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CO2 없애면서 항해하는 화물선 나올까

2025-07-06
조회수 734

해운산업 전 세계 배출량 3% 차지
IMO·EU 등 CO2 감축 압력 높아져
선박 굴뚝 배출가스 해수에 녹이고
석회석 넣어 ‘중화’ 후 바다로 방출
LA~상하이 컨테이너선 시뮬레이션
10년 운항에도 해양 영향은 미미해
생태계 영향 추가 조사연구는 필요

대형 컨테이너 선박. 국제 해운업계에 대형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사진: 픽사베이

대형 컨테이너 선박. 국제 해운업계에 대형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유조선 등 약 5만 척의 선박을 보유한 전 세계 해운 산업은 연간 10억 톤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다.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로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하지만 이들 선박의 배출량은 어느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선박 운항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나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이미 규제도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석회석을 싣고 다니면서 배기가스를 곧바로 처리한다면 선박 굴뚝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난징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등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선박 운항에서 배출되는 CO2를 석회석과 함께 바닷물에 녹인 뒤 해양으로 재방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선박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

이 시스템은 대기와 해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적인 화학 반응을 모방한 것인데, 천천히 일어나는 과정을 인위적으로 대폭 반응 속도를 높인 것이다.

대기로 배출된 CO2는 바닷물에 녹아들고, 바닷물은 산성화된다. CO2가 물(H2O)과 반응했을 때 수소이온(H+)이 떨어져 나온 결과다. 이때 퇴적토 등에 있는 석회석(CaCO3)이 바닷물에 녹아들고, 수소이온과 반응하면서 중탄산 이온(HCO3-)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산성화된 바닷물을 중화하게 된다.

지구의 긴 역사를 통해 대기 중의 CO2와 바닷속 석회석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바닷물의 화학적 균형을 맞춰왔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대기 중으로 CO2를 배출하는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연적으로 석회석이 녹아드는 속도를 크게 추월했고, 해양 산성화로 이어졌다.

USC 등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선박을 운항하면서 펌프로 퍼 올린 바닷물에 CO2가 든 배출가스와 함께 석회석을 녹이는 방식이다. 선박에서 나온 CO2 가운데 절반은 바닷물에 녹아들어 중탄산 이온이 되고, 생성된 중탄산 이온은 바닷물과 함께 다시 바다로 방출된다. 이른바 석회석의 가속 풍화(accelerated weathering of limestone, AWL) 방법이다.

선박에서 AWL 방법으로 CO2 감축을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선박은 바닷물을 퍼 올려 석회암을 빠르게 용해시킬 수 있다 ▶선박은 석회암을 싣고 다닐 수 있다 ▶약 15노트로 이동하는 선박 개구부 자체가 물 펌프이므로 AWL의 높은 에너지 수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선박은 이동하며 난류를 발생시키는데, 항해 동안 중탄산염 이온을 해양에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컨테이너선의 석회석 가속풍화(AWL) 반응 시스템. 주 엔진 배출가스에서 발생하는 CO2, 석회석(CaCO3), 그리고 표층 해수는 선상 반응기 내부에서 산-염기 중화 반응을 통해 반응해 선박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고 탄소를 중탄산염 이온으로 격리한다. [자료: Science Advances, 2025]컨테이너선의 석회석 가속풍화(AWL) 반응 시스템. 주 엔진 배출가스에서 발생하는 CO2, 석회석(CaCO3), 그리고 표층 해수는 선상 반응기 내부에서 산-염기 중화 반응을 통해 반응해 선박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고 탄소를 중탄산염 이온으로 격리한다. [자료: Science Advances, 2025]


하루 석회석 538톤 사용하는 꼴

연구팀은 길이 20피트(6.1m)인 컨테이너 1만 개를 적재하는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이 시스템의 효율성과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모델링했다.

이 선박(크기 약 335m x 46m x 27m)이 15노트(시속 약 27.8km)로 항해할 때 CO2 농도가 5%인 배기가스를 초당 70㎥ 배출한다고 가정하고, CO2 배출량의 약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시뮬레이션했다.

이런 조건을 달성하려면 운항 시 바닷물을 초당 30m³를 사용해야 하고, 매일 12 TEU(Twenty-foot Equivalent Unit, 1 TEU는 20피트 길이의 표준 컨테이너 1개 분량)의 석회석을 소비해야 한다. 하루에 약 400㎥의 석회석(분말 중 공기 비율이 50%라고 하면 무게로는 약 538톤)을 사용하는 셈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중국 상하이 사이를 대형 컨테이너선이 운행하며 석회석 가속 풍화(AWL) 시스템을 가동했을 때 주변 표층 해수의 산성도(pH) 변화 규모. 위에서부터 1년, 5년, 10년 운항에 따른 영향. [자료: Science Advances, 2025]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중국 상하이 사이를 대형 컨테이너선이 운행하며 석회석 가속 풍화(AWL) 시스템을 가동했을 때 주변 표층 해수의 산성도(pH) 변화 규모. 위에서부터 1년, 5년, 10년 운항에 따른 영향. [자료: Science Advances, 2025]


해양 산성도(pH) 변화 거의 없어

연구팀은 10년 동안 해당 컨테이너 선박이 같은 경로(로스엔젤레스~상하이)로 계속 운행했을 때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해당 경로에서 알칼리도(alkalinity, 중탄산·탄산·수산화 이온 등 바닷물의 염기성 용량)의 증가는 자연 농도의 약 1.5% 이내, 바닷물 산성도(pH) 변화는 0.005 단위 이내로 미미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해운 산업 전체 약 5만 척의 선박이 모두 같은 속도로 방출한다면, 1년 후 해양 상층의 알칼리도 증가는 자연 수준의 약 0.1%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해양의 산성도에는 거의 변화가 없고 해양 알칼리도 농도도 미미한 수준의 변화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해양에 미치는 화학적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생태적 영향이 작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와 시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바닷물에 CO2를 인위적으로 녹이는 방법을 대규모로 적용하면 바닷물의 용존산소 농도를 떨어뜨려 생태계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8771e32d5d443.png


IMO, 2027년 선박 배출권 거래제 시행

한편, 국제 해운을 규제하는 유엔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해운 산업의 2008년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절반을 2050년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IMO는 특히 2027년 3월 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대형 선박(선박 내부 용적을 말하는 총톤수(GT) 기준으로 5000 GT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전 세계 최초의 글로벌 탄소 가격 메커니즘이다. 배출권 거래제라고 해도 전통적인 할당-거래(cap and trade) 방식이 아닌, 연료 집약도 기준으로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2028년이 첫 산정 연도가 되며, 매년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다.

IMO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기준선(target)을 정해놓고, 선박의 배출 성적에 따라 차등적인 비용(carbon price, 탄소세)을 부과하게 된다.

먼저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의 탄소집약도가 엄격한 기준선인 직접 감축 목표선(direct target)을 초과하면 CO2 1톤당 100달러를 내야 한다. 느슨한 기준인 기본 감축 목표선(Base Target)까지 초과했다면 CO2 1톤당 380달러를 내야 한다.

반대로, 어떤 선박이 기준보다 더 많이 감축했다면 감축한 만큼 ‘잉여 단위(surplus units)’를 받는다. 일종의 배출 저감 실적 인증서인데, 이는 다른 해운사에 판매할 수도 있고, 남겨뒀다가 자체 배출 초과분을 보전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배출권 거래제라고 한다.


EU, 지난해부터 선박과 EU-ETS 연계

지난해부터 유럽연합(EU)에서는 EU 영내 항구에 입항하는 5000 GT 이상의 선박에 대해 배출한 CO2 1톤당 약 10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EU 배출권거래제 (EU-ETS)에 따라 배출권을 구입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는 선박 배출량의 40%에만 부과했고, 올해는 70%에 대해 부과하고 있다. 또, 지금은 CO2에 대해서만 부과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비율을 100%로 높이고 메탄이나 아산화질소 배출량에 대해서도 부과할 예정이다.

EU 영내 항구를 오가는 경우는 항해 거리 전체에서 배출한 양에 대해 부과하고, EU 항구에 정박 중일 때 배출한 것에도 100% 부과한다. 다만 EU 영외에서 EU 항구로 들어오거나 EU 항구에서 외부로 나간 경우는 전체 항로 거리의 절반에 대해서만 부과한다.

지난해에는 CO2 1톤당 80~100유로가 부과됐다. 이러한 부과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톤당 100유로 이상의 벌금이 부과되고, 반복해서 위반하면 EU 항구 입항 금지 조치도 가능하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