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다에 탄소 가라앉히면 '탄소 크레딧' 확보할 수 있을까

202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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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구팀 ‘생물 탄소 펌프’ 역할 분석
생물 배설물·사체가 심해에 저장되는 것
평균 50년간 격리되는 탄소 연간 28억톤
2023~2050년 생태계서비스 가치 7조달러
탄소시장 연계하려면 ‘추가성’ 입증 필요

지난 2015년 8월 센티넬-2A 인공위성이 발틱해 중부에서 촬영한 조류 대발생,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한 식물플랑크톤이 심해에 가라앉으면 대기 중의 탄소를 격리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생물학적 탄소 펌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료;ESA]
지난 2015년 8월 센티넬-2A 인공위성이 발틱해 중부에서 촬영한 조류 대발생,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한 식물플랑크톤이 심해에 가라앉으면 대기 중의 탄소를 격리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생물학적 탄소 펌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료;ESA]

나무를 심어 탄소를 흡수했을 때 탄소 크레딧을 얻는 것처럼 깊은 바다 아래에 탄소를 격리할 경우에도 탄소 크레딧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다 아래에 탄소를 저장하는 탄소포집저장(CCS)이 아니라, 해양생태계가 자연적으로 탄소를 격리하는 과정이 잘 유지되도록 투자했을 때도 탄소 크레딧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은 기업이나 개인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제거한 만큼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인증된 권리를 말한다.

스웨덴 세계해사대학(World Maritime University)과 미국 델라웨어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생물학적 탄소 펌프’를 통해 깊은 바다로 이동해 50년 이상 격리되는 탄소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28억1000만톤(탄소톤)에 이른다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발표했다.



생물학적 탄소 펌프(biological carbon pump, BCP)는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 어류와 해양포유류 등의 배설물이나 사체 등이 수동적으로 바다밑에 가라앉고 심해로 이동해 수년에서 수백 년 동안 격리되는 것을 말한다.

50년 동안 격리된 상태로 남아 있는 탄소는 대부분(~80%)은 수심 300~2000m 깊이에 도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BCP가 없었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지금보다 약 200ppm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연구팀은 해저에서 탄소가 격리되는 기간을 평균 50년으로 정해 분석했다. 격리 기간을 25년이나 75년으로 잡을 수도 있었지만, 넷제로 목표에 가까워질 2050년 이후까지도 탄소를 계속 저장할 수 있고, 인간의 시간 척도에서 이해하기 쉽다는 점에서 50년을 채택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생물학적 탄소 펌프.
생물학적 탄소 펌프.


EEZ 내 탄소격리 연간 11억6000만톤

해저로 이동해 50년 동안 격리되는 탄소의 양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28억1000만 톤(2.81 기가 탄소톤(GtC), 추정 범위 2.44~3.53 GtC/년)으로 추산됐다. 격리되는 양은 열대 해역에 가장 많이 집중됐고, 그 다음으로 온대 해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열대 지방과 남극해에서 이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동태평양과 서인도양,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대륙의 서부 해안에서 가장 높았지만, 대륙의 아메리카 동부 해안과 동중국해에서는 낮았다.

50년 탄소 격리의 대부분(59%)은 국가 관할권 밖 해역(areas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ABNJ)에서 발생했는데, 연간 16억5000만톤(1.43~2.1GtC/년)으로 추산됐다. 또, 배타적 경제 수역(EEZ)에서는 41%에 해당하는 연간 11억6000만톤(1.02~1.43GtC/년)을 차지했다.

ABNJ나 EEZ와 겹치지만, 생물다양성 협약에서 정의한 ‘생태학적 및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지역(Ecologically and Biologically Significant Areas, EBSA)’에서 전 세계 50년 격리의 약 27%(연간 7억7000만톤, 0.67~0.95GtC/년)가 발생했다. EBSA의 80% 이상은 ABNJ에 위치해 있다.

생물학적 탄소 펌프(BCP)에 의한 50년 탄소 격리 속도를 공간적으로 나타낸 지도. 하늘색 선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를 나타낸다. 등고선은 연간 1, 10, 25, 50 및 100ktC 이상의 영역을 나타낸다. [자료: Nature Climate Chnage, 2025]
생물학적 탄소 펌프(BCP)에 의한 50년 탄소 격리 속도를 공간적으로 나타낸 지도. 하늘색 선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를 나타낸다. 등고선은 연간 1, 10, 25, 50 및 100ktC 이상의 영역을 나타낸다. [자료: Nature Climate Chnage, 2025]


한국 EEZ 내 탄소 격리 연간 185만톤

국가별 EEZ에서 발생하는 탄소 격리의 양을 보면, 면적당 50년 탄소 격리량(tC/㎢)은 EEZ 면적과 항상 비례하지는 않았다. EEZ에 대륙붕이 넓게 발달하면 탄소 격리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해외 영토를 포함해 가장 넓은 EEZ를 가진 호주·프랑스·러시아·영국·미국 등 5개국은 연간 2억4600만톤의 탄소를 격리, 전체 50년 격리의 23%를 차지했다. 칠레·에콰도르·오만·페루·나미비아 등은 EEZ 면적이 작은 편인데도, 면적당 격리율이 세계 평균보다 높았다.

키리바시·미크로네시아·세이셸과 같은 군소 도서 개발도상국(SIDS)의 경우 EEZ는 전체 50년 격리율의 11%를 차지했다. 비주권 SIDS를 포함하면 최대 13%에 이르렀다. 주권 SIDS가 39개에 불과하고 비주권 SIDS가 20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한국은 EEZ 면적이 34만7671㎢로, 분석대상 128개국 가운데 면적이 61위로 중간 수준이었다. 한국 EEZ에서의 탄소 격리량은 연간 185만5368톤(tC)으로 추산됐다. 전체 EEZ 격리량의 0.16%를 차지했고, 순위로는 74위에 머물렀다.

일본은 EEZ 면적이 407만㎢(9위)이며, 격리량은 연간 2287만톤(13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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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탄소 펌프에 의한 50년 탄소 격리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해역(핫스팟). 보라색 해역은 해양 표면의 10%를 차지하지만 글로벌 탄소 격리의 30% 차지하며, 보라색과 녹색 해역 해역은 해양 표면의 30%를 차지하면서 탄소 격리의 58%를 차지한다. EEZ는 하늘색 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Nature Climate Change, 2025]


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연간 1조 달러

연구팀은 이런 BCP의 탄소 제거 격리라는 생태계 서비스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했다.

50년 격리율을 기준으로 BCP 탄소 격리의 글로벌 가치(ABNJ와 모든 EEZ의 합계)는 CO2 1톤당 90달러 기준으로 약 1조 달러(약 1470조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모든 나라의 EEZ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다 더하면 연간 3830억 달러(약 563조 4000억 원)에 이르고,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해역에서는 연간 5450억 달러(약 801조7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EEZ의 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2023~2030년 합계 가치(할인율 2% 적용, CO2 1톤당 90달러 기준)는 2조2000억 달러(약 3236조원)에 이른다. 2023~2050년의 경우는 7조 달러로 추정됐다.

이에 비해 할인율 4%와 CO2 1톤당 45달러 가격 기준을 적용하면, 2030년까지 1조 달러, 2050년까지 2.7조 달러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으로 BCP가 기후 위기 완화와 경제적 측면에서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과 탄소 격리에서 대규모 해양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탄소시장 개발, 과학적·재정적·기술적 과제 극복해야

연구팀은 논문에서 BCP를 통한 탄소 격리가 탄소 시장으로 개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BCP 탄소 서비스는 상당한 기후적 중요성과 잠재적 경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보호되지 않고 아직 글로벌 재고 조사 또는 탄소 상쇄 시장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는 자연적인 해양 생물 탄소 펌프를 통한 탄소 격리는 국가 탄소 배출량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양생태계의 자연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EEZ 내에서 인위적으로 관리되는 격리 프로젝트가 있다면, 향후 국제 기준에 따라 인정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BCP 크레딧 시장을 개발하려면 과학적·재정적·기술적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해로 이동된 탄소가 어떻게 격리되는지, 얼마나 오래 격리되는지, 누출될 위험은 없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정량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인간 활동이 BCP 탄소 격리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정량화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연구팀은 BCP에서 생성된 탄소 크레딧이 탄소 시장에서 매매되려면 BCP 탄소 격리를 보호하거나 복원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격리량이 늘어났다는 점, 즉 추가성(additionality)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를 계속 격리할 수 있도록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활동, 또는 훼손된 해양생태계를 복원하는 활동 등에 투자하고, 그것이 BCP 증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에는 남획, 심해 채굴, 준설, 운송 및 오염 등을 방지하는 활동이 포함될 수 다.

이러한 활동을 연장해 자국의 EEZ뿐만 아니라 ‘해양 대국’인 군소 도서국가의 EEZ 생태계 보존 활동을 지원하고 투자한 결과로 탄소 격리가 복원됐다면, 투자한 기업이 탄소 크레딧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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