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만 오는 게 아니다...하늘에서 내리는 9가지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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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밝혀낸 ‘눈과 비 사이’ 아홉 가지 강수의 얼굴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헷갈리는 날이 있다. 기온은 영상인데 눈이 섞여 내리고, 우산을 써야 할지 장갑을 껴야 할지 망설여진다. 

그동안 기상학은 이런 날씨를 대체로 ‘비’ 아니면 ‘눈’, 많아야 ‘진눈깨비’ 정도로 분류해 왔다. 하지만 최신 연구는 이 단순한 구분이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미국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은 비와 눈 사이에는 최소 9가지 서로 다른 강수 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지난 9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연구의 교신 저자는 미시간대 기후·우주과학공학과 소속이었던 프레이저 킹(Fraser King) 박사로, 현재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산하 연구기관에서 활동 중이다. 킹 박사 외에 미시간대, 콜로라도주립대, 그리고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JPL)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전 세계 9년치 강수 입자를 ‘AI의 눈’으로 보다

연구진은 북미와 유럽 등 전 세계 7개 지역에서 9년 동안 관측된 150만 분 이상의 강수 입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초고속 카메라가 빗방울과 눈송이 하나하나를 촬영해 크기, 모양, 낙하 속도, 밀도까지 기록한 방대한 자료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너무 복잡하다는 점이었다. 기존 통계 기법으로는 비와 눈이 섞이는 미묘한 차이를 잘 구분해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연구진은 UMAP( Uniform Manifold Approximation and Projection)이라는 비선형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했다. 쉽게 말해, 복잡한 고차원 데이터를 사람 눈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도로 압축’하는 기술이다.

그 결과, 강수는 단순한 연속선이 아니라 뚜렷한 9개의 군집, 즉 서로 다른 성격의 강수 유형으로 나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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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 클러스터 개요. 모든 관측 지점의 모든 관측값을 강수 형태(LE1) 및 강수 강도(LE2)에 따라 표시했다.



폭우·이슬비·폭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연구진이 구분한 9가지 강수 유형에는 우리가 익숙한 폭우와 이슬비, 폭설과 가랑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사이에 존재하는 다섯 가지 ‘혼합형 강수’다.

예를 들어,

  • 부분적으로 얼어붙은 무거운 진눈깨비,

  • 물기 많은 덩어리 눈,

  • 비에서 눈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과도기적 강수,

  • 눈송이가 크지만 가볍게 쌓이는 유형 등이다.

이들 강수는 주로 기온 영하 2도에서 영상 4도 사이, 즉 지구온난화로 점점 더 자주 등장하는 ‘경계 온도대’에서 발생한다. 기존 기상 예보가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연구진은 실제로 미국 미시간주 마켓(Marquette) 지역에서 하루 동안 비 → 진눈깨비 → 눈으로 바뀌는 과정을 추적해, 인공지능이 이 변화를 연속적인 ‘경로’로 정확히 포착하는 모습도 제시했다.


“0도 기준은 너무 단순하다”

현재 많은 기상 관측과 수치모델은 기온 0도를 기준으로 비와 눈을 나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 방식은 현실과 크게 어긋난다. 같은 0도라도 습도, 입자 크기, 낙하 속도에 따라 전혀 다른 강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단순화는 눈 녹는 시점 예측 오류, 홍수 시기 오판, 위성 강수량 계산 오류로 이어진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이로 인해 적설량이 수십 cm씩 잘못 계산되는 경우도 발생해 왔다.


기후위기 시대, 예보와 위성 관측을 바꾼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학문적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진이 만든 ‘강수 지도’는 위성 관측 자료와 기후 모델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비인지 눈인지 애매한 상황에서도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강수 유형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극과 고위도 지역, 산악지대처럼 관측이 어려운 곳에서 특히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강수 패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물 관리·홍수 대응·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비와 눈을 나누는 문제는 단순한 날씨 분류가 아니라, 물과 에너지 순환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라며 “인공지능 기반 접근이 기후과학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출처
King, Fraser et al., 2025 Decoding global precipitation processes and particle evolution using unsupervised learning, Science Advances.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u0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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