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긴장에 모래도 한몫....수요 많아 대만 영해까지 침범
세계 바닷모래 채취 연 60억톤...물고기 서식처 파괴 우려 커져
한국 서·남해에서 연간 900만 ㎥ 이상 채취...생태계 피해 걱정

중국 선박의 불법 모래 채취 단속하는 대만 해경
중국과 대만 사이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여기에 모래를 둘러싼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2년 8월 3일 중국이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조치는 하루 전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한 것을 두고 경제 보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았다. 대만에 수출할 정도로 중국 내 천연 모래가 남아돌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 선박들이 대만의 영해까지 들어가 모래를 불법적으로 채취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많다. 2020년에만 3991척의 중국 불법 모래 채취선이 적발됐다.
중국의 불법 모래 채취로 인해 생태 환경·수산 자원 서식지 파손, 중국 잠수함 공격 차단 기능 약화 그리고 해저케이블 손상 등을 우려한 대만 당국은 진작부터 단속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21년에는 665척, 2022년 224척으로 크게 줄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중국의 ‘적반하장’에 대만 입법원(국회)은 지난해 12월 18일 ‘토석채취법’과 ‘중화민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중국 선박이 대만 영해에서 불법적으로 모래를 취채하다 적발되면 누가 소유했는지와 관계없이 해당 선박과 관련 장비를 몰수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이에 앞서 대만 당국은 2022년 4월 26일 펑후지역 치메이섬 남서쪽 54마일 지점 대만 영해인 대만탄(台灣灘)에서 모래를 불법 채취하던 중국의 '화이 9호'를 나포 후 압류했다. 하지만, 체포된 작업자가 자기 소유 선박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바람에 화이 9호를 풀어줘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
중국 모래 수요 5배로 늘어나
중국과 대만이 ‘모래 전쟁’을 벌이는 데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중국의 모래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구에서 물 다음으로 많이 끌어다 사용하는 자원이 바로 모래이고, 그 절반을 중국이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모래 소비량은 2014년 67억 톤으로 최고조에 달했고 이후에도 62억~66억 톤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 1인당으로 따지면 연간 4.8톤으로, 전 세계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은 이 엄청난 수요를 천연모래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제조 모래’로 채우고 있다. 천연모래는 주로 강이나 바닷가, 육상, 해역 등에서 직접 채취하는 것을 말하고, 제조 모래는 주로 암석이나 광산 찌꺼기를 인위적으로, 기계적으로 부수고 체로 걸러 만든다. 모래 중에는 콘크리트 등에서 분리 재활용한 모래(2차 모래, 순환 모래)도 있다.
최근 중국과학원 도시환경연구소와 중국과학원대학교 등 국제연구팀은 중국 내 모래 수급 상황을 담은 짧은 논문을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저널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1995~2020년 사이 중국 내 전체 모래 공급은 14억 톤에서 70억 톤으로 5배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천연모래의 공급은 2010년 28억 톤을 고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천 모래 채취에 대해 규제가 시작된 탓이다. 천연모래는 연간 15억 톤 수준으로 안정화됐다. 총 모래 공급량에서 천연모래의 비율은 1995년 80%에서 2020년 21%로 감소했다.
수요의 70% 이상을 제조 모래로 충당
1980~90년대 중국 상하이의 건축물들은 양쯔강 연안에서 채취한 모래로 지어졌다. 모래는 금방 고갈됐고, 강가와 하천 바닥의 모래가 없어지면서 다리와 제방이 붕괴하고 홍수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2000년 양쯔강 중·하류에서의 모래 채취를 금지했다. 모래 채취장은 상하이에서 600㎞ 상류에 위치한 장시성 북부 양쯔강 남안에 있는 포양호로 이동했다(이시 히로유키, 『모래전쟁』, 페이퍼로드).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 채취장으로 변한 포양호에서는 모래 불법 채취가 너무 심해서 호수 수위가 내려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에드 콘웨이, 『물질의 세계』, 인플루엔셜)
천연모래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1995~2020년 사이 중국의 제조 모래 공급은 연평균 13%의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00년 이전에는 제조 모래의 공급량이 연간 5억 톤 미만이었지만, 2001년 이후에는 빠르게 늘었고, 2011년 이후에는 공급량이 천연모래를 추월했다. 2015년 이후 중국의 제조 모래 공급량은 주로 중국의 도시화 진행 속도 둔화로 인해 연간 47억~55억 톤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변화는 천연모래가 제조 모래보다 비싸다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제조 모래는 천연모래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조 모래 역시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채석장을 개발하는 경우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천연모래 채취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제조 모래에 대한 홍보 강화 때문에 천연모래 공급은 2010~2020년 사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천연모래 자원에 대한 수요를 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거된 시설의 모래 극히 일부만 재활용
1995~2020년 사이 천연모래와 제조 모래 등 중국의 총 모래 누적 공급량은 1084억톤에 이르렀다. 일부 손실을 제외한 1009억 톤이 각종 건축물과 인프라에 투입됐고, 이 가운데 33억 톤은 수명이 다해 철거됐다.
철거된 시설에서 나온 모래 가운데 실제 재활용된 것은 1억 톤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매립됐다.
순환 모래가 널리 사용되지 못하는 것은 여기저기서 모은 모래는 품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콘크리트 강도와 내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에 붙은 시멘트 등 잔여물을 떼어내는 작업도 쉽지 않다.
더욱이 모래를 순환할 경우 모래가 마모돼 모양이 둥글어지고, 물이나 시멘트와 혼합돼도 충분한 결합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사막 모래를 골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래가 너무 미세하고 잘 부숴진다는 것도 있지만, 결합력이 약한 탓도 있다. 표면이 만질만질한 사막 모래는 시멘트에 섞어 쓰기에는 너무 곱고, 모서리가 없어 서로 엉키지도 않는다(이시 히로유키, 『모래전쟁』).
모래 고갈은 세계적인 문제

해상 모래 채취 장면
모래 고갈 문제는 중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세계적인 문제다. 개발도상국의 인구 증가와 급속한 도시화 탓이다.
모래에다 자갈까지 더하면 전 세계 육상과 해상에서 매년 500억 톤의 골재가 채취된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모래 채취량은 연간 130억 톤을 웃돌았는데, 이는 자연 보충 속도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더욱이 수 많은 댐으로 인해 하천과 바다로 들어오는 모래는 줄고 있다.
모래 수요는 계속 늘어나 2030년까지 모래 수요는 연간 200억 톤 이상, 최대 490억 톤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WORLD6 모델에 포함된 모래, 자갈, 분쇄된 암석 및 돌의 글로벌 생산율, 시장 가격 및 장기 공급에 대한 간단한 시스템 역학 모델. 왼쪽 그래프는 전 세계 모래 수요(붉은색)와 공급가능량(파란색)(단위는 연간 10억톤). 오른쪽 그래프는 모래 가격 전망(단위는 세제곱m당 미국 달러). [자료: Harald U. Sverdrup et al., in BioPhysical Economics and Resource Vol. 2; 2017년 5월]
일부 연구에서는 2050년에는 전 세계에서 건축용 모래가 고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9월 나온 유엔환경계획(UNEP)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에서는 매년 60억 톤의 모래가 채취되고 있다. 매일 덤프트럭 100만 대 분량의 바닷모래가 바다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이처럼 모래 채굴의 급증은 자원 고갈 자체도 문제이지만, 하천에서는 강둑 침식, 해안에서는 해안 침식 문제를 야기하고, 생물다양성 손실, 수질 악화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빈스 베이저는 『모래가 만든 세계』(까치)라는 책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생태계이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바다 밑바닥에서 모래를 그토록 많이 파내면 해양 생물의 서식지가 모조리 파괴된다는 것이다. 최신식 준설선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바닷모래를 빨아들이는데,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바닥 퇴적물의 미생물까지 싹싹 쓸어 담는다.
준설 과정에서 뿌옇게 피어오른 침전물은 오랜 시간 물속을 떠다니게 된다. 바닷물의 혼탁도가 높아지면 물고기나 갑각류를 비롯한 생명체는 호흡하기가 어려워진다.
채취한 모래를 해안에 대규모로 쌓아두기도 하는데, 산호초 같은 민감한 생태계가 두터운 모래로 뒤덮여 질식하는 경우도 생긴다.
불법 채취와 불법 노동 뒤엔 모래 마피아가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발간한 책 '사라지는 모래'의 표지.
모래 채취에 규제가 가해지고, 이를 피해 불법적으로 채취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불법 채취와 불법 노동이 어우러져 ‘모래 마피아’가 등장한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오린 필키(지질학) 명예교수는 지난 2022년 『사라지는 모래: 채굴로 인해 해변이 사라지다(Vanishing Sands: Losing Beaches to Mining)』이란 책에서 “‘모래 마피아’로 알려진 범죄 조직은 불법 채굴 작업을 보호하기 위해 점점 더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키 교수는 책의 저자 6명 중 한 명이다.
지난 2월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의 “모래 마피아가 지구를 약탈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전 세계 모래 시장 규모를 추정했다.
미국 지질조사국 광물 상품 요약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에서 연간 거래되는 모래의 가치는 최대 7850억 달러(약 1092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달리기 때문에 건설에 부적합한 모래가 불법적인 형태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브라질 연방 경찰 전문가 루이스 페르난도 라마돈은 전 세계 불법 모래 거래 규모가 연간 2000억~3500억 달러(278조~48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사는 소개했다.
모래 마피아가 활동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북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이다. 모로코에서는 매년 최대 6000만 톤의 모래가 해변에서 불도저로 치우거나 긁어내고 삽으로 퍼내 콘크리트의 골재로 사용된다.
자메이카에서는 2008년 7월 하룻밤 사이에 500대분의 깨끗한 백사장이 공공 해변에서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당국은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인근 리조트 두 곳에서 모래가 부족한 해변을 채우는 데 이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냈다.
수입 모래로 국토를 넓히는 싱가포르

새만금 간척 사업 현장에서 바다 밑바닥 펄을 퍼올리고 있다. 바닷물과 함께 올라온 펄은 바닥에 계속 쌓이고 바닷물은 다시 바다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매립지역을 넓혀나가는 방식이다. 강찬수 기자
필키 교수 등의 책에서는 싱가포르 사례도 소개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가난한 이웃 국가의 해변에서 채굴한 모래를 사용해 국토를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여 년 동안 6억톤이 넘는 모래를 수입했고, 일부는 168㎢(서울시 면적의 28%)의 매립지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모래를 수입해왔는데, 이들 국가는 싱가포르에 모래를 수출하는 것을 차례차례 제한하고 금지했다.
지난해 11월 23일 AFP는 지나친 모래 준설로 인해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에 있는 집들이 강으로 무너져 내리는 등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류 수력발전 댐 건설로 인해 모래가 내려오지 않고, 여기에 과도한 모래 채취가 이뤄지면서 해안선 침식이 심각해진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2018년 메콩강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2040년까지 퇴적물의 양이 최대 97%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모래가 줄어들면 강의 흐름은 더 가벼워지고 빨라지며 더 빠른 속도로 제방에 부딪히고, 제방 침식은 가속화한다. 정부는 2016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서 최소 750㎞의 강둑과 약 2000채의 가옥이 침수된 것으로 집계했다.
베트남 자연재해예방통제총국에 따르면 약 2만 가구가 위험 때문에 이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보다 훨씬 많은 50만 명이 집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모래 공급량은 연간 4726만 ㎥

국내 서남해 바닷모래 채취 장소. [자료: 한국해양조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2021년도 국내 골재 수급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골재 총 채취량은 약 1억3574만㎥ 이었고, 이 중 모래가 약 4726만 ㎥ (35%), 자갈은 약 8,848만㎥(65%)이었다.
국내 골재 채취량에서 모래가 차지하는 양은 약 4726만㎥로 전체 채취량의 약 35%를 차지한다. 모래 가운데 선별파쇄 모래 채취가 2240만㎥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바닷모래 922만 ㎥, 산림 모래 760만 ㎥, 육상모래 303만 ㎥, 선별 세척 모래 355만 ㎥, 하천 모래 24만 ㎥, 기타 신고 모래 127만㎥로 모래의 채취원이 매우 다양하다
바닷모래는 2021년 922만㎥가 채취됐는데, 2019년에는 230만㎥, 2020년 740만㎥이었다. 2년 사이에 4배로 늘어난 양이다.
922만㎥ 를 25톤 트럭에 싣는다면 54만5562대를 채울 수 있고, 이들 트럭을 한 줄로 세운다면 6000km로 서울~부산을 7번 왕복하는 거리다.
트럭 1대 당 16.9㎥ 을 실을 수 있고, 트럭 길이 9m와 트럭 사이 2m 간격을 고려한 것이다.
바닷모래는 인천광역시의 옹진군과 충남 태안군 등 연안과 서·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채취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남해 EEZ에서 2000~2020년 사이 채취한 바닷모래는 모두 6440만㎥이고, 서해 EEZ에서 채취한 바닷모래는 6303만㎥이다. 서·남해 EEZ에서 2000~2020년 사이 채취한 바닷모래는 1억2743㎥에 이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바다 골재는 전량이 모래인데, 바닷모래는 주로 서해와 남해에 분포한다”면서 “바닷모래는 일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채취되는 특징이 있어 어느 한 지역에서 채취가 어려워지면 모래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양 조사 결과 적극 공개해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과정에서 진행된 낙동강 모래 채취와 준설 장면. 상수원인 낙동강 중상류에서 오염 방지를 위한 오탁방지막도 설치하지 않은 채 준설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국내 바닷모래 채취가 늘어나면서 해양 환경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해 2월 옹진군 골재채취 허가와 관련해 성명을 통해 “30년 넘게 인천 앞바다에서 바닷모래가 퍼올려지고 있지만,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해저지형변화, 수산자원변화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연구가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인천광역시는 해양환경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녹색연합은 “한쪽에서는 바닷모래를 퍼내고, 인근의 해수욕장에서는 모래가 유실돼 양빈(養濱, 해안침식 저감·방지 또는 해안 안정성 제고 등을 위해 모래 등이 퇴적된 해안에 인위적으로 모래를 공급하여 넓히는 것)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인천 앞바다에서 십수년째 벌어지고 있다”면서 “바닷모래를 퍼내는 사이 인근의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해양보호구역 풀등의 면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해안침식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대책은 세우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할 때에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 등에서는 EZZ 골재채취단지 해양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고,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서·남해 골재채취해역 해저 지형변화 모니터링 용역사업도 진행한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서나 해양환경영향조사서 등을 정보 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기업의 지식재산권 대상이라거나 조사 결과가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바닷모래 채취 해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서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해역에서 당연히 나와야 할 일부 오염물질의 농도를 ‘불검출’로 표시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해양환경 변화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면서 “전문가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토를 거쳐 골재채취업계와 수산업종사자 등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바닷모래 채취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중국-대만 긴장에 모래도 한몫....수요 많아 대만 영해까지 침범
세계 바닷모래 채취 연 60억톤...물고기 서식처 파괴 우려 커져
한국 서·남해에서 연간 900만 ㎥ 이상 채취...생태계 피해 걱정
중국 선박의 불법 모래 채취 단속하는 대만 해경
중국과 대만 사이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여기에 모래를 둘러싼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2년 8월 3일 중국이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조치는 하루 전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한 것을 두고 경제 보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았다. 대만에 수출할 정도로 중국 내 천연 모래가 남아돌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 선박들이 대만의 영해까지 들어가 모래를 불법적으로 채취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많다. 2020년에만 3991척의 중국 불법 모래 채취선이 적발됐다.
중국의 불법 모래 채취로 인해 생태 환경·수산 자원 서식지 파손, 중국 잠수함 공격 차단 기능 약화 그리고 해저케이블 손상 등을 우려한 대만 당국은 진작부터 단속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21년에는 665척, 2022년 224척으로 크게 줄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중국의 ‘적반하장’에 대만 입법원(국회)은 지난해 12월 18일 ‘토석채취법’과 ‘중화민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중국 선박이 대만 영해에서 불법적으로 모래를 취채하다 적발되면 누가 소유했는지와 관계없이 해당 선박과 관련 장비를 몰수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이에 앞서 대만 당국은 2022년 4월 26일 펑후지역 치메이섬 남서쪽 54마일 지점 대만 영해인 대만탄(台灣灘)에서 모래를 불법 채취하던 중국의 '화이 9호'를 나포 후 압류했다. 하지만, 체포된 작업자가 자기 소유 선박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바람에 화이 9호를 풀어줘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
중국 모래 수요 5배로 늘어나
중국과 대만이 ‘모래 전쟁’을 벌이는 데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중국의 모래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구에서 물 다음으로 많이 끌어다 사용하는 자원이 바로 모래이고, 그 절반을 중국이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모래 소비량은 2014년 67억 톤으로 최고조에 달했고 이후에도 62억~66억 톤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 1인당으로 따지면 연간 4.8톤으로, 전 세계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은 이 엄청난 수요를 천연모래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제조 모래’로 채우고 있다. 천연모래는 주로 강이나 바닷가, 육상, 해역 등에서 직접 채취하는 것을 말하고, 제조 모래는 주로 암석이나 광산 찌꺼기를 인위적으로, 기계적으로 부수고 체로 걸러 만든다. 모래 중에는 콘크리트 등에서 분리 재활용한 모래(2차 모래, 순환 모래)도 있다.
최근 중국과학원 도시환경연구소와 중국과학원대학교 등 국제연구팀은 중국 내 모래 수급 상황을 담은 짧은 논문을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저널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1995~2020년 사이 중국 내 전체 모래 공급은 14억 톤에서 70억 톤으로 5배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천연모래의 공급은 2010년 28억 톤을 고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천 모래 채취에 대해 규제가 시작된 탓이다. 천연모래는 연간 15억 톤 수준으로 안정화됐다. 총 모래 공급량에서 천연모래의 비율은 1995년 80%에서 2020년 21%로 감소했다.
수요의 70% 이상을 제조 모래로 충당
1980~90년대 중국 상하이의 건축물들은 양쯔강 연안에서 채취한 모래로 지어졌다. 모래는 금방 고갈됐고, 강가와 하천 바닥의 모래가 없어지면서 다리와 제방이 붕괴하고 홍수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2000년 양쯔강 중·하류에서의 모래 채취를 금지했다. 모래 채취장은 상하이에서 600㎞ 상류에 위치한 장시성 북부 양쯔강 남안에 있는 포양호로 이동했다(이시 히로유키, 『모래전쟁』, 페이퍼로드).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 채취장으로 변한 포양호에서는 모래 불법 채취가 너무 심해서 호수 수위가 내려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에드 콘웨이, 『물질의 세계』, 인플루엔셜)
천연모래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1995~2020년 사이 중국의 제조 모래 공급은 연평균 13%의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00년 이전에는 제조 모래의 공급량이 연간 5억 톤 미만이었지만, 2001년 이후에는 빠르게 늘었고, 2011년 이후에는 공급량이 천연모래를 추월했다. 2015년 이후 중국의 제조 모래 공급량은 주로 중국의 도시화 진행 속도 둔화로 인해 연간 47억~55억 톤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변화는 천연모래가 제조 모래보다 비싸다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제조 모래는 천연모래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조 모래 역시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채석장을 개발하는 경우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천연모래 채취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제조 모래에 대한 홍보 강화 때문에 천연모래 공급은 2010~2020년 사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천연모래 자원에 대한 수요를 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거된 시설의 모래 극히 일부만 재활용
1995~2020년 사이 천연모래와 제조 모래 등 중국의 총 모래 누적 공급량은 1084억톤에 이르렀다. 일부 손실을 제외한 1009억 톤이 각종 건축물과 인프라에 투입됐고, 이 가운데 33억 톤은 수명이 다해 철거됐다.
철거된 시설에서 나온 모래 가운데 실제 재활용된 것은 1억 톤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매립됐다.
순환 모래가 널리 사용되지 못하는 것은 여기저기서 모은 모래는 품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콘크리트 강도와 내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에 붙은 시멘트 등 잔여물을 떼어내는 작업도 쉽지 않다.
더욱이 모래를 순환할 경우 모래가 마모돼 모양이 둥글어지고, 물이나 시멘트와 혼합돼도 충분한 결합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사막 모래를 골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래가 너무 미세하고 잘 부숴진다는 것도 있지만, 결합력이 약한 탓도 있다. 표면이 만질만질한 사막 모래는 시멘트에 섞어 쓰기에는 너무 곱고, 모서리가 없어 서로 엉키지도 않는다(이시 히로유키, 『모래전쟁』).
모래 고갈은 세계적인 문제
해상 모래 채취 장면
모래 고갈 문제는 중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세계적인 문제다. 개발도상국의 인구 증가와 급속한 도시화 탓이다.
모래에다 자갈까지 더하면 전 세계 육상과 해상에서 매년 500억 톤의 골재가 채취된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모래 채취량은 연간 130억 톤을 웃돌았는데, 이는 자연 보충 속도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더욱이 수 많은 댐으로 인해 하천과 바다로 들어오는 모래는 줄고 있다.
모래 수요는 계속 늘어나 2030년까지 모래 수요는 연간 200억 톤 이상, 최대 490억 톤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WORLD6 모델에 포함된 모래, 자갈, 분쇄된 암석 및 돌의 글로벌 생산율, 시장 가격 및 장기 공급에 대한 간단한 시스템 역학 모델. 왼쪽 그래프는 전 세계 모래 수요(붉은색)와 공급가능량(파란색)(단위는 연간 10억톤). 오른쪽 그래프는 모래 가격 전망(단위는 세제곱m당 미국 달러). [자료: Harald U. Sverdrup et al., in BioPhysical Economics and Resource Vol. 2; 2017년 5월]
일부 연구에서는 2050년에는 전 세계에서 건축용 모래가 고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9월 나온 유엔환경계획(UNEP)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에서는 매년 60억 톤의 모래가 채취되고 있다. 매일 덤프트럭 100만 대 분량의 바닷모래가 바다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이처럼 모래 채굴의 급증은 자원 고갈 자체도 문제이지만, 하천에서는 강둑 침식, 해안에서는 해안 침식 문제를 야기하고, 생물다양성 손실, 수질 악화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빈스 베이저는 『모래가 만든 세계』(까치)라는 책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생태계이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바다 밑바닥에서 모래를 그토록 많이 파내면 해양 생물의 서식지가 모조리 파괴된다는 것이다. 최신식 준설선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바닷모래를 빨아들이는데,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바닥 퇴적물의 미생물까지 싹싹 쓸어 담는다.
준설 과정에서 뿌옇게 피어오른 침전물은 오랜 시간 물속을 떠다니게 된다. 바닷물의 혼탁도가 높아지면 물고기나 갑각류를 비롯한 생명체는 호흡하기가 어려워진다.
채취한 모래를 해안에 대규모로 쌓아두기도 하는데, 산호초 같은 민감한 생태계가 두터운 모래로 뒤덮여 질식하는 경우도 생긴다.
불법 채취와 불법 노동 뒤엔 모래 마피아가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발간한 책 '사라지는 모래'의 표지.
모래 채취에 규제가 가해지고, 이를 피해 불법적으로 채취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불법 채취와 불법 노동이 어우러져 ‘모래 마피아’가 등장한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오린 필키(지질학) 명예교수는 지난 2022년 『사라지는 모래: 채굴로 인해 해변이 사라지다(Vanishing Sands: Losing Beaches to Mining)』이란 책에서 “‘모래 마피아’로 알려진 범죄 조직은 불법 채굴 작업을 보호하기 위해 점점 더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키 교수는 책의 저자 6명 중 한 명이다.
지난 2월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의 “모래 마피아가 지구를 약탈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전 세계 모래 시장 규모를 추정했다.
미국 지질조사국 광물 상품 요약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에서 연간 거래되는 모래의 가치는 최대 7850억 달러(약 1092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달리기 때문에 건설에 부적합한 모래가 불법적인 형태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브라질 연방 경찰 전문가 루이스 페르난도 라마돈은 전 세계 불법 모래 거래 규모가 연간 2000억~3500억 달러(278조~48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사는 소개했다.
모래 마피아가 활동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북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이다. 모로코에서는 매년 최대 6000만 톤의 모래가 해변에서 불도저로 치우거나 긁어내고 삽으로 퍼내 콘크리트의 골재로 사용된다.
자메이카에서는 2008년 7월 하룻밤 사이에 500대분의 깨끗한 백사장이 공공 해변에서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당국은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인근 리조트 두 곳에서 모래가 부족한 해변을 채우는 데 이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냈다.
수입 모래로 국토를 넓히는 싱가포르
새만금 간척 사업 현장에서 바다 밑바닥 펄을 퍼올리고 있다. 바닷물과 함께 올라온 펄은 바닥에 계속 쌓이고 바닷물은 다시 바다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매립지역을 넓혀나가는 방식이다. 강찬수 기자
필키 교수 등의 책에서는 싱가포르 사례도 소개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가난한 이웃 국가의 해변에서 채굴한 모래를 사용해 국토를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여 년 동안 6억톤이 넘는 모래를 수입했고, 일부는 168㎢(서울시 면적의 28%)의 매립지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모래를 수입해왔는데, 이들 국가는 싱가포르에 모래를 수출하는 것을 차례차례 제한하고 금지했다.
지난해 11월 23일 AFP는 지나친 모래 준설로 인해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에 있는 집들이 강으로 무너져 내리는 등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류 수력발전 댐 건설로 인해 모래가 내려오지 않고, 여기에 과도한 모래 채취가 이뤄지면서 해안선 침식이 심각해진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2018년 메콩강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2040년까지 퇴적물의 양이 최대 97%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모래가 줄어들면 강의 흐름은 더 가벼워지고 빨라지며 더 빠른 속도로 제방에 부딪히고, 제방 침식은 가속화한다. 정부는 2016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서 최소 750㎞의 강둑과 약 2000채의 가옥이 침수된 것으로 집계했다.
베트남 자연재해예방통제총국에 따르면 약 2만 가구가 위험 때문에 이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보다 훨씬 많은 50만 명이 집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모래 공급량은 연간 4726만 ㎥
국내 서남해 바닷모래 채취 장소. [자료: 한국해양조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2021년도 국내 골재 수급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골재 총 채취량은 약 1억3574만㎥ 이었고, 이 중 모래가 약 4726만 ㎥ (35%), 자갈은 약 8,848만㎥(65%)이었다.
국내 골재 채취량에서 모래가 차지하는 양은 약 4726만㎥로 전체 채취량의 약 35%를 차지한다. 모래 가운데 선별파쇄 모래 채취가 2240만㎥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바닷모래 922만 ㎥, 산림 모래 760만 ㎥, 육상모래 303만 ㎥, 선별 세척 모래 355만 ㎥, 하천 모래 24만 ㎥, 기타 신고 모래 127만㎥로 모래의 채취원이 매우 다양하다
바닷모래는 2021년 922만㎥가 채취됐는데, 2019년에는 230만㎥, 2020년 740만㎥이었다. 2년 사이에 4배로 늘어난 양이다.
922만㎥ 를 25톤 트럭에 싣는다면 54만5562대를 채울 수 있고, 이들 트럭을 한 줄로 세운다면 6000km로 서울~부산을 7번 왕복하는 거리다.
트럭 1대 당 16.9㎥ 을 실을 수 있고, 트럭 길이 9m와 트럭 사이 2m 간격을 고려한 것이다.
바닷모래는 인천광역시의 옹진군과 충남 태안군 등 연안과 서·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채취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남해 EEZ에서 2000~2020년 사이 채취한 바닷모래는 모두 6440만㎥이고, 서해 EEZ에서 채취한 바닷모래는 6303만㎥이다. 서·남해 EEZ에서 2000~2020년 사이 채취한 바닷모래는 1억2743㎥에 이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바다 골재는 전량이 모래인데, 바닷모래는 주로 서해와 남해에 분포한다”면서 “바닷모래는 일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채취되는 특징이 있어 어느 한 지역에서 채취가 어려워지면 모래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양 조사 결과 적극 공개해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과정에서 진행된 낙동강 모래 채취와 준설 장면. 상수원인 낙동강 중상류에서 오염 방지를 위한 오탁방지막도 설치하지 않은 채 준설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국내 바닷모래 채취가 늘어나면서 해양 환경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해 2월 옹진군 골재채취 허가와 관련해 성명을 통해 “30년 넘게 인천 앞바다에서 바닷모래가 퍼올려지고 있지만,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해저지형변화, 수산자원변화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연구가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인천광역시는 해양환경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녹색연합은 “한쪽에서는 바닷모래를 퍼내고, 인근의 해수욕장에서는 모래가 유실돼 양빈(養濱, 해안침식 저감·방지 또는 해안 안정성 제고 등을 위해 모래 등이 퇴적된 해안에 인위적으로 모래를 공급하여 넓히는 것)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인천 앞바다에서 십수년째 벌어지고 있다”면서 “바닷모래를 퍼내는 사이 인근의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해양보호구역 풀등의 면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해안침식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대책은 세우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할 때에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 등에서는 EZZ 골재채취단지 해양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고,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서·남해 골재채취해역 해저 지형변화 모니터링 용역사업도 진행한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서나 해양환경영향조사서 등을 정보 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기업의 지식재산권 대상이라거나 조사 결과가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바닷모래 채취 해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서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해역에서 당연히 나와야 할 일부 오염물질의 농도를 ‘불검출’로 표시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해양환경 변화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면서 “전문가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토를 거쳐 골재채취업계와 수산업종사자 등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바닷모래 채취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