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술에 대규모 국가 지원을”

2024-04-21
조회수 80

 



미 인플레이션감축법, EU 그린딜산업계획

프 녹색산업법, 일 녹색전환추진전략

한국은 지원 규모 작아 경쟁력 상실 우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한국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의 신동원 연구위원 등은 최근 공개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EU 그린딜 산업계획에 대흥하는 기후정책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효율적인 탄소 경제로의 산업 전환을 위해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정책과 산업 정책을 포괄하는 상위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산업경쟁력 저하 우려 

탄소중립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산림 등에 의한 온실가스 흡수량의 균형을 맞춰 온실가스 순(純)배출량을 0으로 맞추는 것을 말한다. 탄소중립 기술은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공정 개선, 재생에너지 확보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 발생한 온실가스를 포집·이용·저장하는 기술(CCUS), 배출된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술 등을 말한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신산업 창출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녹색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자국의 친환경 산업·기술을 지원하는 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선진국들은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같은 국가 재정 지원을 통해 탄소중립 산업·기술을 자국의 신산업으로 창출·활성화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국가별로 차별적인 보조금 조항이 등장하는 무역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산업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기술 개발을 위한 주요국의 지원 규모에 비해 국내 지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아 충분한 개발 역량 구축과 시장 형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각 산업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개발 지원, 대규모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10년간 3690억 달러 투자

미국은 2022년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제정했다. IRA에서는 10년간(2022~2031년)간 수입액은 7390억 달러, 투자액은 4330억 달러로 추정했는데, 투자액의 약 85%인 3690억 달러(약 508조원)를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에 편성했다.

미국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유도하고 청정에너지 공급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청정 전기 및 탄소 배출 감축, 청정연료, 친환경 자동차 등에 대한 투자에는 세액 공제를 포함한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렸다.

전기차·배터리 등을 비롯한 미국 내 친환경산업 부문에 대한 제조업 역량을 제고하고, 친환경에너지 생산 설비 밸류체인을 미국 내에 확보하는 등 탄소중립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특히, 청정 차량(전기차,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에 높은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 전기차 구매자에게 부여하는 7500달러(약 1034만원)의 세액 공제를 다 받으려면 핵심 광물 요건(3750달러)과 배터리 부품 요건(3750달러)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핵심 광물 요건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또는 가공한 핵심 광물이 전기차 배터리 내에 일정 비율 이상 함유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배터리 부품 요건은 전기차에 장착하는 배터리의 부품 가치의 일정 비율 이상이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된 것이라야 한다는 조건이다.

미국은 IRA 시행으로 2035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8~9%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IRA는 중국 제품의 배제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미국의 동맹국에도 산업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EU, 2030년까지 800억 유로 투자

EU는 지난해 2월 역내 청정기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y Plan, GDIP)’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규제환경 개선 ▶원활한 자금 지원 ▶숙련인력 양성 ▶국제협력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2개의 신규 법안과 ‘전력시장구조 개편안’을 제안했다.

이 계획에 따라 지난해 3월 유럽집행위원회가 발의한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NZIA)’은 배터리·재생에너지·수소·바이오메탄·CCUS 등의 제조 능력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보조금 지급과 규제 개선 등 지원책을 담고 있다. 2030년까지 EU 역내 연간 탄소 중립 기술 수요의 최소 40%를 자체적으로 조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투자 수요는 880억 유로(약 129조 원), 인력 수요는 3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U는 또 녹색전환에 필요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 Act, CRMA)’을 마련했다. 이 법안에서는 2030년까지 제3의 단일 국가에 대한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있다.

 

일본 10년 간 150조 엔 투자

이와는 별도로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0월에 ‘녹색 산업법(Projet de loi sur I’industrie verte)’을 공표했다. 이 법은 미국 IRA에 대한 대응과 일자리 창출, 탄소배출량 감축 등을 목표로 하는데, 녹색 산업 관련 세액 공제와 신축공장 허가 기간 단축, 민간자금 동원,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3년부터 매년 1억 유로의 예산을 투자하기로 했고, 산업단지 설립 촉진을 위해 산업부지 2000㏊의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녹색산업 투자 시에는 투자 금액의 20~45%까지 연간 5억 유로 규모로 세액을 공제하고, 연구개발 보조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녹색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학교 증설, 교육자금 조달 등도 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탈탄소성장형 경제구조 이행 추진전략’, 즉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 GX)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 중립 실현과 녹색전환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 전략에는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방안와 탄소가격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겨 있다. 10년 간 150조 엔(약 1338조 원) 규모의 GX 투자를 진행하고, 이를 위해 20조 엔(약 178조 원) 규모의 ‘GX 경제 이행채(移行債)’도 발행하기로 했다.

특히, 아시아 제로 배출 공동체(Asia Zero Emission Community)를 제안하면서 아시아 에너지 전환 이니셔티브를 통한 국제협력으로 자국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녹색 시장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탄소중립 기술에 9352억원 투자

국내에는 기후 대응을 위한 대표적인 법으로 ‘탄소중립기본법’이 있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수립, 정의로운 전환, 탄소중립 사회 이행, 기후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 등을 담고 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2023~2027년까지 약 89조9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고, 투자 대상으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 기술을 선정했다. 100대 핵심 기술 중 산업부문 기술로 선정된 44개 기술에는 2030년까지 935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분야를 신성장·원천기술 또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기업 규모나 기술 종류별로 공제율을 설정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에는 탄소 중립과 관련된 기술·산업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률로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 ‘국가 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 ‘국가 첨단 전략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 조치법’ 등이 있다.

이밖에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미국의 IRA에 대응하기 위해 대표 발의한 ‘탄소중립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도 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을 통틀어 주요국에 비해 국내 지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고, 재원 마련 방안이 불확실한 데다, 규제와 지원이 균형있게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에서 재원 확보해야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주요국들은 대규모 투자 지원을 바탕으로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전례 없는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우리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법체계를 정비하고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종합 정책 패키지로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장기적인 재정 지원 필요 ▶중점 기술 선정 후 투자를 위한 구체적인 세액 공제 혹은 보조금 이행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강화와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 비율 확대 등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 마련 ▶규제 환경 개선 및 인력 양성, 아시아 탄소시장 연계 등 국제 협력 추진 등을 제시했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녹색 금융 상품 개발(신용대출, 채권, 펀드, 투자-융자 등), 한국형 탄소차액 계약제도(Carbob Contracts for Difference, CCfD) 도입, 녹색 제품 공공 조달 확대 등을 제안했다.

탄소차액 계약제도는 기업이 종부 혹은 기관과 정해진 기간 동안 탄소 가격을 고정하는 계약을 맺음으로써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 투자에 대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정 탄소 가격보다 시장탄소 가격이 낮으면 정부가 채액을 부담하고, 시장 가격이 고정 탄소 가격보다 높으면 계약 참여자가 차액을 정부에 반환하게 된다.

연구팀은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기술의 개발 수준은 상당한 수준 혹은 추격 단계인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다른 국가에 비해 부족하거나 늦어진다면 후발주자로 뒤쳐질 수 있다”면소 “주요국들과 동일한 출발선을 갖도록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