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연료 암모니아로 교체하면 환경 문제는 끝?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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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개념도 [자료: 탄소 제로 배송을 위한 Mærsk Mc-Kinney Møller 센터]

온실가스 배출량 90% 이상 줄지만 질소산화물·암모니아 배출 크게 늘어

초미세먼지 탓 조기사망 늘어날 수 있어 신기술과 규제 강화 함께 도입해야

 

“암모니아가 '청정' 연료라고 말하는 것은 약간 과장된 표현이다. 탄소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깨끗하고 공중 보건에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 MIT 글로벌 체인지 과학센터의 엔서니 웡 박사의 말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박의 연료를 암모니아로 교체하더라도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CO2)는 전체 에너지 부문 배출량의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디젤 엔진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조기 사망이 2015년 기준으로 연간 10만 명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국제사회에서는 선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해운 부문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8년 수준 대비 최소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줄이느냐이다. 방안으로 떠오른 게 전기화(전기충전)와 암모니아(NH3) 연료의 사용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 선박 에너지의 최대 43%까지 암모니아 연료가 차지할 수 있다고 지난 2021년 전망했다.

암모니아 공급은 대기 중의 질소(N2)에서 질소 비료를 얻는 하버-보쉬(Haber-Bosch) 공정을 활용하게 된다. 여기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녹색 암모니아), 포집 저장 방법으로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청색 암모니아)이 적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암모니아 엔진 개발 중

국내 조선 산업 분야에서도 암모니아 연료 선박 개발과 건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메가와트(㎿)급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 혼소 엔진 기술 설명하는 한국기계연구원 박철웅 책임연구원 [자료:한국기계연구원]

지난달 10일 한국기계연구원은 친환경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메가와트)급 선박 엔진기술을 실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전북 군산 한국선급 시험·인증센터에서 한국선급,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군산대와 공동으로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암모니아 혼소 엔진 연소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은 선박용 2100마력(1300마력=1㎿) LNG-암모니아 혼소(혼합) 엔진 개발을 목표로 2022년부터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팀은 고압의 암모니아 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해 출력 성능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을 동시에 해결했고, 희박 연소와 공기를 혼합해 열효율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철웅 선임연구원은 “MW급 선박, LNG-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연소 기술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만족하고 미래 조선 산업의 선점을 확보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MIT, 6개 시나리오로 환경 영향 전망

하지만,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일까. 미국 MIT 글로벌 체인지 과학센터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프랑스 오를레앙대학 등 연구팀은 국제저널인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암모니아를 선박 연료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영향을 우려하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암모니아 선박 엔진 기술과 세 가지 규제 방안을 조합한 6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했고, 2015년 기준 시나리오와 비교해 향후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 배출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전망을 제시했다.

우선 두 가지 엔진 기술 가운데 첫째는 순수 암모니아 연소이다. 암모니아를 많이 배출하는 특징이 있다.

두 번째는 암모니아-수소 연소 방식이다. 암모니아 중 일부는 연소 개선을 위해 수소를 생성하는 데 사용된다.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가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의 비율을 엄격하게 조절해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 두 가지 모두 배출량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규제 시나리오 세 가지 가운데 첫째는 2020년 IMO 규정(질소산화물 배출 규제)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순수 암모니아 엔진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이 kWh당 7.08g 이하이고, 암모니아-수소 연소는 32.7g/kWh 이하다. 여기에 새로 건조한 선박의 경우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배출통제구역(ECA) 외부에서는 7.7~14.4 g/kWh, ECA 안에서는 2~3.4 g/kWh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이 적용된다. 이러한 지침을 준수하려면 암모니아-수소 연소 엔진은 전 세계 해상에서, 암모니아 엔진은 ECA 내에서 질소산화물의 90%를 제거할 수 있는 SCR이 필요하다.

두 번째 규제 기준은 ECA 내에서 두 가지 엔진 모두 암모니아 배출을 95%까지 제거하는 기술을 적용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세 번째 규제 기준은 두 엔진 모두 전 세계 해상에서 암모니아를 95% 제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규제 강화 없으면 오염 배출 크게 늘어

6개 시나리오 모두 온실가스(CO2) 배출량은 8억6700만톤에서 5.8%인 5020만톤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첫 번째 규제 시나리오, 즉 2020년 현행 배출 기준을 그냥 적용할 경우, 세계적으로 현재 연간 1720만 톤 배출되는 것이 359만 톤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순수 암모니아 엔진 선박이 도입되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다시 연간 690만톤으로, 암모니아-수소 엔진이 도입되면 연간 44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암모니아 배출량은 2020년 배출 기준을 적용했을 때 연간 4000톤이 배출될 전망이지만, 암모니아 엔진 선박이 도입되면 연간 8200만톤, 암모니아-수소 엔진 선박이 도입되면 250만톤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두 번째 규제 기준을 적용했을 때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그대로이고, 암모니아 배출량은 암모니아 엔진의 경우 7170만톤, 암모니아-수소 엔진은 221만톤 배출하게 된다.

세 번째 규제 기준을 적용했을 때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암모니아 엔진이 76만2000톤으로 줄어든다. 암모니아 배출량은 암모니아 엔진이 392만톤으로, 암모니아-수소엔진이 12만5000톤으로 줄어든다.

 

초미세먼지 조기사망 66만 명 늘어날 수도

연구팀은 2015년 기준으로 선박 배출 오염물질에서 만들어진 초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8만7400명, 오존(O3)으로 인해 연간 1만6900명이 전 세계에서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현행 질소산화물 규제기준을 적용할 경우 초미세먼지에 의한 조기사망은 4만6200명, 오존에 의한 조기사망은 1만3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규제 조건에서 암모니아 엔진 선박이 도입될 경우, 초미세먼지에 의한 조기사망은 66만8100명까지 추가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규제를 강화할 경우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 증가는 1200명 수준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비해 암모니아-수소 엔진이 도입될 경우 초미세먼지에 의한 조기사망은 현재 규제기준을 적용했을 때보다 1만6900명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암모니아-수소 엔진을 도입하고, 규제도 강화하면, 초미세먼지 조기사망을 6만6500명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새로운 배출 규제 개발과 시행 중요”

연구팀은 “암모니아 연료로 전환하면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줄어들지만, 대기오염을 줄이려면 암모니아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암모니아 연소 엔진을 채택하더라도 배출 규제까지 강화하지 않는다면 대기질은 악화되고 공중 보건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배출된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가 토양에 떨어지고, 이를 토양 세균이 또 다른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2O)로 바꾼다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줄어들 수 있다. 아산화질소는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300배에 이른다.

연구팀은 “새로운 암모니아 배출 규제의 개발과 시행은 암모니아 엔진 선박이 대기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과도한 질소의 토양 침강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암모니아 엔진 선박이 아직 실제로 도입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향후 이해관계자들이 기후와 대기오염 문제를 파악하고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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