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실종 300명 美 텍사스 홍수...기후변화가 부른 참사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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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커 카운티에 닥친 재앙

어린이 등 121명 사망, 170여명 실종

독특한 기후·지형으로 홍수 자주 발생

이번엔 1000년 1회 빈도 폭우 쏟아져

홍수구역 내 캠핑장 대피 지원 안 돼

트럼프 정부 예산 삭감에 반발 목소리

AI 기반 정교한 예.경보 시스템 필요


미국 텍사스주 커 카운티에서 발생한 돌발 홍수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커 카운티에서 발생한 돌발 홍수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됐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중부에 위치한 커(Kerr) 카운티에서 돌발 홍수(flash flood)로 인한 참사가 발생했다. 심야에 강이 범람하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캠프에 참가했던 여덟 살 안팎의 여자 어린이 27명이 숨지는 등 12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고, 170명 이상이 실종됐다.

이번 참변은 해당 지역 특유의 기후와 지형에다 난개발 탓으로 발생했다지만 갈수록 거세지는 기후변화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교한 예측이 어려운 돌발 홍수가 기후변화 탓에 더욱 거칠어지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돌발 홍수는 이제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이번 참변을 남의 일이라고 여기고 그냥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원인과 대책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돌발 홍수가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커 카운티와 과달루페강 지도.
돌발 홍수가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커 카운티와 과달루페강 지도.


쓰나미 같은 10m 높이 물기둥 들이닥쳐

돌발 홍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 후 몇 분에서 몇 시간 내에 수위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집과 도로 등이 물에 잠기는 상황을 말한다. 비구름이 한 지역에 머물면서 계속 비를 쏟거나 짧은 시간에 극도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할 때 발생한다.

외신에 따르면 4일 텍사스에서 발생한 홍수는 커 카운티에서 시작돼 샌안토니오 쪽으로 흐르는 과달루페 강이 범람하면서 발생했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퍼부으면서 강 수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거의 10m 높이의 물기둥이 쓰나미처럼 상류에서 하류로 휩쓸었다.

커 카운티에서는 지난 4일 3시간 만에 3개월 치 강수량인 250㎜의 비가 내렸다. 다음날 오스틴 서쪽에서는 5시간 강수량이 355.6㎜로 기록됐다.

컴포트 지역에서 측정한 과달루페 강 수위 데이터를 보면 수위는 약 1시간 반 동안 1m에서 10m로 급상승했다. 텍사스주 헌트 지점에서는 불과 45분 만에 수위가 7.6m로 불어났다. 4일 오전 3시 무렵 과달루페 강은 수위가 5분마다 약 30㎝씩 상승하기도 했다.

이번 돌발 홍수의 경우 비구름이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강을 따라 이동하는 바람에 강 수위가 급상승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돌발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캠프 미스틱의 한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돌발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캠프 미스틱의 한 건물.


‘힐 컨트리’ 특유의 지형이 잦은 홍수 불러

원래 과달루페강은 침수가 잦다. 기록을 보면 93년 전인 1932년에도 강물 범람으로 인근 캠프의 여러 통나무 숙소가 급류에 떠내려갔고, 캠프 참가자들은 주변에 있던 카누를 타고 간신히 강을 건너 대피했다고 한다. 1987년에는 강 하류에 있던 컴포트 마을에서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청소년 10명이 대피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돌발 홍수가 잦은 데는 이유가 있다. 멕시코만(灣)과 열대 태평양 지역에서 온 습한 공기와 북아메리카 대평원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가 텍사스 ‘힐 컨트리(Hill Country)’ 인근에서 충돌하면서 요란한 날씨를 불러일으킨다.

커 카운티를 포함해 텍사스 중부 고원지대를 말하는 힐 컨트리는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의 아름다운 구릉과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릉에 내린 비는 급경사로 이뤄진 지형 탓에 좁은 계곡으로 집중되고 계곡이 범람하게 된다.

발코네스 단층대(Balcones Fault Zone)도 요란한 날씨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절벽과 가파른 언덕이 늘어선 발코네스 단층대는 텍사스 중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지질학적 단층대다. 걸프만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가 단층대를 만나 절벽을 타고 상승하는데, 주변 기온이 낮아지면 수증기가 응축돼 많은 비를 뿌린다.

이 지역은 토양층은 두께가 얇은 데다 단단하고 건조하고 유기물이 거의 없다. 빗물을 다 흡수하지 못하고 ‘과도한 지표 유출’이 발생한다. 빗물은 빠르게 언덕 아래로 흘러내려 개울과 강을 채운다.

이런 지형 탓에 힐 컨트리 지역은 미국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돌발 홍수가 발생하는 곳으로 꼽힌다. 1959~2019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텍사스에서 홍수로 1069명이 사망했다.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도 홍수 사망자가 가장 많은 주(州)로 집계됐고, 이러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힐 컨트리에서 발생했다.

지난주 멕시코만(灣) 중부의 해수면 온도는 7월 초순 평년(1981~2010년 평균)보다 0.56℃ 높았고, 더 많은 수증기가 텍사스를 향했다. 멕시코 인근을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이 지나가면서 남긴 비구름으로 대기에는 습기가 많아졌고, 이 따뜻하고 습한 대기가 바람을 타고 텍사스로 이동했던 것도 돌발 홍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허리케인 베릴 이동 경로 [EPA=연합뉴스]
허리케인 베릴 이동 경로 


홍수 위험 구역에 들어선 캠프 시설

어린이들이 참사를 겪은 ‘캠프 미스틱’의 오두막과 건물은 큰 홍수 위험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

1926년부터 가업으로 운영된 ‘캠프 미스틱’은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캠프 미스틱은 인기를 끌었고 해마다 캠프 참가자 수가 늘었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6년 전 숙소 건물을 12개 이상 새로 지었다.

하지만 이들 건물 중 최소 8채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매년 홍수 피해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표시해 경고하는 홍수 위험구역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물이 차오르면 유속이 빨라 위험한 지역, 매년 홍수 위험이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8채 가운데 4채는 어린 캠핑객이 머물던 캠프 오두막이었다.

당국으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은 뒤에는 해당 시설을 강에서 떨어진 곳으로 옮기거나 숙소 외 다른 용도로 사용했어야 했다. 이런 강변 숙소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이번 홍수 당시 이 숙소에서 잠을 자던 어린이들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재난 위험을 정밀 분석하는 비영리 조직인 '퍼스트 스트리트(First Street)' 분석에 따르면 캠프 내 다른 건물과 다른 지역에 있는 최소 17개의 건물의 경우 홍수범람원 구역으로 구분됐어야 하는데도 분류가 되지 않았다. 홍수범람원 구역도 홍수 위험 구역보다는 덜 하지만 여전히 위험한 지역이다.

FEMA의 커 카운티 지도에 과달루페 강 주변 위험 주택은 2560채로 나와 있지만, 퍼스트 스트리트 분석에 따르면 4500채 이상의 주택이 실제로 위험한 상태다.


홍수 피해를 입은 '캠프 미스틱' 캠핑장에 남겨진 캠프 참가 어린이의 여행가방 [로이터=연합뉴스]
홍수 피해를 입은 '캠프 미스틱' 캠핑장에 남겨진 캠프 참가 어린이의 여행가방 



늘어난 대기 수증기 폭우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가 기후변화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대니얼 스웨인 교수 등 전문가들은 “이번 텍사스 홍수에서 기후변화가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고, 단지 기후변화가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후변화가 해수면 온도를 높이고, 폭우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 대기로 더 많은 수증기를 보내 단시간에 내리는 폭우를 더 격렬하게 만든다.

온도와 수증기(포화 증기압)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열역학의 기본 법칙(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방정식(Clausius–Clapeyron equation))에 따르면,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은 약 7% 증가한다. 늘어난 수증기가 어딘가에서 폭우로 돌변하기 쉽다는 얘기다.

여기에 허리케인 등 폭풍우가 온난화된 기후에서 느리게 움직이고, 좁은 지역에 더 많은 비를 뿌리는 현상이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느리게 움직이는 폭풍으로 인해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이례적일 정도의 비를 쏟아붓는 바람에 발생하는 돌발적인 홍수가 크게 느는 추세다.

미 연방정부의 ‘국가 기후 평가’를 보면 텍사스주 동부 기준으로 연간 5㎝ 이상의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 1900년 이후 20% 증가했다. 텍사스 전역에서 극한 폭우의 강도가 2036년까지 10%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지난해 발표됐다.

돌발 홍수 때 물의 위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15cm 높이의 빠른 물살만으로도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고, 60cm 수심의 물살은 차를 띄울 수도 있다.

물의 흐름이 빠를수록 차나 사람 혹은 구조물에 가해지는 힘이 커지며, 이 압력은 물의 속도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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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홍수 피해 지역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상 예보는 제대로 발표했다지만...

미 국립기상청(NWS)이 예보를 잘못해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예보 당국은 최선을 다했고 전문가들도 예보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기상청을 감싸주는 분위기다.

텍사스주 델 리오에서 띄운 기상청 풍선의 관측장비(라디오존데)가 지난 3일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텍사스 중부 대기에 기록적인 양의 습기가 있었고,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예상됐다. 이에 기상청 사무소는 같은 날 오후 이 지역에 “127~177㎜의 비가 내릴 수 있다”며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첫 번째 홍수주의보는 3일 오후 1시 18분(현지 시간)에 발령됐는데, 이는 홍수 발생보다 최대 12시간 전에 발령된 셈이다.

아울러 텍사스 샌 앤젤로에 있는 기상청 사무소는 하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기 전에 돌발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첫 번째 돌발 홍수 경보는 반데라 카운티에 3일 오후 11시 41분에 발령됐고, 4일 오전 1시 14분에는 커 카운티에도 돌발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또 4~5일 텍사스 중부 전역에 두 번째 폭우가 쏟아지자 하루 종일 돌발 홍수 경보 수십 건을 추가로 발령했다.

기상학자들은 돌발 홍수를 유발하는 요인과 돌발 홍수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파악할 수 있지만, 돌발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정확한 장소와 시기, 정확한 강수량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비가 땅에 도달한 후 빗물이 어떻게 모여들고 이동할지까지 예측하기에는 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심야에 내려진 경보 제대로 전파 안 돼

기상 예보와 경보가 제대로 내려졌다고는 하지만, 실제 경보가 내려진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잠든 심야 시간이어서 전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가장 긴급한 경보는 새벽 1시 이후에 발령됐고, 홍수도 모두가 잠든 새벽에 발생했다.

휴대전화와 라디오 등을 통한 경보만으로는 재난 발생 시 인명피해를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휴대전화 서비스가 안 되거나, 라디오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실종자가 발생한 ‘캠프 미스틱’의 경우 캠핑객이 휴대전화, 스마트워치, 아이패드 또는 터치스크린이 있는 전자기기를 소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이 자연과 직접 상호작용하고, 스크린에서 벗어나 사회성, 집중력, 자율성을 키우도록 하기 위한 캠프의 핵심 운영 원칙이었다. 사고 당시 캠프 프로그램 진행자(상담사)조차 예보나 비상경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이 때문에 강물 범람과 급류 위험이 높은 강 상류의 캠핑장과 주거지에 대해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은 지방 당국에 눈총이 집중됐다. 취약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 즉 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어린이들을 더 높은 지대로 대피시켜야 했다는 것이다.


경보 사이렌 없어 대피 못하고 당해

텍사스 주의회에서는 지난봄 경보 사이렌과 기타 통신 장비 비용을 지원하는 법안을 검토했지만, 비용 문제로 부결시켰다. 이번 사고가 발생하자 주정부는 뒤늦게 홍수 취약 지역에 우선적으로 경보 사이렌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컴포트 마을에서는 주민 모금 등으로 비상경보 시스템을 마련했다. 강물이 일정 수위에 도달하면 사이렌이 울리는 이 경보 시스템 덕분에 컴포트 마을 주민들은 이번 폭우에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다.

'캠프 미스틱' 소유주인 딕 이스트랜드는 수십 년간 홍수 경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뜻을 이루지 못고 이번 재난 당시 캠프 참가자들이 대피하도록 돕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참사를 통해 국립기상청의 일부 지역 사무소 책임자가 공석(空席) 혹은 결원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기상청 지역 책임자와 지방 당국 간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지역 사회의 신속한 대처를 이끌어낼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 안전 담당자가 대중에게 게시한 첫 번째 홍수 경고, 페이스북을 통한 전파는 기상청이 경고를 발표한 지 몇 시간 후인 오전 5시에야 이뤄졌다. 경보가 발표된 시점과 사람들이 경고를 전달받는 방식 사이에 분명히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번 텍사스 참사는 역설적으로 정확한 기상 예보만으로는 인명을 구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보는 효과적인 대응의 한 부분일 뿐이고, 지방자치단체 등 당국에서 기상 예보와 경보를 정확히 해석해서 대중에게 알리고, 대피 등 필요한 조치를 제때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수로 폐허가 된 캠프 미스틱 캠핑장 내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홍수로 폐허가 된 캠프 미스틱 캠핑장 내부의 모습.


정파성 개입돼 홍수대책은 지지부진

텍사스는 이전에도 파괴적인 홍수를 겪었다.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비롯한 멕시코만 연안 지역에 1130㎜가 넘는 비를 쏟아부었던 때도 있었다. 당시 이 폭풍으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1,25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응해 텍사스주 의원들은 2019년 텍사스 홍수 기반시설 기금(Texas Flood Infrastructure Fund)을 조성하고 홍수 방지를 위한 사업 계획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텍사스 전역의 홍수 방지에 540억 달러(약 74조5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 의회에서는 14억 달러만 배정했다. 주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측이 재정지출 확대에 반대한 탓이고, 개발 홍수 방지 사업이 다른 지역에 홍수를 유발할 가능성에 대한 상세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봄 주의회에서는 향후 20년간 매년 최대 5억 달러를 홍수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계획을 통과시켰지만, 11월로 예정된 주 전체 주민투표에서 텍사스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커빌의 과달루페 강변에 돌발 홍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커빌의 과달루페 강변에 돌발 홍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부품 하나씩 떼어내는 꼴”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커 카운티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11일(현지시간)에는 홍수 참사 현장도 방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상 예보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기후 관련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과학자와 연구원을 해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재난을 대비하는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국립기상청,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 기관에서 수백 명의 전문가를 해고했으며 조기 경보 시스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로 인해 122개 기상청 사무소 중 최소 8곳이 24시간 운영 불가능해졌고, 풍선(라디오존데) 관측도 축소돼 약 18%의 관측소에서 상층 대기 관측이 중단되거나 횟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노먼에 있는 해양대기국의 국가 강풍 연구소(National Severe Storms Laboratory)에서는 돌발 홍수 예보를 위해 FLASH(Flooded Locations And Simulated Hydrographs Project, 침수 지역 및 모의 유량 곡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본격 가동된 이 도구는 다중 레이더 다중 센서 프로젝트의 고해상도, 정확한 강우량 관측굴을 사용하여 돌발 홍수 경보의 정확도, 시기 및 구체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해양대기국이 발표한 2026년 예산 계획에 따르면 1964년에 설립된 국립 강풍 연구소를 포함한 모든 해양대기국 연구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LA타임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는 시기에 재난 대응 역량이 약화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허리케인, 뇌우, 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조기 경보 체계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난관리청에 대한 구조조정과 지원 지연은 주정부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극한 강우와 돌발홍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 추세이지만, 이를 예측하고 대응할 중요한 연구기관은 폐쇄될 예정이어서 과학계에서는 “기술 발전이 아닌 기술 파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부품을 떼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예산 삭감이 서서히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6단계 조기 경보 사슬 [자료: Markus Reichstein 등 2025. Early warning of complex climate risk withintegrated artificial intelligence. Nature Communications. https://doi.org/10.1038/s41467-025-57640-w]
6단계 조기 경보 사슬 [자료: Markus Reichstein 등 2025. Early warning of complex climate risk withintegrated artificial intelligence. Nature Communications. https://doi.org/10.1038/s41467-025-57640-w]


돌발 홍수에 대한 기상 예보를 개선하려면

돌말 홍수는 예보하기가 쉽지 않다. 매우 국지적이고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폭우이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돌발홍수가 더 잦고 심해졌지만, 기존 물리 기반 모델은 예측 정확도에 한계가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기존 물리학 모델에 인공지능(AI)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을 접목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려는 AI 기반 하이브리드 예보 모델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막스플랑크 생물지구화학연구소에서는 AI 조기경보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예측부터 소통까지 아우르는 ‘6단계 경보 시스템’이다. 고해상도 데이터 기반으로 극한기후 피해를 사전에 예측하고, 심리학,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통합해 경보 전달력 강화하려는 취지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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