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GDP로는 부유해졌지만, 진정한 삶의 질은 정체돼

2023-11-01
조회수 151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와 참발전지표(GPI)의 추세. 문태훈 교수


한국인의 삶이 외형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진정한 삶의 질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중앙대 문태훈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023 한국환경정책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대한민국 환경, 지난 30년과 다가올 30년’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각각 창립 30년을 맞은 한국정책학회와 한국환경연구원(KEI), 환경일보가 공동기획했고, 문 교수는 환경일보가 주관한 특별세션에 참여했다.

 

문 교수는 국내 환경정책의 변화와 발전을 정리해 발표했는데, 국내총생산(GDP)의 대안 지표로서의 참발전 지표(Genuine Progress Indicator,GPI)를 적용한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GDP의 대안으로 떠오른 GPI

GDP는 산출과정이 명료해서 경제 활동의 결과를 판단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수단으로는 쉽게 활용할 수 있지만, 시장의 경제 성과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비(非)시장 서비스 재화와 환경요인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월급을 받지 못하는 가사 노동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염 사고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비용도 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GDP의 한계를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GDP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경제발전 지표로 제안된 것이 GPI다.

경제발전과 사회적 형평성, 환경적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지표다.

 

GPI 산출에서는 GDP에서 고려하지 않는 서비스를 성과로 포함한다.

환경오염이나 산림 감소 등 자연 자원이 지속가능성을 파괴하는 활동은 GPI를 깎는 손실로 간주다.

경제적 평등을 고려하고, 외국인 투자보다는 내국인 투자가 GPI를 더 높이는 것으로 평가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격차 벌어져

문 교수는 대한민국 전체로 볼 때, GDP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GPI는 1970년대 후반부터는 GDP만큼 증가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둘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GPI가 일시적으로 크게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도 줄었다.

 

문 교수는 서울과 대구, 울산 등 국내 대도시 3곳의 1인당 GDP와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의 추세를 비교했다.

국내 대도시의 GRDP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서울과 울산은 GPI와 GRDP 사에 갈수록 격차가 벌어졌다. 대구는 격차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이날 문 교수의 발표는 지난해 한국지역개발학회지에 그가 발표한 ‘한국 대도시의 참발전지수 연구’ 논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김경아 박사는 지난해 2월 문 교수의 지도를 받아 중앙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참발전 지수 연구 – 국가, 대도시의 GDP와 GPI간의 격차 비교 중심으로’다.

 

울산 GRDP는 높지만 GPI는 낮아



서울 대구 울산의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와 참발전지표(GPI) 추세.[자료: 김경아, 문태훈, 2022]


학회 논문에서 문 교수는 “울산의 경우 GRDP는 타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높지만, GPI는 다른 도시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러한 결과는 울산시가 다른 도시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환경오염 등) 외부비용이 경제성장에 따른 편익보다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논문에서는 또 “양적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GRDP는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위기 시기에 많이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질적 발전을 반영하는 GPI는 경제적 타격을 받는 시기에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울산의 경우 서울과 대구에 비해 GRDP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경제 불황의 영향이 울산과 같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지역의 GPI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 등으로 인해 개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정한 생활 수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본적인 삶의 질의 충족이 불가하여 후생이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논문은 설명했다.

 

특히, 높은 양적성장 과정에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소비감소와 정부의 공공서비스 투자 등이 급속하게 감소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논문에서 “(삶의 질을 강조되는 상황, 탄소중립을 위해 획기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에) 경제발전의 방식도 일방적인 양적성장의 추구보다 지속가능 발전과 질적인 발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GDP의 대안지표, 보완지표로서 GPI의 유용성과 중요성은 크다”고 강조했다.

 

GPI가 정책의 방향과 내용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는 지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역의 성장을 파악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GRDP는 경제의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결과적으로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측면은 도외시될 수 있다.

GPI는 GRDP가 고려하지 않는 사회적, 환경적인 부문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양적성장 중심의 도시발전 정책이 질적 발전을 위한 도시발전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GPI는 GRDP를 보완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해외에서도 GDP-GPI 격차 벌어져

한편, GPI는 199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민간단체인 ‘진보 재정의(Redefining Progress)’에 의해 개발됐다.

 

GDP 대신 GPI 지수를 적용해본 결과 나라마다 서로 다르지만, 1980년께까지는 GPI가 대체로 GDP와 어느 정도 비슷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GPI가 GDP에 비해 현저한 격차를 보이며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참고문헌.

-김경아. 문태훈. 2022. 한국 대도시의 참발전지수 연구. 한국지역개발학회지 제34권(제2호): 1~26. https://data.doi.or.kr/10.22885/KRDA.2022.34.2.1

-김경아. 2022.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참발전 지수 연구 –국가, 대도시의 GDP와 GPI간의 격차 비교 중심으로. 중앙대 대학원 도시계획·부동산학과(도시계획전공) 박사학위 논문. 2022년 2월.

-세계화 국제포럼. 2004.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 비판을 넘어 대안으로. 이주명 옮김(필맥, 2005년)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