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는 오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새로운 바벨탑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거하는 도시를 건설할 것인가."
교황 레오 14세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회칙 《Magnifica Humanitas(위대한 인간성)》에서 던진 이 질문은 단순한 종교적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문명 전체를 향한 경고이자 성찰의 요청이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면, 이 질문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흔히 AI를 비물질적 기술로 생각한다.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이 나오고, 그림을 그리거나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디지털 서비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AI의 이면에는 거대한 물질 세계가 존재한다. 생성형 AI의 답변 하나 뒤에는 수천 개의 반도체와 수백 대의 서버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과 물, 광물 자원이 소비된다.
최근 세계는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중동 국가들은 물론 한국까지 앞다퉈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더 강력한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산 능력이 필요하고, 더 많은 연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큰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경쟁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경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전력 소비 시설이다. 일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는 중소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사용한다. 서버 냉각을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며, 반도체 생산에는 구리와 니켈, 리튬, 희토류 등 다양한 광물이 투입된다. AI는 클라우드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전소와 송전선, 냉각시설과 광산 위에 세워진 산업 체계다.
이 때문에 AI는 새로운 환경 문제를 낳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망 증설이 추진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소의 수명 연장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냉각수 사용은 지역 수자원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반도체와 서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비용도 결코 작지 않다.

대(大)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AI가 약속하는 미래의 편익과 현재의 환경 부담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차다. AI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교통과 산업 시스템을 최적화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학습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먼저 배출된다. 미래의 효율을 위해 현재의 환경 비용을 선지출하는 구조인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말한 "새로운 바벨탑"이라는 비유가 의미를 갖는다.
성경 속 바벨탑은 단순히 높이 쌓은 건축물이 아니었다. 인간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하늘에 도달하려 했던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다.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잊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을 때 바벨탑의 비극은 시작됐다.
교황은 회칙에서 현대 사회가 "바벨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효율성과 성장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고, 인간의 다양성과 존엄을 숫자와 데이터로 환원하며,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AI 경쟁은 이러한 위험을 안고 있다. 더 강력한 모델, 더 많은 데이터, 더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향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지 충분히 묻고 있는가. AI가 소비하는 전력은 어디서 오는가. 데이터센터를 식히기 위한 물은 누구의 몫인가.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 부담은 어느 지역사회가 감당하는가.
AI는 분명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의료 진단을 돕고,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며, 에너지 시스템을 효율화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의 존재가 아니라 기술의 방향이다. AI가 인간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도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무한한 성장과 경쟁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의 바벨탑은 더 이상 벽돌과 역청으로 쌓이지 않는다. 그것은 수십만 대의 서버와 초고압 송전선, 거대한 냉각시설과 끝없이 확장되는 전력 수요로 이루어진다. 과거의 바벨탑이 하늘에 닿으려 했다면, 오늘날의 바벨탑은 모든 지식을 연결하고 모든 판단을 자동화하려 한다.
교황 레오 14세가 던진 질문은 결국 기술 자체에 대한 찬반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문명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AI 시대의 핵심 쟁점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가 AI를 위해 건설하고 있는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체계가 과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도시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세워지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선택한 미래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지속가능한 문명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바벨탑의 그림자로 남을지는 아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인류는 오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새로운 바벨탑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거하는 도시를 건설할 것인가."
교황 레오 14세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회칙 《Magnifica Humanitas(위대한 인간성)》에서 던진 이 질문은 단순한 종교적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문명 전체를 향한 경고이자 성찰의 요청이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면, 이 질문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흔히 AI를 비물질적 기술로 생각한다.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이 나오고, 그림을 그리거나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디지털 서비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AI의 이면에는 거대한 물질 세계가 존재한다. 생성형 AI의 답변 하나 뒤에는 수천 개의 반도체와 수백 대의 서버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과 물, 광물 자원이 소비된다.
최근 세계는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중동 국가들은 물론 한국까지 앞다퉈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더 강력한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산 능력이 필요하고, 더 많은 연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큰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경쟁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경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전력 소비 시설이다. 일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는 중소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사용한다. 서버 냉각을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며, 반도체 생산에는 구리와 니켈, 리튬, 희토류 등 다양한 광물이 투입된다. AI는 클라우드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전소와 송전선, 냉각시설과 광산 위에 세워진 산업 체계다.
이 때문에 AI는 새로운 환경 문제를 낳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망 증설이 추진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소의 수명 연장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냉각수 사용은 지역 수자원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반도체와 서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비용도 결코 작지 않다.
대(大)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AI가 약속하는 미래의 편익과 현재의 환경 부담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차다. AI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교통과 산업 시스템을 최적화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학습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먼저 배출된다. 미래의 효율을 위해 현재의 환경 비용을 선지출하는 구조인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말한 "새로운 바벨탑"이라는 비유가 의미를 갖는다.
성경 속 바벨탑은 단순히 높이 쌓은 건축물이 아니었다. 인간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하늘에 도달하려 했던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다.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잊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을 때 바벨탑의 비극은 시작됐다.
교황은 회칙에서 현대 사회가 "바벨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효율성과 성장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고, 인간의 다양성과 존엄을 숫자와 데이터로 환원하며,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AI 경쟁은 이러한 위험을 안고 있다. 더 강력한 모델, 더 많은 데이터, 더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향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지 충분히 묻고 있는가. AI가 소비하는 전력은 어디서 오는가. 데이터센터를 식히기 위한 물은 누구의 몫인가.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 부담은 어느 지역사회가 감당하는가.
AI는 분명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의료 진단을 돕고,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며, 에너지 시스템을 효율화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의 존재가 아니라 기술의 방향이다. AI가 인간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도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무한한 성장과 경쟁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의 바벨탑은 더 이상 벽돌과 역청으로 쌓이지 않는다. 그것은 수십만 대의 서버와 초고압 송전선, 거대한 냉각시설과 끝없이 확장되는 전력 수요로 이루어진다. 과거의 바벨탑이 하늘에 닿으려 했다면, 오늘날의 바벨탑은 모든 지식을 연결하고 모든 판단을 자동화하려 한다.
교황 레오 14세가 던진 질문은 결국 기술 자체에 대한 찬반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문명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AI 시대의 핵심 쟁점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가 AI를 위해 건설하고 있는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체계가 과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도시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세워지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선택한 미래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지속가능한 문명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바벨탑의 그림자로 남을지는 아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