이유다.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의 ESG평가 항목을 보면, 환경(E) 분야에 ‘오염 폐기물: 독성물질 배출(발생 가능한 독성 발암물질 배출 수준과 환경관리시스템 구축 여부 평가)’ 항목이 들어있다. 또, 사회책임(S) 분야에도 ‘제품책임: 제품안전 품질, 화학적 안전성 (제품 내 유해물질 존재 가능성, 관련 규정 반영, 대체물질 개발 노력)’ 지표가 들어있다. 화학물질 안전 항목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자체도 화학 안전 평가 대상
그런 점에서 국내 ESG 평가에서도 화학물질 안전과 관련된 기업의 노력과 성과가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배출량의 획기적 저감을 위해 오염 방지를 위해 시설을 개선하고, 위해도가 낮은 물질로 대체하는 등 기업이 적극 대처한다면 기업에도 보상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사고 예방에 투자하고 노력하는 기업은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 ESG 평가에서도 화학물질 관리가 포함돼야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수장이나 하수처리장, 폐기물 소각·매립시설 등에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지자체의 사고 예방 노력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서 지역 내 공단이나 기업체에서 화학사고 발생에 대비하는 지자체의 능력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든, 지자체든 화학물질 관리에 실패하면 시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계속 들여다보고 개선해야 한다. 그 수단이 ESG 평가일 수 있다.
강찬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환경신데믹연구소장
사고는 지난 9일 밤에 시작됐다. 당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요당리에 위치한 ㈜케이앤티로지스틱스에서 불이 났다는 것이다. 유해화학물질 48톤을 비롯해 144종 361톤의 화학물질을 보관하고 있던 창고였다.
출동한 소방차는 물을 뿌렸고, 화학물질과 섞인 소방수는 빗물 관로를 통해 인근 소하천으로 흘러들었다. 화학물질이 유입된 관리천 7.4㎞ 구간에서 짙은 파란색으로 변했다. 환경부도, 지자체도 처음에는 물 색깔이 파랗게 변한 이유를 몰랐다.
환경부는 일주일이 지난 16일에야 사고 상황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에틸렌디아민(ethylenediamine)은 금속 성분과 결합하여 착색을 일으키는 특성이 있어 관리천이 푸른색을 띠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에틸렌디아민이 구리와 물에서 반응하면 짙은 파란 색을 띠는 독특한 복합체(complex)를 형성한다. 창고에서 흘러나온 에틸렌디아민이 하천에서 구리 같은 금속과 반응했다는 얘기다. 같은 창고에 보관하던 화학약품에 구리가 들어있을 수도 있지만, 주변 다른 공장에서 나온 폐수 속의 구리가 하천에 남아 있다가 반응했을 수도 있다.
화학사고는 해당 기업에 큰 타격
문제는 관리천이 평택시 상수원인 진위천으로 흘러든다는 점이다. 화성시와 평택시에는 비상이 걸렸다. 11곳에 관리천을 가로지르는 방제둑을 쌓아 흐름을 차단했다. 탱크로리를 동원, 오염수를 퍼 올려 폐수처리 전문업체 등에 처리를 맡겼다. 최종적으로 3만~5만 톤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고, 비용도 수백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등에서는 해당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해당 업체로서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는 ESG(환경·사회책임·거버넌스) 측면에서도 큰 과제를 던졌다. 현재 국내 ESG 평가에서 환경(E)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수질·대기오염, 폐기물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K-ESG 가이드라인 환경 분야 17개 문항에서 화학물질 안전 항목은 들어있지 않다.
이번 사고나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 멀리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 등에서 보듯이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힌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일단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후폭풍은 엄청나다. 사고 기업에 투자했다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사고예방·배출저감·품질개선 중요
화학물질 안전 분야에서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화학사고 예방과 화학물질 배출량 저감, 제품 내 유해물질 차단이다.
우선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평상시부터 대비해야 한다. 작업자들에 대한 교육, 방제 장비 확보, 시설 개선, 사고 대비 훈련 등이 필요하다.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화학물질의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10여 년 전 충북 지역에서 디클로로메탄 같은 발암물질을 공장 주변으로 다량 배출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정한 유해화학물질을 연간 1톤 이상 배출하는 업체는 ‘배출량 저감 계획서’를 5년마다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현재는 대상 물질이 디클로로메탄 등 9종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53종으로, 2030년에는 415종으로 대폭 늘게 된다.
생활용품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든지,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소비자들은 외면하게 되고 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품의 화학물질 기준치 준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MSCI엔 ‘독성물질 배출’ 항목
기업이 사고를 예방하는 데 힘쓰게 하고, 배출량을 줄이도록 정부가 규제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을 향상하도록 감시하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제나 감시만으로는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다. 사업장의 어느 공정에서, 어느 설비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고, 어느 부분이 사고에 취약한지 제일 잘 아는 것이 그 회사 관계자다.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정확히 아는 것도 그 회사 직원이다.
기업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고,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규제나 감시와 더불어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해야 하는 이유다.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의 ESG평가 항목을 보면, 환경(E) 분야에 ‘오염 폐기물: 독성물질 배출(발생 가능한 독성 발암물질 배출 수준과 환경관리시스템 구축 여부 평가)’ 항목이 들어있다. 또, 사회책임(S) 분야에도 ‘제품책임: 제품안전 품질, 화학적 안전성 (제품 내 유해물질 존재 가능성, 관련 규정 반영, 대체물질 개발 노력)’ 지표가 들어있다. 화학물질 안전 항목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자체도 화학 안전 평가 대상
그런 점에서 국내 ESG 평가에서도 화학물질 안전과 관련된 기업의 노력과 성과가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배출량의 획기적 저감을 위해 오염 방지를 위해 시설을 개선하고, 위해도가 낮은 물질로 대체하는 등 기업이 적극 대처한다면 기업에도 보상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사고 예방에 투자하고 노력하는 기업은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 ESG 평가에서도 화학물질 관리가 포함돼야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수장이나 하수처리장, 폐기물 소각·매립시설 등에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지자체의 사고 예방 노력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서 지역 내 공단이나 기업체에서 화학사고 발생에 대비하는 지자체의 능력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든, 지자체든 화학물질 관리에 실패하면 시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계속 들여다보고 개선해야 한다. 그 수단이 ESG 평가일 수 있다.
강찬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환경신데믹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