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차단은 국제법으로 지켜야 할 ‘국민 생명선’

202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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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해양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가 국제 통상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일본은 한국을 포함해 자국 수산물을 제한하는 국가들에 규제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심지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까지 언급한다. 그러나 최근 국제법 연구는 우리에게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국민의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국제법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해양 정책(Marine Policy)'에 실린 중국 난카이대 자오 징징 교수의 논문은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를 국제법적으로 분석했는데, 이 논문 주장에 따른다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는 정당하다 조치로 볼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의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 제5.7조는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 가용한 정보를 토대로 잠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는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한 조항이다.

이 조항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첫째, 수입 제한 조치가 과학적 근거 없이 ‘무역 장벽’으로 비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평가 보고서와 실측 데이터, 독립적 검증 자료를 꾸준히 확보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오 교수는 논문에서 “중국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조치를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며, WTO에 명시적으로 제5.7조를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둘째, 이 조항은 우리 정부가 일본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전하다고 했다’는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한다. 논문은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모든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지 않았고, 특히 삼중수소와 탄소-14가 잔류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IAEA 보고서가 “방류의 법적 정당성을 검토하지 않았고,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의 정확성을 검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과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은 독립적인 시료 채취와 자체 분석, 그리고 이를 통한 국제적 정보 공유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셋째, SPS 협정 제5.7조는 단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치를 유지하려면 △과학적 증거의 불충분성 확인 △가용한 정보에 근거한 조치 △추가 정보 확보 노력 △합리적 기간 내 재검토라는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한국이 향후 WTO 분쟁에 대비해 국내 검사 체계의 정밀성, 국제 공동연구 참여, 일본에 대한 정보 제공 요구, 조치 재검토 절차의 투명성을 제도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2019년 WTO에서 한국은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과학적 불확실성’과 ‘국민 건강 우려’를 근거로 정당하다고 판정받았다. 이번에도 달라질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번에는 중국의 전면 금수 조치 사례와 징징 자오 교수의 연구가 ‘국제법적 선례’로 더해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확고한 원칙이다. “국민 안전 없는 개방은 없다”는 대원칙 아래, 우리 정부는 일본에 독립적 검증과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고, 거부한다면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이 지난해 9월 체결한 IAEA 틀 내 ‘장기 국제 모니터링 합의’처럼, 우리도 참여와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한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먹거리와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국가적 책무다.

무역 마찰을 피하려다 국민의 생명선인 식품안전을 타협한다면, 그 대가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는 단순한 통상 분쟁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바다를 지키고, 미래 세대의 건강을 지키는 싸움이다. 국제법이 허용하는 모든 권한을 활용해 정부가 당당히 대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Zhao, Jingjing. 2025. China’s suspension of imports of all aquatic products from Japan: International legal basis and future prospects. Marine Policy. https://doi.org/10.1016/j.marpol.2025.106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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