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은 에너지 전환의 해법이 될 수 없다

202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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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은 에너지 전환의 해법이 될 수 없다 – 기술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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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 세계는 차세대 에너지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그 중심에 최근 급부상한 기술이 있으니, 바로 ‘SMR(Small Modular Reactor)’, 즉 소형 모듈 원자로다. 한국 정부 또한 “부지 확보의 한계 속에서 SMR을 통해 전력 수요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며 개발과 수출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과도한 기술 낙관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SMR이 마치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고, 대형 원전의 위험성은 피할 수 있는 ‘마법의 솔루션’처럼 포장되고 있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SMR은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가능성일 뿐, 에너지 전환의 중심 해법이 되기엔 경제적·사회적 제약이 너무 크다.


1. SMR은 왜 등장했는가?

SMR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분명하다. 대형 원전의 건설이 사회적 수용성이나 입지 조건 등으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작고 안전한 소형 원자로를 활용해 분산형 전력 체계를 구축하자는 시도다. 특히 수도권처럼 전력 수요는 높지만 발전소 건립은 꺼리는 지역에 SMR을 설치하면 송전망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모듈화된 설계 덕분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덧붙여진다.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은 단서가 붙는다. 사회가 그것을 수용하고, 실제로 대량 설치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충족될 때만 실현 가능한 기대일 뿐이다.


2. 수도권에 SMR을 지을 수 있는가?

SMR 옹호론자들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장점은 도심 인근 설치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괴리된 주장이다. 수도권에 ‘원전’을 짓겠다는 발언은 곧바로 강력한 주민 반발과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작고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대다수 시민에게 원전은 여전히 ‘핵’이고, ‘방사능’이다. 그 공포는 크기나 기술로 쉽게 희석되지 않는다.

결국 수도권 전력망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SMR 구상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다. 그렇다면 수도권이 아니라면 어디에 설치할 수 있을까?


3. 외딴 지역? 농촌? 산업단지? 모두 어려운 선택지

SMR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또 다른 지역은 외딴 지역, 군사 기지, 산업단지, 농업·어촌 지역 등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다음과 같은 제약을 갖고 있다.

  • 외딴 지역은 전력 수요가 작아 고비용 SMR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조합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 농어촌 지역은 수도권 못지않은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의 분산 저장 가능성은 더 큰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 산업단지나 항만, 공항 등은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만, 사고 리스크와 보안 문제, 운영 주체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대규모 도입은 어렵다.

결국 SMR은 “어디에 설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설계 실패를 예고한다.


4. 경제성의 역설 – 깔아야 싸지는데, 깔 수가 없다

SMR은 규모의 경제에 기대는 기술이다. 즉, 많이 설치해야 단가가 낮아진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설치 가능한 부지가 제한되고 사회적 수용성도 낮으며, 안전과 폐기물 이슈가 산적해 있다. 이로 인해 수요 기반이 불충분하고, 따라서 대량 생산의 기회 자체가 차단된다.

대표적으로 미국 NuScale 프로젝트는 경제성 부족으로 중단되었고, 캐나다·영국에서도 정부 보조금 없이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계에서도 “국내에서는 비싼 장난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AR6) 보고서에 따르면, SMR의 전력 생산 단가(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LCOE)는 다음과 같다.


항목LCOE (USD/MWh)

기존 대형 원전42–102
SMR 실증 단계131–190
SMR nth-of-a-kind90–150


기술이 성숙한 후에도 여전히 경제적 경쟁력이 대형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에 비해 낮은 것이다.


5. 핵폐기물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지만, SMR은 ‘작다’고 해서 폐기물이 줄어드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설계가 혼재되고, 각기 다른 폐기물 형태가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더 복잡한 폐기물 관리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에 SMR이 분산 설치될 경우, 임시 저장소 또한 전국에 흩어지게 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사용후 핵연료의 최종 처분장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SMR을 다수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지역 갈등과 사회 불신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6.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 사회의 문제다

SMR은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발전이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수용의 문제이며, 정치적 조율과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총체적 판단의 문제다.

우리는 종종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서 ‘기술 만능주의’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에너지 전환은 국민이 수용하고, 지역이 함께 설계하며, 제도와 시장이 함께 작동하는 통합적 접근에서 출발해야 한다.


7. 우리가 다시 그려야 할 대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작고 안전한 원자로’가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지역 분산형 재생에너지 체계, 신뢰 가능한 전력 시장,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다.

  • 수도권 문제는 SMR이 아닌 수요관리와 송전망 개선,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 농어촌 전력 보급은 재생에너지+저장장치 조합이 훨씬 현실적이다.

  • 탄소중립 전력 전략은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안전 강화, 전력 시장의 합리적 개편, 수요자율조절 시스템 등 포괄적 방안이 필요하다.

SMR은 이 중 하나의 보완적 기술일 수는 있으나, 결코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다. 우리는 지금, “SMR을 사회가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에 진지하게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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