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화학·시멘트 분야 탄소중립 가능할까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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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94%, 화학 150%, 시멘트 86% 감축

KAIST 연구팀, 2050 탈탄소 경로 제시

수소공급, CCS도입 제한 시나리오도 분석

산업부문 감축 목표 강화 가능하다는 판단

분야 간 기술 협업과 공동전략 추진 필요


강원 지역의 한 시멘트 공장. 강찬수 사진


생산 공정에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되는 철강·화학·시멘트 산업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들 산업 분야 간 협업과 공동전략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저탄소 기술의 개발 등을 통해 이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일 수 있다면 전체 산업 부문, 나아가 국가 전체 감축 목표를 높일 여지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내 전체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량의 70%를 이 세 분야에서 감당해야 할 정도로 온실가스 감축에서 세 분야의 위치는 중요하다. 문제는 생산 공정 특성 탓에 이들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엄지용 교수팀은 국내 철강·화학·시멘트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전망을 담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한국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 경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최근 국제 저널 ‘청정생산(Cleaner Production)’에 발표했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2020~2050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철강 산업 분야는 94%, 화학은 150%, 시멘트는 86% 줄이는 표준 시나리오와 달성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 탄소 중립 목표와 관련해 국내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포괄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연구로 꼽힌다.

 

네 가지 시나리오로 탈탄소 경로 분석

연구팀은 산업 분야의 넷제로 경로를 분석·평가하기 위해 GCAM-KAIST 2.0 통합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GCAM(글로벌 변화 분석 모델)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기후 정책 평가 연구에 사용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도 사용한 모델이다. GCAM과 연계된 GCAM-KAIST 2.0 모델은 철강 10개의 특정 산업 분야에 다양한 탈탄소 전략과 옵션을 적용, 정책이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수단이다.

연구팀은 국내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전망하기 위해 4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기준 시나리오(CurPol)는 현실적인 국내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표준 넷제로 배출 시나리오(NZ2050)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고, 남은 시간에 맞춰 배출량을 선형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시나리오다.

수소 제한 시나리오(NZ2050_lowH2)는 2015~2050년에 수소 생산 비용이 30% 감소할 것을 예상하는 표준 시나리오와 달리 수소 생산 비용이 감소하지 않을 것을 가정한다.

탄소포집저장(CCS) 제한 시나리오(NZ2050_limCCS)는 CCS 기술을 구현하는 비용을 표준 시나리오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가정한다.

4가지 감축 시나리오에 따른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 전망 [자료: Cleaner Production, 2024]

 

화학산업은 2050년 마이너스 배출 달성

연구팀의 분석 결과, 표준 시나리오(NZ2050)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기와 수소는 산업 부문 연료 소비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보다 전기 생산은 80% 이상 급증하고, 수소 생산량은 약 900만 톤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때 전기의 약 97%는 태양광·풍력·원자력과 CCS 기반 화석연료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원에서 생산된다. 수소의 약 90%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분해, 바이오매스 기반 생산, CCS 기반 화석연료 개질, 원자력 등에 바탕을 둔 녹색·청색 에너지원에서 생산된다는 조건이다.

수소 공급 제한 시나리오에서는 전기와 수소가 산업 부문 총 연료 소비의 38%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 시나리오에서는 태양광·풍력·원자력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또 CCS가 장착된 화석 연료 및 바이오매스에서 생성된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표준 시나리에 비해 약 10% 증가한다.

CCS 제한 시나리오에서는 전기와 수소가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표준 시나리오에 비해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 생산이 20% 증가하고 청색 및 녹색 수소가 25% 증가하게 된다.

한편, 표준 시나리오에서는 산업 부문 전체 배출량은 2020년 대비 2050년까지 96%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시나리오에 맞췄을 때 2050년까지 철강은 배출량을 94%, 화학은 150%, 시멘트 산업은 86% 줄여야 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시멘트와 철강은 2050년에도 잔류 배출이 지속되는 것이다. 반면, 화학산업은 2045년 이전에 제로 배출을 달성하고, 2050년에는 마이너스 배출을 이루어야 한다.

 

수소·CCS 상황 따라 산업 간 부담 달라져

표준 시나리오와 달리 수소 공급과 CCS 배치 조건이 달라지면 2050년 탄소 배출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망됐다.

수소 공급이 제한되는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폭은 표준 시나리오보다 낮은 94%가 될 것으로 전망됐고, 이에 따라 전력이나 건물 등 산업 이외 부문에서 더 많은 감축이 필요하게 된다.

수소 제한 시나리오에서는 CCS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게 된다. CCS는 수소 사용 제한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부문에서 CCS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CCS 배치가 제한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전환(에너지) 부문에서 화석 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된다. 재생에너지와 녹색 수소 등 대체 저탄소 기술을 신속하게 채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속한 에너지 전환은 화석 연료 기술의 신속한 중단과 특히 전기 및 수소 생산에서 저탄소 대안의 신속한 채택이 필요하다. CCS를 억제하면 철강·시멘트 분야의 배출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화학 부문에서 더 많이 줄여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화학산업 분야에서는 기존 석유 기반 원료를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로 대체해야 한다. 바이오매스 원료는 대기 중 탄소를 흡수 제거하는 마이너스 배출로 간주된다. 화학산업에서 배출량을 대폭 줄이게 되면 전체 산업 부문의 감소폭은 표준 시나리오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4가지 감축 시나리오에 따른 산업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 전망  [자료: Cleaner Production, 2024] 



수소 환원 전기로 철강 생산 늘어

철강 분야만 따로 살펴본다면, 표준 시나리오 하에서는 고로(高爐, blast furnace, BF) 기술이 2050년까지 거의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대신 CCS를 갖춘 BF 시스템(BF-CCS)으로 점차 전환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직접 환원철을 사용하는 전기 아크로(爐)(DRI-EAF) 시스템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대신 고철을 사용하는 전기 아크로(EAF-스크랩)와 CCS로 강화된 DRI-EAF 시스템(DRI-EAF-CCS), 수소 기반 직접 환원 철 전기 아크로 제강(DRI-EAF-H2) 등은 증가하게 된다. 혁신적인 DRI-EAF-H2 시스템이 2050년까지 강철 생산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제한 시나리오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CCS 기반 철강 생산은 약 50% 증가하는 반면, 수소 기반 직접 환원철 전기아크로(DRI-EAF-H2)의 사용은 2050년까지 표준 시나리오에 비해 약 30%로 감소한다.

CCS 제한 시나리오에서 DRI-EAF-H2의 점유율은 2050년까지 5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철강 분야는 2020년 대비 2050년까지 배출량을 93% 이상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표준 시나리오 94% 감축, 수소 제한 시나리오 93% 감축, CCS 제한 시나리오 96% 감축).

 

시멘트 분야 석탄 연료 비중은 10%로 급락

시멘트 분야의 탈탄소화는 수소와 재생 에너지의 통합과 석탄 소비의 빠른 단계적 폐지에 달려 있다. 표준 시나리오 하에서는 시멘트 생산에 대한 석탄의 기여도가 상당히 감소해 2020년 65%에서 2050년 10%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동시에 열과 재생 에너지의 활용도는 같은 기간 동안 21%에서 63%로 급증하게 된다.

21세기 중반까지 시멘트-CCS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93%는 전력으로 충당하고, 이 시멘트-CCS 시스템은 시멘트 분야 전체 배출량의 약 60%를 포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제한 시나리오 하에서는 시멘트 부문이 CCS 및 재생 에너지와 같은 대체 탈탄소화 기술을 계속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표준 시나리오와 비교했을 때 최종 에너지 소비나 온실가스 배출량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CCS 제한 시나리오에서는 시멘트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게 돼 다른 산업, 특히 화학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더 많이 줄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바이오매스로 플라스틱 제품 만들어 축적

석유화학 분야는 연소 공정에 CCS를 도입하는 동사에 화석연료 원료 기반에서 바이오매스 기반으로 전환하게 된다. 화학 분야는 2050년까지 완전한 탈탄소를 이루고 더 나아가 마이너스 배출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화학 분야의 경우 바이오에너지 작물, 작물 잔류물, 도시 고형 폐기물과 같은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 공급원을 원료로 활용해 플라스틱 제품으로 생산하고, 플라스틱을 축적하면 의도치 않게 탄소 격리의 한 형태로 작용한다. 이러한 플라스틱의 지속적인 비(非)생분해성을 활용한다면 CO2 배출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여기에 수소와 재생에너지 등의 요소까지 더하면, 표준 시나리오 하에서 화학 부문의 배출량은 2050년까지 마이너스 배출로 전환될 수 있다.

수소 제한 시나리오에서도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의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CCS 제한 시나리오에서는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의 역할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욱 중요해진다.

4가지 감축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지는 전력 생산 에너지 기술 비중  [자료: Cleaner Production, 2024] 


 

“내년 제출 2035 NDC 목표도 높일 수 있어”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처럼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산업 부문에 대해 자세한 모델링 분석은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 전체의 탈탄소화에는 포괄적인 전략뿐만 아니라 각 산업 분야에 맞는 완화 기술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철강 분야는 수소 기반 직접 환원 철 전기 아크로와 같은 저탄소 기술과 CCS, 스크랩 금속 재활용 증가를 신속하게 통합하고, 화학 분야는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멘트 분야는 CCS, 전기화, 수소, 열 및 재생 에너지원 통합에 집중해야 한다.

연구팀은 “국가 탄소중립을 달성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균일하게 성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철강·시멘트 분야 등에서는 배출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추가적인 마이너스 배출 전략을 통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와 연구·개발·실증(RD&D) 프로그램 지원, 철강·시멘트·화학을 포함한 탄소 집약 산업 부문 전반의 저탄소 기술에 대한 산업 부문 간 협업이 필요하다.

탈탄소화에 필수적인 기술에 대한 행정 및 재정 지원과 관련된 정책 지원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 등 특정 탄소 집약 산업 분야에서 감축 목표를 야심차게 잡을 수 있고, 2030년까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 11.4% 감축)를 의미 있게 개선할 수도 있다”면서 “내년에 유엔에 제출할 2035년 국가 감축 목표(2035 NDC)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CCS 도입이 제한되고, 수소 공급마저 제한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따로 분석하지 않았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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