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도, 기온도 사상 최고…돌파구는 없나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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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온 산업화 전보다 1.55도 상승
온실가스 배출량·농도 사상 최고 기록
LA 산불 피해는 기후 위기 상징 자체
법·제도·사회시스템 바꿔 위기에 맞서야
CO2 콘크리트 영구처분 아이디어 눈길
건축자재 속 저장 잠재력 연간 160억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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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위키피디아]

‘지옥의 문’이라도 열린 것일까. 새해 들면서 지난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는 소식과 더불어 일주일 가까이 계속되는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산불 뉴스가 요란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5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기온 상승 마지노선인 1.5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우리 기상청도 한반도 역시 지난해 연평균 기온이 14.5도를 기록, 기상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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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경고 4년 만에 현실이 돼 찾아와

한 해 기온만으로 이미 ‘기후’가 1.5도 경계를 넘었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2021년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6차 기후평가보고서(AR6)에서 “21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21~2040년 중에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IPCC 보고서의 ‘경고’가 4년 만에 현실이 됐다. 기후 위기라는 불청객은 현관문을 마구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IPCC가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는 1.5도 초과 시점을 2030~2052년으로 내다봤다는 점을 상기하면, 기후변화는 가속이 붙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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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탄소 프로젝트’는 2024년 화석연료 사용에서 나온 전세계 온실가스는 배출량이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374억 톤이라고 잠정 추산했다. 2023년보다 0.8% 늘어난,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6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하와이 마우나 로아의 관측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5월 평균 농도가 426.9ppm으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년 5월(평균 농도 424ppm)보다 2.9ppm 증가한 것이다.

사상 최고 기온이 그냥 나타난 게 아닌 셈이다. 한번 배출한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수십 년, 수백 년을 머무르며 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는 것도 문제인데, 배출량 자체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유엔 “21세기 말엔 극한 산불 50% 증가”

기후 위기는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가장 극적인 게 산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반복되는데, 그 뒤에는 기후변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건조한 계절이 길어지고, 여기에 폭염과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면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작은 불씨에도 발화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유엔 환경계획(UNEP)은 지난 2022년 2월 발표한 ‘산불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극한 산불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장 LA 산불 피해도 심각하다. 10여 명이 죽고 여러 사람이 실종된 것 외에 서울 면적의 4분의 1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우리 돈 90조 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LA 산불은 최근 가뭄이 다시 심해지면서 토양이 메마르고 불을 끌 물조차 귀해진 탓이다. 여기에다 ‘샌타애나(Santa Ana)’라고 불리는 강한 국지성 돌풍도 거들었다. 네바다·유타·캘리포니아 등에 걸친 거대한 분지 지형인 ‘그레이트 베이슨’에 고기압이 형성되면, 내리누르는 압력 탓에 분지에 갇혀 있던 공기가 산맥 틈새를 타고 상대적으로 기압이 낮은 서부 해안 쪽으로 밀려들게 된다. 이 공기 흐름이 최대 시속 100㎞에 이르는 강한 국지성 돌풍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더욱이 공기는 산을 넘으면서 더 뜨겁고 건조해진다.

물론 사람들이 개발로 산림을 파고들고 훼손하는 것도 산불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지난 2023년 7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과 이스라엘 하이파-오라님 대학,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 등의 국제 연구팀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야생과 도시 사이의 경계 지대(wildland–urban interface, WUI)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WUI는 산불 발생과 위험이 높은 곳이고, 개발로 인해 야생동식물 서식지의 훼손과 파편화, 생물다양성과 탄소 저장의 손실, 개와 고양이로 인한 야생동물 포식 피해, 생태계에 대한 빛과 소음 공해, 동물원성 질병의 사람 감염 등이 나타나는 곳이다.

2020년 기준으로 WUI는 전 세계 육지 면적의 4.7%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35억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2003~2020년 산불로 피해를 본 사람들(집에서 1㎞ 이내에서 화재를 경험한 사람들)의 3분의 2 이상이 WUI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온 오르면 지구 생태계도 ‘화상’ 입어

인류에게 심각한 경고를 던진 IPCC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도 동시에 제시했다. 물론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1세기 내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전제다. 기온 상승을 1.5도로 묶으려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배출해도 되는 탄소의 양은 제한돼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인류에게 남은 ‘탄소 예산(carbon budget)’은 10년도 안 돼 고갈된다.

잊어서는 안 되는 문제는 인류가 노력해 기온 상승 폭을 1.5도 아래로 낮추더라도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한다면 지구 생태계 역시 사람이 화상(火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사람이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는 빨리 손을 떼고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가야 식혀야 한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를 초과하더라도 가능하면 상승 폭을 줄여 덜 오르도록 해야 하고, 1.5도를 초과하는 기간도 가능하면 줄여야 한다. 지구 기온이 치솟고 시간이 오래 이어진다면, 그래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선다면 지구 빙하는 녹아 없어지고, 생물 종도 사라질 것이다. 상처가 깊어지면 되돌릴 수도 없고, 회복도 어렵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것도 서둘러야 한다. 산업과 농업, 교통, 토지이용 등 각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생활 습관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고치고, 과학기술에도 투자해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회경제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것처럼 그런 자세로 기후 위기에 임해야 한다.


“CO2 흡수한 숯·광물을 콘크리트에 넣자”

암울한 상황에서 조금은 희망을 주는 소식도 있다. 건축할 때 쓰는 콘크리트 속에 아예 온실가스를 저장하자는 아이디어다. 그렇게 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멀리 싣고가서 바다 밑에 저장하지 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데이비스)과 스탠포드대학의 연구팀은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콘크리트와 플라스틱과 같은 건축 자재는 매년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가둘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UC 데이비스)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콘크리트와 같은 건축 자재는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저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사진은 2023년 5월 캘리포니아대학 새크라멘토 캠퍼스에서 건설 현장 [UC 데이비스 사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UC 데이비스)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콘크리트와 같은 건축 자재는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저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사진은 2023년 5월 캘리포니아대학 새크라멘토 캠퍼스에서 건설 현장 [UC 데이비스 사진)]

전 세계적으로 연간 300억 톤의 콘크리트가 사용되는데, 콘크리트에 바이오차(Biochar)를 넣거나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광물을 투입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연간 131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건축자재로 목재를 더 많이 활용하게 된다면,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연간 166억 톤에 이르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0%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바이오차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식물체 바이오매스를 구워 숯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농업 잔류물 등을 바이오차로 만들고 이를 콘크리트 속에 넣어 영구적으로 저장한다는 것이다. 또, 산화칼슘, 산화마그네슘, 실리카 등을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하고 이때 나온 탄산염 화합물을 콘크리트에 섞어 영구 저장하는 방식이다.

바이오차(열처리된 바이오매스)로 만든 콘크리트. [사진: 캘리포니아대학(UC 데이비스)]

바이오차(열처리된 바이오매스)로 만든 콘크리트. [사진: 캘리포니아대학(UC 데이비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러한 방식의 탄소 흡수 제거 방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소 저장 건축 자재 등에 대한 제품 표준과 성과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이 방식의 탄소 제거가 탄소 상쇄와 배출권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또 “물론 처음에는 하중이 걸리지 않거나 하중이 적게 걸리는 분야, 예를 들면 단열재나 바닥재, 포장도로 등에 먼저 적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2025년에 당장 모든 저장 옵션을 사용하기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2100년까지 건축 환경에서 모두 1조200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만큼 달성할 수는 없겠지만, 이 아이디어를 실행한다면 큰 보탬이 될 수도 있겠다.

지금 인류가 처한 기후 위기를 생각한다면 이런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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