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에게 유전자를 남긴 현생 인류 여성

2026-02-28
조회수 193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만남, 유전자가 밝힌 ‘성별 편향’의 흔적

3fe75793813c7.jpg

네안데르탈인 박물관에 전시된 네안데르탈인이 염소를 도살하는 모습을 복원한 모형 (자료=위키피디아)


현대 유라시아인의 유전체에는 약 1~2%가량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남아 있다. 이는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과거에 단순히 스쳐 지나간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반복적인 접촉과 유전자 교류를 경험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그러나 이 유전자 교류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성을 띠고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 질문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연구가 2월 2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유전학과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간의 이종교배는 성별에 따른 편향이 매우 강했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유전자 교류가 성별에서 뚜렷하게 비대칭적이었다는 사실을 유전체 분석으로 제시했다.


방향을 뒤집은 연구, 네안데르탈인 유전체를 보다

이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분석의 방향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오늘날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체를 분석해, 그 안에 남아 있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의 양과 분포를 살펴보는 데 집중해 왔다. 특히 현대 인류의 X 염색체에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유난히 적다는 점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이유를 두고는 자연선택 때문인지, 아니면 애초에 교류가 특정 성별에 치우쳐 있었는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졌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시선을 반대로 돌렸다. 연구진은 알타이, 빈디야, 차기르스카야 등에서 확보된 네안데르탈인 유전체를 분석해, 그 안에 현생 인류 유전자가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조사했다. 특히 네안데르탈인의 X 염색체와 상(常)염색체를 비교함으로써, 유전자 교류의 성별 구조를 추론했다.


X 염색체가 말해주는 비대칭적 교류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네안데르탈인의 X 염색체에는 상염색체보다 현생 인류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남아 있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나 유전자 부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패턴이다. 연구진의 모델링에 따르면, 이런 결과는 네안데르탈인 남성과 현생 인류 여성의 조합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형성되었을 때 가장 잘 설명된다.

중요한 점은, 이 결론이 폭력이나 강제적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러한 성별 편향이 자연선택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고, 장기간 반복된 접촉 과정에서 특정 성별 조합이 더 자주 성립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선호(mate preference)’ 역시 개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뜻하기보다는, 집단 수준에서 관찰되는 통계적 경향을 의미한다.


네안데르탈인은 고립된 사회가 아니었다

이번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을 ‘사회적으로 붕괴된 집단’이나 ‘고립된 남성 개체들의 무리’로 묘사하는 해석을 지지하지 않는다. 고고학과 인류학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협력 사냥을 수행했고, 중증 부상자를 장기간 돌보는 등 안정된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했던 집단이었다. 이번 논문 역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상호 접촉과 교류를 반복했던 두 사회 집단이었음을 전제로 한다.

연구팀은 또한, 이러한 성별 편향이 단일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수만 년에 걸쳐 반복된 접촉 속에서 형성된 패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비슷한 성별 편향의 흔적은, 시기가 다른 여러 네안데르탈인 개체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된다.


‘무엇이 남았는가’에서 ‘왜 그렇게 남았는가’로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사실 하나를 추가했다는 데 있지 않다. 기존 연구가 “현대 인류에게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얼마나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했다면, 이 논문은 “그 유전자가 왜 그런 방식으로 남았는가”라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특히 유전자 교류의 방향과 구조를 네안데르탈인 유전체라는 ‘반대편 거울’을 통해 검증했다는 점에서, 고인류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논문 말미에서, 이번 결과가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며, 성별 편향의 구체적 사회적 배경 역시 여전히 열린 질문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만남이 단순한 충돌이나 일방적 대체의 역사만은 아니었고, 비대칭적이지만 반복적인 교류의 역사였다는 점이다.

유전자는 말을 하지 않지만, 남아 있는 흔적의 분포는 당시의 관계가 결코 단순하지 않았음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1c076adb94073.jpg

위의 그림은 논문의 그림1이다. 이 그림은 이 연구가 제기하는 핵심 질문, 즉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유전자 교류가 단순한 우연이나 사후적 자연선택의 결과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성별에서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증거다. 이 그림은 복잡한 수식이나 가설 설명보다 먼저, 유전체 데이터가 실제로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한눈에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림1에서 연구팀이 비교한 것은 단순한 유전자 양이 아니다. 분석의 대상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안으로 들어온 현생 인류 유전자가, X 염색체와 상염색체에 각각 어떤 비율로 남아 있는가라는 문제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전체에서 현생 인류 기원의 유전자 조각을 찾아내고, 그 분포를 염색체 종류별로 정량화했다.

그림의 가로축은 하나의 비율을 나타낸다. 이 비율은 “네안데르탈인 X 염색체에 존재하는 현생 인류 유전자 비율”을 “네안데르탈인 상염색체에 존재하는 현생 인류 유전자 비율”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이라는 것은, X 염색체와 상염색체가 현생 인류 유전자를 동일한 비율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만약 이 값이 1보다 작다면, X 염색체에서 현생 인류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배제되었거나, 자연선택에 의해 제거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대로 이 값이 1보다 크다면, X 염색체가 상염색체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현생 인류 유전자를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된다.

그림의 막대그래프는 실제 관측값 하나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연구진이 수행한 재표본 추출(resampling) 결과를 나타낸다. 이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체의 여러 구간을 무작위로 다시 뽑아 수천 번의 가상 실험을 수행했을 때, 이 비율이 어떤 분포를 보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분포는 “만약 특별한 구조적 요인이 없다면, 우연만으로도 이런 값들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 범위를 시각화한 것이다.

이 분포 위에 그어진 빨간 점선은 실제 알타이 네안데르탈인 유전체에서 관측된 값이다. 이 값은 약 1.62로, X 염색체가 상염색체보다 약 62% 더 많은 현생 인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단순히 평균보다 약간 높은 정도가 아니라, 무작위 재표본 분포의 상단에 위치하며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값이다. 즉, 우연이나 표본 편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림에는 두 개의 기준선이 추가로 표시되어 있다. 하나는 검은 실선, 값 1이다. 이는 “X 염색체와 상염색체가 동일하게 유전자를 받아들였을 경우”의 기준선이자, 만약 X 염색체에서 유전자 교류가 불리해 자연선택으로 제거되었다면 관측값이 이 선보다 낮아져야 한다는 기준점이다. 그러나 실제 관측값은 이 선을 크게 웃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X 염색체에서 현생 인류 유전자가 광범위하게 배제되었다는 가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다른 하나는 파란 점선으로 표시된 4:3, 즉 약 1.33의 값이다. 이 선은 순수한 인구학적 성별 이동, 예컨대 여성만 이동하거나 남성만 이동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이론적 최대치다. 다시 말해, 어떤 집단에서 한쪽 성별만 다른 집단으로 이동해 교류가 일어났다고 해도, 단순한 이동 효과만으로는 X 염색체 대 상염색체 비율이 이 값을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실제 관측값은 이 파란 점선보다도 훨씬 크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림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체에 남아 있는 현생 인류 유전자의 분포가 자연선택에 의해 X 염색체에서 제거된 결과도 아니고, 단순한 성별 이동이나 인구학적 우연의 산물도 아니라는 사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오히려 이 패턴은 유전자 교류가 처음부터 성별에서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비대칭이 반복적으로 누적되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특히 이 그림의 중요성은, 기존 연구들이 주로 현대 인류 유전체만을 보고 추론해 왔던 한계를 넘어, 네안데르탈인 유전체라는 ‘반대편 기록’을 통해 가설을 검증했다는 점에 있다. 만약 현대 인류의 X 염색체에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적은 이유가 자연선택 때문이었다면, 반대 방향의 유전자 흐름에서도 X 염색체는 불리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림 은 정반대의 상황을 보여준다. 네안데르탈인의 X 염색체는 오히려 현생 인류 유전자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결국 그림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유전자 교류는 사후적으로 정리된 결과가 아니라, 발생 순간부터 성별에서 구조적 편향을 띠고 있었으며, 이 편향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반복된 접촉의 누적 효과였다는 것이다. 이 한 장의 그림은 논문 전체의 논지를 응축한 결과물이며, 이후 제시되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은 모두 이 관측값을 설명하기 위한 보조적 논증에 해당한다.

요약하자면, 그림은 “네안데르탈인의 X 염색체가 현생 인류 유전자를 배제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아니오’라는 답을 제시하고, 대신 “두 집단의 만남이 처음부터 성별에서 비대칭적이었다”는 해석으로 논의를 이끄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상희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의 논평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 제공)

네안데르탈인과의 혼종에도 불구하고 현생 인류의 유전체에는 네안데르탈 유전자가 보이지 않는 "네안데르탈 사막"이라는 영역이 있다. 네안데르탈 사막은 여러 염색체에 있지만 특히 X 염색체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거의 발견되지 않고 대부분이 네안데르탈 사막이다. 현생 인류의 X 염색체에 네안데르탈 사막이 나타나는 이유는 둘이다: 유입된 네안데르탈 유전자가 여러 이유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여 자연 선택으로 제거되었거나, 애당초 네안데르탈인에게서는 (Y 염색체만 유입되고) X 염색체가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 유전자가 자연 선택되어서 없어진 것이 아니라, 아예 X 염색체가 유입이 적었다고 보고, 그 이유는 인구 이동 등으로 인한 자연적인 결과라기 보다는 현생 인류 여자와 네안데르탈 남자와의 혼종에서 일어난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이 흥미로운 결론에는 여러 개의 전제 조건이 깔려 있다. 연구팀은 4만 년 전 이후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에 일어난 혼종 흔적을 가지고 있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체가 없으므로, 12만 2000년 전에서 5만 2000년 전까지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자료로 대체했다. 4만 년 전 혼종이 12만 년 전 혼종과 같을 것이라는 전제는 앞으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연구팀은 선택으로 네안데르탈 유전자가 제거되었다는 가설을 기각했고, 네안데르탈 남자와의 혼종 선호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이는 가설 기각을 통해 발전하는 과학적 과정에서 당연하다. 이 또한 앞으로 추가 연구가 기대된다. 중요한 연구 성과가 늘 그렇듯이, 이번 연구는 앞으로 후속 연구의 주제와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참고문헌

Platt, A. 등. 2026. Interbreeding between Neanderthals and modern humans was strongly sex biased. Science. science.org/doi/10.1126/science.aea6774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