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에 힘쓰는 기업, 위기에 강하다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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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탄핵 정국에 한국 경제 비상

불확실성 지속에 기업들 대책 부심

ESG 실천 기업 위기 때 빠른 회복

혁신 능력, 이해관계자 신뢰가 바탕

ESG 경영 기업 생존전략 자리매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진행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국 사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지난 3일 겨우 반등에 성공하며 2,500선을 회복했으나, 비상계엄 선포로 주저앉았다. 계엄령이 빠르게 해제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고는 해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어렵게 되찾았던 2,500선을 다시 내줬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4~6일 사흘간 총 1조85억원을 순매도했다. 순매도는 금융업종에 집중됐는데, 사흘간 7096억 원이나 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1,400원대가 굳어지는 상황이었고, 여기에 정국 불안이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지난 4일 새벽 1,442.0원까지 뛰었고, 이후 1,410∼1,430원을 오르내리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거래 종가는 1,419.2원으로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계엄 해제돼도 당분간 경제 전망 불확실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탄핵 정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불발됐지만, 야당에서는 탄핵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정부는 민생 안전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여당이 정국을 주도할 헌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여야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당장은 정치권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신인도가 떨어지면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차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의 차환(또 다른 대출로 대출을 갚는 행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금융사가 자기 돈으로 상환을 하지 못하면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진다.

제2금융권에서는 한때 뱅크런(대규모 인출)을 우려해 잔뜩 긴장하기도 했다. 대형 보험사들 역시 가능성은 작지만 보험계약이 한꺼번에 해지되는 상황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 계획까지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금융권 외에 일반 기업에도 여파가 없을 수 없다. 원화 약세로 사업 환경이 크게 달려졌고, 자금 조달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유지류·유제품 등의 국제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박을 받게 됐다. 식품 물가가 많이 이미 오른 상태라 가격을 더 올린다면 내수 부진을 부채질할 수 있어 가격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유통업계에서는 탄핵 정국이 계속된다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특수가 사라질 수 있어 벌써부터 걱정이다.

 

ESG 성과 높으면 위기 시 수익 덜 감소
위기 상황에서는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그 와중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도입한 기업들은 위기를 잘 극복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경북대 경영학부 연구팀이 2021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기업의 ESG 활동이 재무 성과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ESG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공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급 자료를 ESG 성과로 활용했다. 실험적 모델을 사용해 팬데믹 위기 동안 기업의 ESG와 재무 실적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발생한 2020년 1분기에 기업의 수익이 크게 줄었지만, ESG 활동 성과가 높을수록 수익 감소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ESG 활동 성과는 코로나 팬데믹 동안 수익 변동성을 줄이는 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ESG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업 위기 동안 예상치 못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ESG 활동이 기업의 하향 위험 관리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도 ESG 경영이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됐다. 중국 난징 경영대학 연구팀은 올해 초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츠(Nature Scientific Reports)’ 저널에 2993개 상장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 판데믹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됐는데, ESG 성과가 좋은 기업은 위기에 회복력이 더 강했다”고 밝혔다. ESG 경영 성과는 기업의 자금 조달 제약을 완화시켰고, 기업의 녹색 혁신 역량을 확대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ESG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체계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키도 했다.

세부적으로 ESG 중에서도 S(사회)와 G(지배구조) 항목, 즉 양호한 거버넌스 수준과 사회적 성과가 기업 회복력에 상당한 긍정적 촉진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심한 지역일수록 ESG 성과가 더 중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새로운 규제나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처

ESG 성과가 좋은 기업이 사회, 경제, 정치적 위기에서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평상시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강화하고 미리 준비함으로써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위기에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G 경영을 통해 평소 투자자와 고객, 직원, 지역 사회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구축해 놓는다면 위기 상황에서도 고객의 충성도와 직원의 헌신도를 유지하기 쉽다. 위기 때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지원과 협력을 받을 수 있다. 위기가 닥치더라도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로부터도 투자를 유지할 수 있고, 유리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ESG 경영에 힘쓰는 기업일수록 사회적 평판이 좋기 때문에 위기 중에도 긍정적인 미디어 보도와 소비자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평소 ESG 경영을 통해 혁신에 관심을 갖고 노력한 기업은 새로운 규제나 상황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유럽의 에너지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ESG를 중시해 재생 에너지에 투자한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타난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도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ESG 경영은 단순히 윤리적 경영의 차원을 넘어, 기업이 복잡한 위기 상황에서도 생존하고 번창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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