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영국의 기후와 에너지 수치가 의미하는 것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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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초, 영국을 다룬 두 개의 AFP 기사가 거의 동시에 보도됐다.

하나는 “2025년이 영국 역사상 가장 덥고 가장 햇볕이 많은 해였다”는 기후 관측 결과였고, 다른 하나는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전력 통계 분석이었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른 분야의 뉴스처럼 보이지만, 이 두 기사는 사실상 같은 현실의 원인과 결과를 각각 다른 각도에서 포착한 한 쌍의 기사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기사는 영국 기상청(Met Office)의 공식 발표를 인용해, 2025년이 영국 관측 역사상 가장 덥고 가장 일조량이 많은 해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영국의 연평균 기온은 10.09도로, 2022년에 세워졌던 기존 기록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영국의 연평균 기온이 10도를 초과한 해는 관측 이래 두 번째에 불과하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상위 10위 안에 드는 가장 더운 해들이 모두 최근 20년 안에 집중되어 있고, 최근 5년 중 4년이 상위 5위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시적인 이상 현상이 아니라, 영국의 기후 자체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영국 기상청은 이러한 기록의 배경으로 장기간 지속된 고기압 정체, 영국 주변 해역의 높은 해수면 온도, 봄과 여름에 반복된 맑고 건조한 날씨를 꼽았다.

실제로 2025년 봄과 여름에는 여러 차례 폭염이 발생했고, 봄철 강수량은 10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이 공식 선언됐고, 저수지 수위가 평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물 사용 제한 조치까지 시행됐다.

기상청은 이러한 현상이 “인간 활동에 의해 유발된 기후 변화의 예상된 결과와 일치한다”고 명확히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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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보도된 두 번째 기사는 기후·에너지 전문 매체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의 분석을 인용해, 2025년 영국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를 합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전력의 47%를 차지해, 가스 발전(28%)을 크게 앞섰다는 것이다. 석탄 발전은 2024년 말 마지막 발전소 폐쇄로 완전히 사라졌고, 원자력 발전은 설비 노후와 정비 중단 등의 영향으로 50년 만에 최저 수준인 11%까지 감소했다.

이 수치는 영국이 유럽 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기사는 동시에 전환의 이면도 함께 지적한다. 석탄 퇴출 이후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스 발전이 다시 늘어나면서, 2025년 영국 전력 부문의 탄소 집약도는 전년보다 소폭 악화됐다. 또한 전기차 보급 확대, 히트펌프 설치 증가, 데이터 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수 년 간의 감소세를 멈추고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점도 중요한 변화로 언급됐다.

 

이 두 기사를 함께 놓고 보면, 영국 사회가 처한 현실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편에서는 기후 변화가 이미 일상적 관측 기록을 바꾸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그 기후 변화가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염과 가뭄이 잦아질수록 냉방과 전력 수요는 늘어나고, 탄소 감축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그러나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력 안정성, 가스 의존, 원전 공백이라는 새로운 긴장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결국 이 두 기사는 “기후 변화의 가속”과 “에너지 전환의 가속”이 서로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 안에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는 전환을 촉진하고, 전환은 다시 기후 대응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영국의 2025년은 그 순환이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한 해였으며, 이 점에서 두 기사는 단순한 기록 보도를 넘어, 기후 시대에 들어선 국가가 어떤 압력과 제약 속에서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영국 사례가 한국에 주는 핵심 교훈은 무엇일까.

우선 에너지 믹스는 이분법으로 설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영국 사례는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라는 단순 구도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전환기에는 재생에너지–가스–원전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구조가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가스 발전은 구조적으로 다시 호출된다. 문제는 가스의 사용 여부가 아니라, 역할·규모·퇴출 경로를 명확히 관리하느냐다. 석탄을 줄인다고 자동으로 탈탄소가 되지 않는다. 대체 전원의 준비가 부족하면 가스 의존이 오히려 고착된다.

두 번째로 에너지 전환의 성패는 발전원이 아니라 운영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계통 유연성, 저장, 수요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떤 에너지 믹스도 가스 의존으로 귀결된다.

세 번째는 에너지 전환은 결국 기술 선택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라는 점이다. 전환 과정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관리할 전략이 없으면, 정책은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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