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교수 “ESG가 사치품일 수도 있지만…”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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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퇴에 ESG에 관심 줄어

투자성과 밝힌 연구 드문 탓도

핵심 분야 투자는 계속 될 듯

 

ESG 펀드의 흐름(단위: 10억 달러). 양수값은 유입, 음수는 유출을 의미함.

자료: Alyssa Stankiewicz “Sustainable Funds Hit by Weaker Demand in Q3 2023,” Morningstar (October 23, 2023).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사치재)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사치품처럼 ESG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ESG의 핵심 부분에 대한 투자만큼은 상황이 나빠젿ㅎ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기업 지배구조 연구 이니셔티브’ 소장이면서 스탠퍼드 대학의 ‘기업 거버넌스를 위한 록 센터(Rock Center)’의 데이비드 라커 교수 등은 이달 초 ‘스탠포드 클로저 룩 시리즈(Stanford Closer Look Series)’에 ESG의 최근 동향에 대해 기고했다.

 

전화 회의 때 ESG 언급 급감

라커 교수 등은 이 글에서 최근 ESG에 대한 기업과 투자자의 관심과 열정이 줄어든 정황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우선 수년간 대규모 순유입을 경험한 미국 기반의 지속가능성 펀드가 최근 유출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역시 증가세를 보였던 환경 및 사회 관련 의결권 제안에 대한 주주들의 평균 지지율이 지난 2년간 37%에서 26%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분기별 전화 회의(Earnings Conference Calls)에서 ESG 이니셔티브를 논의하는 기업의 수가 60% 이상 급감했다는 구체적인 자료도 있다. 전화 회의는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 금융 분석가, 미디어 관계자 등이 참여해 기업의 실적, 재무 상태, 비즈니스 전략 등을 놓고 토론하고 질문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회의를 말한다.

저자들은 또 스탠퍼드대학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2022년 젊은 투자자들은 탄소 감소, 지속 가능한 공급망, 투자하는 기업의 성별 임금 형평성 등 다양한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금의 6~10%를 기꺼이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2023년 조사에서는 이 투자자들은 1~5%만 포기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은 20% 이상 줄었고,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은 10% 이상 감소했다. 설문에 답한 젊은 투자자 중 절반(52%)만이 ESG 뮤추얼 펀드나 상장지수펀드를 소유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년도 78%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기관 투자자들도 ESG에 대한 약속을 철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탠퍼드대학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연구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 중 20%만이 ESG 요소를 투자 논제의 핵심으로 명시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대다수는 ESG를 여러 가지 투자 고려 요소 가운데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여건 좋았을 때 ESG 관심 고조

기업 분기별 전화 회의(Earning Conference Calls)에서 ESG가 언급된 횟수. 

자료: John Butters, “Lowest Number of S&P 500 Companies Citing “ESG” on Earnings Calls Since Q2 2020,” FactSet (September 18, 2023)

출처 : ESG경제(https://www.esgeconomy.com)


저자들은 이런 점에서 ESG가 사치품(사치재)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에서 사치품은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품목을 말한다. 대부분의 상품은 높은 가격표가 수요를 떨어뜨리지만, 사치품의 경우 높은 가격표가 해당 구매자가 경제력이 있다는 신호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등 일부 ‘사회적 혜택’을 주기 때문에 수요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롤스로이스 자동차, 롤렉스 시계, 고디바 초콜릿 등이 그런 예다.

저자들은 “소비자가 풍족함을 느낄 때 사치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들의 부가 감소하면 이러한 특정 유형의 상품에 대한 수요도 감소한다”고 밝혔다.

ESG에 대한 관심이 처음 고조되기 시작한 것도 경제적 번영이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이 낮으며 강세장이 있는 환경에서 발생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기업은 이해관계자를 위해 투자했고, 대중의 인정이라는 보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강세장에서 재정적으로 이익을 얻은 투자자들 역시 지속가능성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ESG에 대한 지지를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최근의 경제적 역풍이 이런 방정식을 뒤흔들었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높은 인플레이션, 높은 이자율, 경제적 비관주의의 맥락에서 ESG에 대한 투자자의 취향이 상당히 약해졌다는 것이다.

 

ESG 성과 실증적 연구 부족

ESG에 대한 관심이 줄게 된 데에는 ESG의 경제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ESG의 경제적 결과가 중립적 연구자들에 의해 정교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엄격하게 입증된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ESG 지지자들은 사회 및 환경 계획에 투자하는 기업이 더 높고 지속 가능한 장기 이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SG 비판자들은 엄격하게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 온 기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이 ESG와 상관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맞선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ESG에 관심이 높아진 이후 현재까지 많은 기업 이사회에서는 ESG 투자가 경제적으로(또는 적어도 사회적으로) 유익한 것으로 간주해 온 게 사실이다.

ESG에 대한 수요가 높을 때 이사회는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2021년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자사 제품의 사회적 영향을 개선하라는 압력을 받은 기업 중 92%가 이를 반영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ESG 논란의 저울추가 ESG를 비판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셈이다.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문제는 ESG에 대한 요구가 역전되면서 기업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ESG의 경제적 효용은 무엇인가? ESG는 재무 성과에 대한 순(純) 기여자인가, 아니면 순비용인가? ESG는 ‘있으면 좋은 것’인가, 아니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됐다.

ESG에 대한 수요가 기본적인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의 경제적 패턴을 따른다면 기업 이사회는 ESG에 대한 투자 계획, 우선순위 지정 및 투자 방법을 재고하려 할 것이다. 장기적인 비즈니스 사이클 속에서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차원에서 ESG 실행이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좀 더 신중하게 따질 것이다.

결국 경영 상황이 유리할 때는 기업이 ESG 투자 확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상황이 변하면 이러한 투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목적 측면에서 ESG 투자는 유효

저자들은 “현재 ESG가 주기적 정점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영구적으로 하락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ESG 공시 기준 등 관련 입법 상황들을 언급하면서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대신 저자들은 “앞으로도 기업 이사회는 비즈니스 사이클 전반에 걸쳐 핵심 ESG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해관계자의 압력이 있는 한에서 기업으로서는 ESG가 지원하는 이중 목적(이중 중대성)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중 목적은 기업이 사회 및 환경적 책임을 다하고 관리할 때 이는 그들의 재무적 성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번 글에는 라커 교수 외에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재무학 교수인 아미트 세루와 스탠포드 기업 지배구조 연구 이니셔티브의 브라이언 타얀도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스탠포드 클로저 룩 시리즈(Stanford Closer Look Series)는 기업 거버넌스와 리더십에 관한 주제, 이슈, 논쟁을 탐구하는 짧은 연구를 모은 간행물이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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