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를 섬기는 정치인, 녹조 독소 마시는 시민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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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 

해마다 여름이면 낙동강 녹조가 심해지고, 시민들은 정수장 취수구 근처를 가득 메운 녹조를 보며,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이 바로 이 물인가”라는 공포를 체감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낙동강은 여전히 시퍼런 녹조와 고인 물의 슬픔을 담고 흐른다.

아니, ‘흐르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강은 흘러야 하는데, 보에 갇혀 썩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애초에 가뭄 대비와 물 확보, 홍수 예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지난 10년은 그 모든 명분이 과학적으로 허구였음을 입증한 시간이었다.

취수량은 늘지 않았고, 취수구는 강 위에 떠 있어 보에 가둔 물을 실제로 쓸 수 없었다. 

여름철 홍수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극단적 기후 상황에서 보가 물 흐름을 막아 재해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런데도 보를 없애지 못한다. 왜일까.


보 해체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다

문제는 명확하다. 보는 생태적·과학적으로 해체되어야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절대 해체되지 않는다. 이 역설이 4대강 사업의 본질을 말해 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때마다 ‘보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꾸리고 일부 보(예: 세종보, 공주보 등)에 대해 해체 권고도 있었다. 그러나 그 권고는 대부분 실행되지 못했다. 선거가 끝나고 지방선거나 총선을 앞두자, ‘지역의 민심’을 핑계로 발을 뺐다.

특히 낙동강 유역의 대구·경북 지역은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보 해체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역풍이 두렵고, 국민의힘은 보 해체를 정치 보복으로 몰아가면서 자기 지지층을 결집시킨다. 결국, 4대강 문제는 환경도, 물도 아닌, ‘정체성 싸움’과 ‘선거 전략’의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정치인들은 보를 두려워하고 섬긴다. 보는 철거되지 않고, 물은 썩어가며, 국민은 녹조를 마신다.


생명과 과학을 외면한 정당 정치

국민의힘은 자신의 지지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녹조 독소로 오염된 농산물을 먹어야 하고, 녹조 독소 오염이 우려되는 수돗물을 마셔야 하고, 녹조 독소가 든 공기를 호흡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체 한다.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도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공약을 내세울 때는 마치 환경을 위하는 정의로운 정부를 자처하지만, 막상 집권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보 해체를 위한 단 한 번의 대규모 대중 캠페인조차 벌이지 않았고, 보수세력이 반대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국민에게 과학적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결국 ‘물러터진 개혁’이 되었고, 녹조 속 보만 남았다.

민주당은 이제 공약을 내세울 자격조차 없다. 공약은 약속이지만,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는 정당이 반복해서 그 말을 꺼내는 것은 정치적 기만이다. 이 문제는 단지 물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정치가 국민의 생명과 과학을 어떻게 외면해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녹조보다 두려운 것은 무관심이다

4대강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가 물리적으로 남아 있는 만큼, 그로 인한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더 두려운 것은 시민들의 무관심과 체념이다. “그게 언제적 이야기야”라는 반응이 퍼질수록, 정치인들은 더욱 쉽게 이 문제를 덮는다.

그러나 기억하자. 이 문제는 생태계의 건강이자 시민의 생명권이다. 우리가 마시는 물의 문제다.

정치가 회피한 진실은, 시민이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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