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바다에 ‘투기’하는 삼중수소 우려 여전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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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뒷쪽으로 핵오염수가 쌓여 있다.


11일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사고로 발생한 핵 오염수를 지난해 8월부터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핵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했기 때문에 방류하더라도 해양 생태계나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보고서를 검토했고, 문제가 없다고 승인했다. 한국 정부와 국내 학계에서도 이런 일본 주장을 대체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 학계 일부에서는 여전히 일본이나 IAEA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유기결합 삼중수소 생물농축 가능성

최근 국제 저널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실린 기고문에서 영국 플리머스 대학교 연구팀은 방류된 오염수 속의 삼중수소(3H)가 생물체 내에 흡수돼 만들어지는 유기 결합 삼중수소(OBT)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도쿄 전력이 ALPS로 처리하더라도 물분자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제거할 수가 없고, 방사성 탄소(14C)도 방류수에 존재하게 된다.

이 삼중수소가 체내에 들어가 유기물 형태로 존재하고, 이것이 먹이사슬을 따라 생물 농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플리머스대학 연구팀의 지적이다. 세포 내에서 삼중수소가 붕괴하면서 베타 방사선을 방출할 경우 에너지는 약하더라도 짧은 거리에서 염색체(DNA)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생물학적 효과비(RBE)가 크고, 따라서 고에너지 감마선 또는 X선만큼 강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기 결합 삼중수소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해양생물이 DNA가 손상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시간당 4.9 μGy(마이크로그레이)의 유기 결합 삼중수소 방사선에 7일 동안 노출된 홍합(진주담치)의 경우 염색체 손상 수준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이 없는 수준으로 제안된 시간당 10μGy보다 낮은데도 영향이 확인된 것이다.

캐나다 핵시설 근처의 강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경우도 혈액과 생식세포의 DNA 손상 같은 영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플리머스 대학 연구팀은 “유기 결합 삼중수소 형성 메커니즘 등을 포함해 환경에서 삼중수소의 동태를 장기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향을 조사할 때 해양의 저산소 상태, 고온 상태, 미세플라스틱 존재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류를 타고 서해·동해로 올 수도

중국·인도·캐나다 등 국제 연구팀도 지난해 10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SSRN에 발표한 논문 ‘후쿠시마 폐수 방출: 풀리지 않는 질문과 전 세계적인 우려(Fukushima wastewater release: unanswered questions and global concerns)’에서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연구팀은 “일부 과학자들은 높은 수준의 삼중수소 노출은 세포 내 활성산소 종(種)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항산화 시스템의 오작동, 과산화로 인한 막(膜) 지질의 손상 및 대사성 DNA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소개했다.

또 “삼중수소는 또한 해양 먹이사슬에 축적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더 작은 오염된 생물체를 소비하는 더 큰 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오염수 방출은 쿠로시오 해류와 오야시오 해류와 같은 강력한 해류가 수렴하는 후쿠시마 해안 근처에서 이뤄지는데, 이러한 해류로 인해 방사성 핵종을 다양한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부 방사성 핵종은 동중국해로 이동해 북쪽으로 서해와 동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방류의 적법성 입증 못해”

국제 연구팀은 “일본은 지난해 7월 발표된 IAEA 평가보고서 전문을 인용해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일본은 IAEA의 평가 범위를 제한하고, 해상 배출 외에 다른 모든 잠재적인 처리 방법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IAEA의 평가는 실제로 일본이 설치한 일방적인 위원회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기술지원 및 자문 평가에 해당할 뿐이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배수 계획에 법적 효력이 없으며 정당성을 부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채취한 소수의 핵 오염수 샘플에 대해서만 실험실 간 비교를 실시하며, 평가 과정은 대부분 일본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데이터와 정보에 의존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때문에 IAEA의 평가 결론은 적절한 과학적·사실적 뒷받침이 부족하고 상당한 한계가 있으며 표본 독립성과 대표성이 상당히 부족한 시나리오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연구팀은 “일본 측은 ▶방류 결정의 적법성 ▶핵 오염수 정화 장비의 내구성과 신뢰성 ▶핵 오염수 관련 데이터의 진실성과 정확성 ▶해양 안전 환경과 인간 건강 ▶모니터링 프로그램의 철저함과 효율성 ▶이해관계자와의 완전한 협의 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된 물이 안전하다면 바다에 방류할 필요가 없고, 안전하지 않다면 방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주장은 불필요하고 부적절하며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염수가 해양 생물과 해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AEA에 평가 권한 있는지 의문”

중국 전략연구소의 장 징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헤인온라인(HeinOnl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예 IAEA기 ALPS 처리수를 평가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에 논란이 있다고 소개했다.

IAEA 규정 제3조 A항 6항에 따르면 IAEA는 다양한 원자력 안전 기준 수립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는데, 이 조항 마지막 단락에는 “국가의 요청에 따라 원자력 분야에서 해당 국가의 모든 활동에 대해”라고 언급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ALPS 처리수는 원자력 발전소의 정상적인 운전 중에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며, 원자력이나 원자력 발전의 일반적인 과정과도 관련이 없다”면서 “따라서 ALPS 처리수를 원자력 분야로 분류하여 원자력 관련 활동 범위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은 어떤 국제 조직이나 기관에게도 안전 검토를 실시하거나 물질 배출이나 해양 투기 문제에 대해 권위 있는 인증을 제공할 권한을 부여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AEA는 이 문제에 대한 인증이나 판결을 제시하려면 적절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관할권을 갖고 있다는 IAEA의 주장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처리수 배출은 방류 아닌 ‘투기’

장 선임연구원은 또 “UNCLOS 제210조를 적용한다면 ALPS 처리수의 배출을 ‘방류(discharge)’가 아닌 ‘투기(dumping)’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IAEA는 ALPS 처리된 물을 바다로 배출하는 것을 ‘투기’가 아닌 ‘방류’로 간주했는데, 이는 완전히 법적 용어의 오용이라는 것이다.

ALPS 처리수 배출 문제에 대해 UNCLOS의 적용 가능성을 논의할 때 많은 학자들은 제207조(육지 오염원으로부터의 오염)를 자주 인용하지만, 일본 정부의 배출은 207조의 범위를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발생하여 일반적으로 강, 하구, 파이프라인 및 배출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는 이러한 유형의 오염은 투기로 인한 오염을 다루는 UNCLOS 제210조에서 다루는 지속 오염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경 초월하는 환경영향평가 필요

화동정법대학(East China University of Political Science and Law) 등 중국 연구팀은 지난달 ‘환경영향평가 검토(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 Review)’라는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법적으로 ALPS 처리수는 핵폐기물로 분류되어야 하고, 국제법상 해양 배출을 ‘방류’가 아닌 ‘처분(disposal)’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ALPS 정화 후 바다로 배출되는 물에는 여전히 삼중수소와 기타 잠재적으로 검출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법상 ALPS 처리수의 가장 적절한 정의는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국경을 초월한 환경영향평가(EIA)를 시행하기 위해 한국 등 동북아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공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위원회는 일본의 ALPS 처리수 처분 계획에 대해 시의적절하고 다자적이며 효율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등이 일본의 ALPS 처리수 처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려면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국경을 초월한 EIA가 없으면 설득력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동북아 지역 국가들은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 동북아 환경협력회의 등과 같은 환경 협력을 위한 양자적, 다자적 기반을 모두 갖추고 있다”면서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국경을 초월한 EIA를 시행했던 유럽의 선례를 적용한다면 국경을 초월한 EIA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이러한 국경을 초월하는 EIA 접근 방식은 국제사회가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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