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미세먼지로 덮였다. 강찬수 기자
2018~2020년 1만7000건 거래 자료 분석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심하면 가격 낮아져
단국대 연구팀 “아파트 단지 계획 때 고려를”
서울에서 공기 질이 아파트 가격에 영항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파트 거래 가격과 대기오염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대기질이 주택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았다는 것이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현동우·이혜경 교수팀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과학 저널(Asia-Pacifc Journal of Regional Science)’에 ‘서울 아파트 거래 가격에 대한 대기질의 공간적 이질성 측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8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4만1032건 중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1만7000건의 아파트 거래 데이터(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서울시 대기오염자동관측망(25곳)에서 측정한 미세먼지(PM10)과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 데이터를 활용했다. 대기오염이 건강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통합대기질지수(CAI)도 함께 사용했다.
거래 내역 분석에 사용한 서울 시내 아파트 위치(붉은점)와 대기오염 측정망 위치(파란점). [자료:Asia-Pacifc Journal of Regional Science, 2024]
연구팀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종합대기질지수 등 3가지 공기질 측정값 모두 주택 거래가격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면서 “이는 공기질이 나쁜 경우 해당 지역의 아파트가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남부 대기오염 심한 편
서울 25개 자치구별 미세먼지(PM10)의 평균치는 ㎥당 37.0~45.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타났다. PM10의 국가 대기질 기준인 50㎍/㎥를 초과한 경우는 없었다. 서울 서남부 자치구에서 PM10 농도가 더 높았다.
PM10과 아파트 거래 가격 사이에는 음의 상관관계가 뚜렷이 나타났다. 모델분석 결과, PM10 농도가 100㎍/㎥ 증가할 경우 아파트 가격은 약 11.2%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M10 농도가 10㎍/㎥ 높다면 아파트 거래 가격은 1%가량 낮아진다는 의미다.
서울지역 자치구별 대기오염도 분포. 왼쪽부터 통합대기질 지수(CAI),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자료: Asia-Pacifc Journal of Regional Science, 2024]
초미세먼지(PM2.5)의 자치구별 평균치는 21.6~26.8㎍/㎥였다. PM2.5 국가 대기질 기준인 15㎍/㎥와 비교하면, 모든 자치구가 국가 기준치를 웃돌았다. PM2.5 기준으로는 서울 전역의 대기질이 좋지 않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특히, 마포구와 용산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동대문구 등에서 PM2.5 농도가 높았다.
공간 모델 분석 결과, PM2.5가 100㎍/㎥ 증가할 경우 아파트 가격은 12.5%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통합대기질지수(CAI)는 0부터 500까지 사이에서 표시되며, 좋음(0~50)과 보통(51~100), 나쁨(101~250), 매우 나쁨(251~500) 등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서울 지역의 평균 CAI는 76.1에서 89.2 사이로 ‘보통’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만성 노출 때 환자에게 가벼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기질 수준을 의미한다.
대체적으로 서울 남서부 지역의 자치구의 평균 CAI 수준이 높았는데, 이는 PM10 평균 수준의 공간적 분포와 유사한 패턴을 나타냈다.
모델 분석에서 CAI의 경우도 아파트 가격과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지수가 100 상승하면 아파트 가격은 약 5.4%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지역 대기질도 거래가에 영향
실제 아파트 가격은 이처럼 단순하지는 않은데, 해당 지역 대기질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대기질도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해당지역의 대기질이 좋아 아파트가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주변 지역의 대기질이 좋지 않을 경우 거래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지역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강한 공간 의존성, 공간적 자기상관(auto-correlation)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공간적 자기상관이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서 얻은 데이터 값들이 서로 유사하거나 관련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 지점에서의 관측값이 인접한 지점들의 관측값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현상을 말한다. 대기질의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자기상관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주변 지역에서 PM10이 100㎍/㎥ 상승한다면, 해당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격은 3.4%가, PM2.5가 100㎍/㎥ 상승한다면 10.2%가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주변 지역 CAI 지수가 100 상승한다면, 해당지역 아파트 가격은 4.7%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변 지역 영향까지 고려하면 해당 지역 PM10이 100㎍/㎥ 증가할 때 이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는 11.2%에서 10.9%로 줄어든다.
또, PM2.5 100㎍/㎥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는 10.8%로, CAI 지수 100 상승으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는 5%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거래가 1%까지 차이 날 수도
현재 서울 시내 자치구별 대기오염 측정치가 100㎍/㎥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대기질 차이로 인한 서울 시내 아파트 거래 가격은 약 1%까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아파트 가격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대기질보다 더 중요한 요인도 있지만, 대기질이 아파트 가격의 1% 정도는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공기 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아파트 구입 시 깨끗한 공기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도시 계획 담당자와 개발자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공간 전략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질의 공간적 분포가 아파트 가격에 미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주택 가격과 공기 질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 주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 때문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주변에 녹지가 많이 분포하거나, 도로나 공장 등 오염시설이 없는 점 등은 대기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동시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거주 환경일 수도 있어 아파트 거래 가격을 높인 데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기오염 GDP 0.2% 손실로 이어져
이에 앞서 경북대 김승규 교수팀은 지난 2019년 ‘대기질, 대기와 건강(Air Quality, Atmosphere & Heal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 지역의 아파트에는 가격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 등은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공기 질이 좋은지 여부보다는 이전보다 공기질이 개선됐느냐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했다”면서 “이는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비용지불의사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얻는 편익이 아파트 가격 상승이라는 금전적 가치로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다.
한편, 연구팀은 논문에서 2014년 미국 경제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출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인한 대기 질 저하로 인해 2018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35억 4000만 달러(약 4조9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2019년 연구 결과도 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하늘공원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미세먼지로 덮였다. 강찬수 기자
2018~2020년 1만7000건 거래 자료 분석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심하면 가격 낮아져
단국대 연구팀 “아파트 단지 계획 때 고려를”
서울에서 공기 질이 아파트 가격에 영항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파트 거래 가격과 대기오염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대기질이 주택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았다는 것이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현동우·이혜경 교수팀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과학 저널(Asia-Pacifc Journal of Regional Science)’에 ‘서울 아파트 거래 가격에 대한 대기질의 공간적 이질성 측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8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4만1032건 중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1만7000건의 아파트 거래 데이터(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서울시 대기오염자동관측망(25곳)에서 측정한 미세먼지(PM10)과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 데이터를 활용했다. 대기오염이 건강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통합대기질지수(CAI)도 함께 사용했다.
거래 내역 분석에 사용한 서울 시내 아파트 위치(붉은점)와 대기오염 측정망 위치(파란점). [자료:Asia-Pacifc Journal of Regional Science, 2024]
연구팀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종합대기질지수 등 3가지 공기질 측정값 모두 주택 거래가격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면서 “이는 공기질이 나쁜 경우 해당 지역의 아파트가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남부 대기오염 심한 편
서울 25개 자치구별 미세먼지(PM10)의 평균치는 ㎥당 37.0~45.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타났다. PM10의 국가 대기질 기준인 50㎍/㎥를 초과한 경우는 없었다. 서울 서남부 자치구에서 PM10 농도가 더 높았다.
PM10과 아파트 거래 가격 사이에는 음의 상관관계가 뚜렷이 나타났다. 모델분석 결과, PM10 농도가 100㎍/㎥ 증가할 경우 아파트 가격은 약 11.2%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M10 농도가 10㎍/㎥ 높다면 아파트 거래 가격은 1%가량 낮아진다는 의미다.
서울지역 자치구별 대기오염도 분포. 왼쪽부터 통합대기질 지수(CAI),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자료: Asia-Pacifc Journal of Regional Science, 2024]
초미세먼지(PM2.5)의 자치구별 평균치는 21.6~26.8㎍/㎥였다. PM2.5 국가 대기질 기준인 15㎍/㎥와 비교하면, 모든 자치구가 국가 기준치를 웃돌았다. PM2.5 기준으로는 서울 전역의 대기질이 좋지 않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특히, 마포구와 용산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동대문구 등에서 PM2.5 농도가 높았다.
공간 모델 분석 결과, PM2.5가 100㎍/㎥ 증가할 경우 아파트 가격은 12.5%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통합대기질지수(CAI)는 0부터 500까지 사이에서 표시되며, 좋음(0~50)과 보통(51~100), 나쁨(101~250), 매우 나쁨(251~500) 등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서울 지역의 평균 CAI는 76.1에서 89.2 사이로 ‘보통’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만성 노출 때 환자에게 가벼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기질 수준을 의미한다.
대체적으로 서울 남서부 지역의 자치구의 평균 CAI 수준이 높았는데, 이는 PM10 평균 수준의 공간적 분포와 유사한 패턴을 나타냈다.
모델 분석에서 CAI의 경우도 아파트 가격과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지수가 100 상승하면 아파트 가격은 약 5.4%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지역 대기질도 거래가에 영향
실제 아파트 가격은 이처럼 단순하지는 않은데, 해당 지역 대기질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대기질도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해당지역의 대기질이 좋아 아파트가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주변 지역의 대기질이 좋지 않을 경우 거래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지역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강한 공간 의존성, 공간적 자기상관(auto-correlation)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공간적 자기상관이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서 얻은 데이터 값들이 서로 유사하거나 관련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 지점에서의 관측값이 인접한 지점들의 관측값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현상을 말한다. 대기질의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자기상관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주변 지역에서 PM10이 100㎍/㎥ 상승한다면, 해당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격은 3.4%가, PM2.5가 100㎍/㎥ 상승한다면 10.2%가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주변 지역 CAI 지수가 100 상승한다면, 해당지역 아파트 가격은 4.7%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변 지역 영향까지 고려하면 해당 지역 PM10이 100㎍/㎥ 증가할 때 이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는 11.2%에서 10.9%로 줄어든다.
또, PM2.5 100㎍/㎥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는 10.8%로, CAI 지수 100 상승으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는 5%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거래가 1%까지 차이 날 수도
현재 서울 시내 자치구별 대기오염 측정치가 100㎍/㎥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대기질 차이로 인한 서울 시내 아파트 거래 가격은 약 1%까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아파트 가격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대기질보다 더 중요한 요인도 있지만, 대기질이 아파트 가격의 1% 정도는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공기 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아파트 구입 시 깨끗한 공기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도시 계획 담당자와 개발자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공간 전략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질의 공간적 분포가 아파트 가격에 미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주택 가격과 공기 질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 주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 때문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주변에 녹지가 많이 분포하거나, 도로나 공장 등 오염시설이 없는 점 등은 대기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동시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거주 환경일 수도 있어 아파트 거래 가격을 높인 데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기오염 GDP 0.2% 손실로 이어져
이에 앞서 경북대 김승규 교수팀은 지난 2019년 ‘대기질, 대기와 건강(Air Quality, Atmosphere & Heal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 지역의 아파트에는 가격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 등은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공기 질이 좋은지 여부보다는 이전보다 공기질이 개선됐느냐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했다”면서 “이는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비용지불의사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얻는 편익이 아파트 가격 상승이라는 금전적 가치로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다.
한편, 연구팀은 논문에서 2014년 미국 경제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출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인한 대기 질 저하로 인해 2018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35억 4000만 달러(약 4조9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2019년 연구 결과도 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