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고속도로를 태양광 패널로 덮는다면....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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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 생산량 4배 넘는 전력 생산

전 세계 운송 부문 CO2 배출 상쇄 가능

눈비 교통사고 사망자도 10% 이상 줄여

25년 운영에 14조4200억달러 수익 예상

기술개발과 전력망 확충 등 과제도 많아

 도로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례. [자료: Energy Trend]

 지구 상에는 320만㎞에 이르는 고속도로가 있다. 적도를 따라 지구를 251바퀴 돌 수 있는 엄청난 길이다. 이 같은 전 세계 고속도로를 태양광 패널로 덮는다면 전력 생산과 온실가스 감축,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등으로 커다란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고속도로를 태양광 패널로 뒤덮는다면 미국의 연간 에너지 생산량의 4배가 넘는 연간 17.85PWh(페타와트시, 1경7580조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전 세계 총 탄소배출량의 28.78%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태양광 패널 터널은 세계적으로 15만 건의 도로교통 사망 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해 연간 4300억 달러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 고속도로 태양광의 56%는 MWh당 미화 100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설치가 가능하고,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25년 동안 운영한다면 14조4200억 달러(1경9670조 원)의 순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연구팀 ‘지구의 미래’ 논문 발표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중국과학원 지리과학·자연자원 연구소와 중국 칭화대 에너지전환·사회개발연구센터,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공학과 등의 연구팀이 최근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라는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공개됐다.

태양광 패널로 고속도로 지붕을 덮으면 화석 연료에서 나오는 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녹색 전기가 생산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기여한다.  이 태양광 패널 시스템은 고속도로의 차량을 악천후로부터 보호해 교통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자료: Earth's Future, 2024]

연구팀은 전 세계 도로 목록화 사업(Global Roads Inventory Project, GRIP)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22개국의 도로망을 분석했으며, 이 가운데 고속도로 면적 1㎡당 4.84kW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태양광 패널은 고속도로 바깥쪽으로 10도 기울기로 고정하고, 빗물이 자연스럽게 태양광 패널을 청소하면서 배수가 되는 것을 가정했다. 기울어진 패널은 수평으로 고정된 패널보다 전력을 0.76% 적게 생산하지만, 빗물이 패널 위 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상쇄될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은 고속도로보다 5.5m 위에 설치하는데, 고속도로 위 태양광 패널 지지대 구조 비용은 지상에 설치한 경우보다 약 4배 수준으로 반영했다.

태양광 패널의 설치 비용과 수명을 고려한 균등화 발전비용(LCOE) 계산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의 자료를 활용했다. 글로벌 LCOE 값은 MWh당 미화 44~380 달러인데, 대부분(56%)은 60~120달러 범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 1757만 GWh 전력 생산 잠재력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의 발전 잠재력. (a) 1' x 1' 격자별 잠재력 (b) 국가별 잠재력. 국가별 잠재력은 중국(CN)이 연간 3650테라와트시(TWh)로 가장 높고, 한국(KR)은 171 TWh로 평가됐다. [자료: Earth's Future, 2024]


연구팀의 분석 결과, 전 세계 고속도로에 태양광 패널을 10도 기울인 각도로 설치하면 설치 용량이 1만3087GW(기가와트)에 해당한다. 이 태양광 패널은 위도와 도로의 방향 등을 고려했을 때 연간 17.85PWh(페타와트시, 1경7580조와트시), 1757만800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은 연간 365만GWh, 유럽 연합(EU) 국가 209만 GWh, 미국 200만 GWh의 잠재력을 갖는 것으로 계산됐는데, 이들 지역은 넓은 토지와 잘 발달된 고속도로 네트워크 덕분에 글로벌 잠재력의 44%를 차지한다.

고속도로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화석 연료를 태워 생산하는 전력을 대체할 수 있으므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기여한다. 각국의 그리드 배출계수를 고려한 결과, 전 세계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66 기가톤(Gt), 즉 96억6000만톤 만큼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계산됐다.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의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은 전 세계 총 배출량의 약 28.78%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개도국에 투자해 배출권 얻는 방법도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 설치로 얻을 수 있는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 [자료: Earth's Future, 2024]


운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이 69억 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 운송 시스템의 탄소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운송 부문 배출량과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의 감축 잠재력을 국가 단위로 따져본다면, 세계 주요 배출국 중에서 중국과 인도만이 고속도로 태양광 발전을 통해 교통 부문의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고속도로 외에 다른 도로에도 태양광 패널을 추가 설치해서 연간 1357만 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추가 생산해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연간 16.98 Gt로 증가시킨다면 대부분 국가가 운송 부문의 CO2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로 온실가스 감축을 인증받은 다음 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얻을 수 있고, 기업들이 배출권을 얻기 위해 개발도상국 고속도로에 투자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도로를 덮는 태양광 패널이 눈비와 진눈깨비 등으로 인한 전 세계 교통사고 사망자를 10.8%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사망자 14만5413명을 줄이고, 사회경제적 부담을 4266억±1617억 달러(2649억~5883억 달러)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잘 설계된 태양광 패널은 운전자를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하고, 일출과 일몰 시에 눈부심 관련 사고를 줄일 수 있다. 한국이나 중국 동부, 태국, 방글라데시 등과 같이 고속도로 밀도가 높은 사고 발생 지역에서 사망자 감소가 집중될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연구팀은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이 도로포장의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방음벽 역할로 도로 주변 주민을 고속도로 소음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은 도로에서 곧바로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충전소 역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건설과 병행하는 게 바람직”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 설치를 통한 도로 교통사고 사망 예방 효과. 1' x 1' 격자별로 계산한 값이다.  [자료: Earth's Future, 2024]


하지만, 고속도로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첫째, 태양광 패널 지지대를 튼튼하게 설치하면서도 비용은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건조지역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세척하는 데 필요한 수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 모듈의 발전 효율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한 전력을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전력망의 확충이 필요하다. 넷째,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이 생산하는 전력의 간헐성을 수용할 수 있는 전력시스템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

다섯째, 고속도로 태양광 패널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합리적인 시장 메커니즘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초기 설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패널과 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계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50년까지 전 세계 고속도로 길이가 지금보다 15.9~25.3%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점도 고려 대상이다.

아울러 태양광 패널의 설계·관리가 잘되지 않으면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빗물이 모여 고속도로 표면에 쏟아질 경우 운전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빛과 그림자 패턴의 변화가 교통사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태양광 패널 아래에서 연속해서 장거리 주행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태양광 패널의 발전 효율은 다양한 지리적 조건, 기후 조건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 국가별로 LCOE가 달리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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