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과 건포도만으로 술이 된다… 2주 만에 되살아난 고대의 와인
물과 건포도를 일정한 비율로 섞어 두기만 해도 알코올 음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일본 교토대학 농업대학원 연구팀이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물과 건포도를 3대 1의 비율로 혼합한 뒤 약 14일간 상온에서 발효시키면 자연적인 알코올 발효가 일어난다. 이 과정은 학술적으로 ‘건포도 물의 자연 발효(Spontaneous fermentation of raisin water)’로 불린다.
이 발효 방식은 현대의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고대 지중해 지역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전통적인 양조법과 맞닿아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햇볕에 말린 포도를 물에 담가 단맛이 강한 포도주를 만들었으며, 이를 ‘파숨(passum)’이라 불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포도 표면에 존재하는 야생 효모의 역할
건포도는 단순히 수분이 제거된 포도가 아니라, 건조 과정에서 다양한 야생 효모(yeast)가 표면에 정착한 발효 가능한 원료이다. 사카로미세스(Saccharomyces) 계열 효모뿐 아니라, 현대 상업용 와인 제조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비(非)사카로미세스 효모들도 건포도 표면에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건포도를 물에 담그면, 효모가 건포도에서 녹아 나온 포도당을 섭취하면서 자연적인 알코올 발효가 시작된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발효가 개시된 후 2~4일 이내에 거품이 발생하고, 액체가 탁해지며, 가라앉아 있던 건포도가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알코올 생성량과 도수 수준
건포도 함량을 25퍼센트(물 75g과 건포도 25g)로 맞추고 발효 온도를 25~30도로 유지했을 경우, 14일 후 생성된 에탄올 농도는 약 6.4~7.4퍼센트 수준에 도달했다. 일부 조건에서는 에탄올 농도가 최대 9퍼센트 중반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 수치는 일반적인 상업용 포도주의 평균 알코올 도수인 11~14퍼센트보다는 다소 낮지만, 발효주로 분류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건포도의 품종과 건조 방식, 발효 환경에 따라 최종 알코올 함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야생 효모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향미
건포도 발효주가 일반 포도주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향과 맛의 구성이다. 발효에 참여하는 다양한 야생 효모들이 복합적인 풍미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자이고사카로마이세스 로우시아이(Zygosaccharomyces rouxii)는 발효 과정에서 고급 알코올을 생성해 달콤하고 카라멜에 가까운 향을 부여한다. 한세니아스포라 비니애(Hanseniaspora vineae)는 향미의 복잡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라찬세아 써모톨러란스(Lachancea thermotolerans)는 젖산을 다량 생성해 산미를 더하고 발효 환경을 안정화한다.
현대의 와인이 주로 배양된 단일 효모인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지에를 사용해 균일한 맛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건포도 발효주는 자연 발효 특유의 불균질하지만 깊이 있는 풍미를 갖는다. 이러한 특성은 고대의 파숨이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맛의 성격과 유사하다.
발효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조건
실험 결과에 따르면 발효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25~30도 범위였다. 15~20도의 낮은 온도에서는 효모 활성이 저하되어 알코올 생성량이 현저히 감소했다.
건포도 함량은 최소 25퍼센트 이상일 때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비율 이하에서는 곰팡이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발효 중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용기를 흔들어 액체 표면에 건포도가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곰팡이 발생 억제에 효과적이었다.
또한 표면에 식용유가 코팅되어 있지 않고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은 건포도를 사용하는 것이 발효 성공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조건으로 확인되었다.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방법
알코올 함량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건포도 비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타났다. 실험에서는 건포도 농도를 33퍼센트(물 50g에 건포도 25g 비율)까지 높였을 때 에탄올 농도가 최대 약 9.5퍼센트에 도달했다. 다만 이 경우 발효 후에도 잔여 당분이 남아 단맛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건조 방식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햇볕에 말린 건포도는 기계 건조 방식으로 만든 건포도보다 알코올 생성량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는 햇볕 건조 과정에서 외부 환경으로부터 발효 능력이 뛰어난 효모들이 더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가장 오래된 술, 가장 단순한 기술
건포도와 물만으로 이루어진 발효주는 인위적인 개입 없이도 알코올이 생성된다는 점에서, 인류가 술을 만들어 온 가장 원초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고대의 파숨에서 현대의 실험실까지 이어지는 이 발효 방식은, 발효 기술의 출발점이 자연 그 자체였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가장 오래된 술은 가장 복잡한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시간과 미생물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 결과였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재확인되고 있다.
물과 건포도만으로 술이 된다… 2주 만에 되살아난 고대의 와인
물과 건포도를 일정한 비율로 섞어 두기만 해도 알코올 음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일본 교토대학 농업대학원 연구팀이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물과 건포도를 3대 1의 비율로 혼합한 뒤 약 14일간 상온에서 발효시키면 자연적인 알코올 발효가 일어난다. 이 과정은 학술적으로 ‘건포도 물의 자연 발효(Spontaneous fermentation of raisin water)’로 불린다.
이 발효 방식은 현대의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고대 지중해 지역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전통적인 양조법과 맞닿아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햇볕에 말린 포도를 물에 담가 단맛이 강한 포도주를 만들었으며, 이를 ‘파숨(passum)’이라 불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포도 표면에 존재하는 야생 효모의 역할
건포도는 단순히 수분이 제거된 포도가 아니라, 건조 과정에서 다양한 야생 효모(yeast)가 표면에 정착한 발효 가능한 원료이다. 사카로미세스(Saccharomyces) 계열 효모뿐 아니라, 현대 상업용 와인 제조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비(非)사카로미세스 효모들도 건포도 표면에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건포도를 물에 담그면, 효모가 건포도에서 녹아 나온 포도당을 섭취하면서 자연적인 알코올 발효가 시작된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발효가 개시된 후 2~4일 이내에 거품이 발생하고, 액체가 탁해지며, 가라앉아 있던 건포도가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알코올 생성량과 도수 수준
건포도 함량을 25퍼센트(물 75g과 건포도 25g)로 맞추고 발효 온도를 25~30도로 유지했을 경우, 14일 후 생성된 에탄올 농도는 약 6.4~7.4퍼센트 수준에 도달했다. 일부 조건에서는 에탄올 농도가 최대 9퍼센트 중반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 수치는 일반적인 상업용 포도주의 평균 알코올 도수인 11~14퍼센트보다는 다소 낮지만, 발효주로 분류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건포도의 품종과 건조 방식, 발효 환경에 따라 최종 알코올 함량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야생 효모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향미
건포도 발효주가 일반 포도주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향과 맛의 구성이다. 발효에 참여하는 다양한 야생 효모들이 복합적인 풍미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자이고사카로마이세스 로우시아이(Zygosaccharomyces rouxii)는 발효 과정에서 고급 알코올을 생성해 달콤하고 카라멜에 가까운 향을 부여한다. 한세니아스포라 비니애(Hanseniaspora vineae)는 향미의 복잡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라찬세아 써모톨러란스(Lachancea thermotolerans)는 젖산을 다량 생성해 산미를 더하고 발효 환경을 안정화한다.
현대의 와인이 주로 배양된 단일 효모인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지에를 사용해 균일한 맛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건포도 발효주는 자연 발효 특유의 불균질하지만 깊이 있는 풍미를 갖는다. 이러한 특성은 고대의 파숨이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맛의 성격과 유사하다.
발효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조건
실험 결과에 따르면 발효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25~30도 범위였다. 15~20도의 낮은 온도에서는 효모 활성이 저하되어 알코올 생성량이 현저히 감소했다.
건포도 함량은 최소 25퍼센트 이상일 때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비율 이하에서는 곰팡이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발효 중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용기를 흔들어 액체 표면에 건포도가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곰팡이 발생 억제에 효과적이었다.
또한 표면에 식용유가 코팅되어 있지 않고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은 건포도를 사용하는 것이 발효 성공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조건으로 확인되었다.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방법
알코올 함량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건포도 비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타났다. 실험에서는 건포도 농도를 33퍼센트(물 50g에 건포도 25g 비율)까지 높였을 때 에탄올 농도가 최대 약 9.5퍼센트에 도달했다. 다만 이 경우 발효 후에도 잔여 당분이 남아 단맛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건조 방식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햇볕에 말린 건포도는 기계 건조 방식으로 만든 건포도보다 알코올 생성량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는 햇볕 건조 과정에서 외부 환경으로부터 발효 능력이 뛰어난 효모들이 더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가장 오래된 술, 가장 단순한 기술
건포도와 물만으로 이루어진 발효주는 인위적인 개입 없이도 알코올이 생성된다는 점에서, 인류가 술을 만들어 온 가장 원초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고대의 파숨에서 현대의 실험실까지 이어지는 이 발효 방식은, 발효 기술의 출발점이 자연 그 자체였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가장 오래된 술은 가장 복잡한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시간과 미생물에 대한 신뢰에서 출발한 결과였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재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