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들어설까...이재명 대통령 업무 개시

202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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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 분야 전향적 공약 많아
2035 감축 목표 설정 시급한 과제
재생에너지 확대, 원전 현수준 유지
공시 등 ESG 정책 속도 붙을 전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14일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엄지를 들어 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14일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엄지를 들어 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예상한 대로 승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 행위를 벌인 데 대해 국민이 표로 심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4일 오전 6시 21분 대통령 업무를 공식 시작했다.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겠지만, 당장 급한 일은 개각을 구성하고 각 부처 장관을 임명하는 일이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좋은 인물만 고른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급한 일은 5년 동안 이재명 정부가 할 일, 즉 국정과제를 이제 세부적으로 정하는 일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 후보와 민주당이 많은 공약을 내놓았지만, 전부를 국정과제로 담을 수는 없다. 당연히 정책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이고, 예산 뒷받침도 돼야 하고, 국민 호응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인수위원회 없이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인수위 역할을 겸할 ‘국정기획위원회’를 구성, 두 달 정도 운영하면서 국정과제를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이재명 정부의 밑그림, 5년 동안의 로드맵이 완성될 것이다.

그럼에도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과 발언을 통해 다가올 이재명 정부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미리 그려볼 수는 있다. 전체적으로는 보수 정권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권으로 교체됐기 때문에 정책에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에너지 분야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김혜경 여사와 함께 꽃다발을 받고서 시민들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김혜경 여사와 함께 꽃다발을 받고서 시민들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무 일원화, 견제와 균형 무너질 수도

이재명 정부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기후에너지부의 신설이다. 대통령의 의지도 강한 편이다. 현행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실과 환경부의 기후탄소정책실을 합치는 안이 유력하다. 여기에 기상청이 외청으로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해서 기후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로 삼고,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등 국내외 이슈에도 적극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없지 않다. 기능을 단순히 떼어와서 합치는 것보다는 좀 더 높은 차원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산업부의 에너지 안보 정책과 환경부의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이 서로 맞서면서 균형을 맞춰 왔는데, 한 부처로 합치면 자칫 한쪽으로 기울어질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교통부의 하천관리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와 수질·수자원 업무가 통합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가 전국 곳곳에 댐을 짓겠다고 나서는 등 수자원 문제에 너무 치우치면서 개발부처로 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들도 지금처럼 에너지 업무를 산업부에서 계속 맡는 것을 선호한다. 에너지 업무가 산업부에서 떨어져 기후 측면에서 다뤄진다면 전기요금이 인상돼 부담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논란이 벌어져도 이재명 정부에서는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을 쉽게 개정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던 윤석열 정부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리 줄일 것인가, 나중으로 미룰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 NDC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2035 NDC를 52% 감축으로 상향한다’고 공약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빠졌는데, 집권한 이후에도 이런 수준의 목표를 제시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더욱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에서도 기후 정책이 주춤해지는 상황이고, 국내 산업 부문의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강한 목표를 정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곧바로 2031년 이후 탄소중립을 달성할 2050년까지 연도별, 부문별로 세부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을 제기한 청소년·시민단체 등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헌재는 2030년 이후의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은 헌법 불일치라고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연도별 감축 목표를 정할 때 처음에 많이 줄이는 것보다 외려 뒤로 갈수록 더 많이 감축하는 쪽을 택했는데, 2031년 이후는 이재명 정부가 끝난 후여서 감축 목표를 어떤 식으로 정할지 주목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RE 100 정책 적극 추진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의 도입과 데이터센터 확장, 반도체 산업의 지원 등이 모두 에너지 공급 확대와 맞물려 있는데,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주민 주도의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을 ‘햇빛·바람 연금’이라고 부르며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양광 이격 거리 규제를 개선하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해 재생에너지 기반을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산업단지와 일반건물, 주차장 등에 지붕형 태양광을 확대하고, 도심에는 건물 외장재에 태양광 발전 기능을 더한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전북의 새만금, 경기 남동부, 전남 등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기 남동부에는 RE100(재생에너지 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고, 전남 RE100 산단도 조기에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후보는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도 발표했다. 20GW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력을 주요 산업 지대로 송전하는 해상전력망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2030년까지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2040년까지는 동해안과도 잇는 ‘U’자형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를 확대 건설한다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

이 대통령은 후보 TV 토론에서 “RE100은 글로벌 기업들이 정한 원칙인데, ‘우린 못한다’ 하면 우리는 수출을 못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라는 불규칙성이 본질이라 (전력이 남아돌 때는) ESS(에너지저장시스템)로 전력을 저장하고 (전력이 부족할 때에는 ESS로 전력을) 공급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SMR 찬성해도 현실 도입은 어려워

이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어느 것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섞어 쓰자는 것”이라는 말했는데, 이것이 기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후보 토론에서 그는 원전을 가리켜 “위험한 에너지”라면서도 기존 원전과 수명 연장이 가능한 원전은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가동 연한이 지났더라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더 쓰는 것을 검토하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추가 원전 건설에는 부정적이다. “사고가 잘 안 나겠지만 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것이 50년에 한 번이든 100년에 한 번이든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안전성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특히 “추가로 원전을 국내 어딘가에 짓는다면 어디 터가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SMR(소형모듈원자로) 이런 것은 연구해야 한다. 그 예산은 (이미) 다 통과하지 않았느냐”고 말한 바 있어 SMR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부지가 없어 추가 원전 건설이 힘들다고 한다면서 SMR 개발과 보급에는 찬성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 SMR이라고 해도 수도권 등 인구 밀집지역, 농업지역이나 청정지역에 부지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기존 원자력발전소에 SMR을 추가로 설치한다면 차라리 대형 원전을 짓는 것보다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재명 정부는 지난 2월에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차 전기본에서는 오는 2038년의 원전 발전 비중을 35%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29%로 정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좀 더 높이는 장기 계획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충남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충남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정의로운 전환도 과제

이재명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를 공약으로 내놓았는데, 이 경우 공정한 전환이라는 과제가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도 필요하고,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침체하게 될 지역의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도 잘 따져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석탄과 핵발전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에너지 부문에서 큰 변화가 이뤄진다면, 전기요금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에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면 에너지집약형 산업 유치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현재는 생산지와 소비지의 전력요금이 같은데, 장기적으로는 차등을 둬야 한다. 송전에 비용이 드니까 차등을 두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차등을 통해) 비용을 낮추면 서남해안, 호남, 경남 지역에 데이터센터나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면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피하기 어렵지만, 정부 출범 직후에는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경제 상황이 너무 나빠 당장 손대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다양한 감세 공약을 제시했고, 전기요금 인상도 미뤘다. 2022년 대선 당시에 내세웠던 탄소세 공약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다른 공약도 마찬가지지만 이 후보의 기후에너지 공약에서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경제에서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는데, 별도의 세원 없이 기후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는 낮추더라도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체 조세 부담은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기후에너지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노란봉투법 개정 주목

한편, 이 대통령은 ESG 기본법 제정에 찬성하는 등 ESG 정책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하 KoSIF)이 발송한 ‘ESG·기후·재생에너지 정책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이 대통령은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부터 단계적으로 공시 의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주요 이해관계자와 협의해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ESG 공시 의무화가 빠르면 2027년, 늦어도 2028년에는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이나 노란봉투법 개정을 공약했는데, 이 역시 기업의 ESG 경영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월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과 재계는 주주의 소송 위험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했고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노란봉투법’, 정식으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일명 징벌적 손배)를 제한하고,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이다.

민주당이 상법이나 노란봉투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한 만큼 이 대통령이 의지만 있다면 입법에는 장애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야당 때 그랬던 것처럼 집권 직후 곧바로 밀어붙일 것인지 다른 사정을 고려하면서 뜸을 들일 것인지도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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