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상류에서 1970년부터 가동
대기·수질·토양오염에다 산림 훼손
2개월 조업정지 처분 소송으로 맞서
제련 잔재물 50만 톤 처리도 숙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대표이사 구속
고려아연 경영권 위해 지분 다툼도

경북 봉화군 석포면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대기오염으로 토양이 오염됐고, 주변 산림도 황폐화돼 있다. 강찬수
지난달 24일 주식회사 영풍의 장형진 고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국민과 주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장 고문은 지난달 8일 열린 환노위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고령과 질병,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장 고문의 불출석을 질타했고, 다시 증인으로 채택돼 지난달 24일 출석한 것이다.
장 고문이 국감에 불려 나오고 마지못해 사과까지 하게 된 것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의 석포제련소 때문이다. 장 고문은 석포제련소의 실질적 오너로 알려졌다.
석포제련소는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카드뮴·아연 등 중금속으로 낙동강 상류와 주변 토양을 오염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대기오염으로 인근 산림까지 황폐화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소 중독으로 노동자 사망
여기에 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23일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대표가 구속된 것은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6일 석포제련소에서 탱크 수리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누출된 비소에 중독돼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한 게 이유였다.
이 사고 이후에도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 3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고, 8월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지기도 했다. 안동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1997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산업재해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총 15명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까지 벌이고 있어 영풍은 E(환경)와 S(사회), G(지배구조) 등 세 가지 면에서 모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ESG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들에 반면교사가 되는 셈이다.
10년 전 주민들 오염 해결 요구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안동댐 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국내 최대, 세계 4위의 생산 규모를 지닌 아연 제련소다. 국내 아연 수요의 약 36%를 공급하고 있다.
1970년부터 40여 년 동안 시설을 가동하면서 굴뚝을 통해 불산·중금속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폐수 배출과 폐기물 매립으로 토양과 낙동강 수질을 오염시켰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13년 이후 10년간 환경법령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가 76건에 이른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위치. [자료: 환경부]
고통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2014년 봄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환경부 등에 제련소 오염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2014년 10월 환경운동연합·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조사한 6개 지점 중에서 토양환경보전법의 카드뮴(Cd) 토양오염 우려기준(4ppm)을 초과한 곳이 3곳으로 나타났다. 아연(Zn)의 경우 토양오염 우려기준(300ppm)을 초과한 곳이 2곳이었고, 2곳은 토양오염 대책기준(900ppm)까지 초과했다.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환노위 한정애 의원은 국감에서 “석포제련소 인근 초등학교 부근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의 2배, 아연은 6.8배에 이르렀지만 관할 지자체와 환경 당국은 문제점과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이해관계로 축소되거나 은폐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경북 봉화군은 제련소 측에 토양정밀조사를 명령했고, 그 결과에 따라 2015년 4월 원광석 폐기물 보관장에 대해, 2015년 10월에는 1공장과 2공장 부지에 대해 정화 명령(전체 면적 10만㎡)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제련소 부지가 심하게 오염됐지만 정화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업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시설과 건물 아래 오염된 토양을 걷어내고 정화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탓이다.
주변 오염 토양이 덤프트럭 2700대 분량
2014년 국감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한국환경공단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2015~2016년 석포제련소 주변 반경 4㎞ 구역 내 농경지와 학교용지 448지점에서 토양 시료 1058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지점 수 기준으로는 76.8%, 시료 수 기준으로는 62.3%가 기준을 초과했다.
중금속인 비소(As) 오염도는 평균 29.6ppm, 최대 163.6ppm으로 제련소 반경 4㎞ 이내 지점 대부분이 우려기준 25ppm을 초과했다. 아연(Zn) 농도는 평균 226.4ppm, 최대 5984ppm이었고, 반경 2㎞ 이내에서는 대체로 우려기준 300ppm을 넘어섰다.
하지만 석포제련소 주변 지역에는 비소 함량이 높은 ‘홍제사 화강암’이 존재해 토양을 오염시킨 비소가 제련소에서 배출된 것인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했다. 조사팀은 납(Pb)의 안정 동위원소 비율을 구해 판정하는 방법까지 사용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강찬수
환경공단은 “동위원소 분석 결과, 반경 1.5㎞ 내에서는 제련소의 오염 기여율이 52%, 반경 4㎞ 이내는 10%의 오염 기여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소 등으로 오염된 것으로 확인된 토양 44만8030㎥의 10%에 해당하는 4만5058㎥이 제련소 탓에 오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산림지역을 제외하고 농경지와 학교 부지만 조사한 결과다.
정화 처리해야 할 토양 4만5058㎥은 실제 토사 적재량이 16.7㎥인 25톤 덤프트럭 2700대 분량이다.
물고기 떼죽음 원인으로 의심받기도
안동댐 상류에서는 물고기 떼죽음과 왜가리 등 조류의 폐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에서는 석포제련소와 폐금속광산 탓에 하류 안동호의 물과 퇴적토가 중금속으로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영남권 일대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의 안동댐에서 채취한 퇴적물의 중금속 오염 수준이 전국 최악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5년 전국 하천 174개 지점과 호수 84개 지점에서 퇴적물을 채취해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매우 나쁨' 평가를 받은 3곳(3.6%)이 모두 안동댐 지점들이었다. 이들 지점은 카드뮴 농도가 6ppm을 초과했고, 비소는 92ppm을 초과해 1~4 등급 중에서 최악인 4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2017년 7월 3일 안동댐 상류인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의 선착장 근처에서 떡붕어들이 하얗게 배를 드러내며 떠올랐다. 당시 다른 어종은 피해가 없었는데 유독 떡붕어만 1만7200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안동대 연구팀(연구책임자 김정진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에 원인 조사를 요청했다. 연구팀은 1년 동안 조사를 진행했지만, 물고기 폐사 원인 규명에는 실패했다.
다만 안동댐으로 유입되는 낙동강 상류 강물과 안동댐 퇴적물이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됐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안동호 퇴적물의 중금속 농도는 비소(As)가 42~54ppm으로 임하댐 21ppm의 두 배 이상이었다. 아연(Zn)의 경우도 416~675ppm으로 임하댐 107ppm의 4배 이상이었다. 카드뮴(Cd)은 6.2~14.4 ppm으로 임하댐 0.24ppm과 큰 차이를 보였다. 카드뮴은 1~4등급 중 가장 낮은 4등급이었다.
집중 강우 때 안동호로 유입되는 강물 속 부유물에서도 중금속 농도가 매우 높았다. 안동호 부유물질의 수은(Hg) 농도는 0.46~0.55ppm으로 임하댐 0.08ppm의 6~9배였다. 비소·카드뮴·아연 등도 임하댐보다 훨씬 높았다.
지하수 무단 사용과 오염 사실 적발
2019년 4월 환경부는 중앙특별단속반을 석포제련소에 파견, 특별 점검에 나섰다. 당시 점검에서 석포제련소는 공장 내부에 52곳의 지하수 관정을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해 이용하다가 적발됐다. 지하수를 사용하려면 관할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제련소는 무단으로 관정을 뚫은 뒤에 공업용수로 썼다.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도 심각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33곳의 관정에서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카드뮴이 공업용수 기준(0.02mg/L)을 최대 3만 배 이상 초과(0.28∼753mg/L)했다. 일부 지하수에서는 수은, 납, 크롬 역시 공업용수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배출시설을 설치·이용한 점 등이 적발됐다. 당시 단속반은 ‘아연 및 황산 제조 전해 공정’의 침전조 폐수가 넘쳐 유출됐고, 유출된 폐수를 이중 옹벽의 빗물 저장 탱크로 보내는 별도의 배관이 설치·운영된 점을 확인했다.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배출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 방지시설에 유입된 폐수가 최종 방류구를 통과하기 전에 배출하는 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이에 경상북도는 조업정지 4개월 처분 내용을 통지했고, 영풍 측의 신청으로 열린 행정안전부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조업정지기간의 감축을 권고했다. 경북도는 2020년 12월29일 조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영풍 측은 “이중 옹벽 및 빗물 저장소로 유입되는 배관을 설치한 것은 일시적인 센서 고장 등으로 수질 오염 물질이 정상적인 경로를 이탈하는 돌발적인 사고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의로 폐수를 배출하지 않았는데도, 고의 배출을 전제로 하는 처분은 위법하고 처분은 너무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 등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설을 복구하는 것에만 420억원, 조업정지로 인한 영업이익 손실이 175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 처분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1심은 ▶이중 옹벽조와 빗물 저장시설은 물환경보전법이 정하고 있는 수질오염방지시설이 아닌 점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영풍의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6월 28일 대구고법 제1행정부의 2심에서도 영풍 측 항소를 기각했다.
영풍 측은 패소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최근 대법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석포 제련소 내부 모습. 강찬수
대기오염 수치 조작 사실도 적발돼
2019년 7월에는 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오염물질 농도 자가측정 수치를 조작하다 적발돼 검찰에 넘겨지는 일이 벌어졌다.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실이 석포제련소와 배출측정업체 3곳 관계자 등 7명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이다. 환경조사담당관실은 특별사법 경찰관과 파견검사가 배치된 환경부 내 자체 수사 기구다.
석포제련소는 84개 모든 굴뚝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 대기 1종 사업장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배출 오염물질 농도를 자체 측정해 기록‧보존 해야하지만, 석포제련소는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배출 기록을 줄여 적거나 검사도 하지 않고 허위 배출보고서를 써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배출허용기준이 2ppm인 1급 발암물질 비소(As)가 39.362ppm 측정됐으나 0.028ppm으로 1400분의 1로 줄여 기록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측정업체와 석포제련소가 허위‧축소로 작성한 배출보고서만 3년간 1868부에 이르렀다.
환경조사관실 관계자는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디지털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 메시지 등으로 측정값 조작을 공모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오염 유출로 과징금 281억 원 물어
한편, 환경부는 2018년 3월 정부·시민단체·지방자치단체·기업 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낙동강 상류(영풍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 협의회’를 구성해 토양, 산림, 대기, 수질·퇴적물, 수생생태계, 주민건강 등 6개 분야에서 석포제련소에 의한 환경오염 상황을 조사했다.
2019년 11월 21일 협의회는 석포제련소 주변 오염 상황 등을 조사한 활동 현황을 발표하고 “낙동강 안동댐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오염된 지하수가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낙동강 상류가 석포제련소를 지나면서 물과 퇴적토 속 중금속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제련소가 낙동강을 오염시키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석포제련소 앞을 흐르는 하천. 강찬수
협의회 조사 결과, 제련소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설치한 차수벽의 그라우팅 시공 상태가 부실했고, 차수벽 자체도 설계보다 물이 80배(투수계수 기준)나 잘 통과하도록 시공한 것으로 드러나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공장 지하수에서는 카드뮴이 지하수 공업용수 기준치의 6~110배로 검출됐고, 수소이온농도(pH)는 3.4~4로 산성을 띠고 있었다. 공장 내부 지하수 수위가 외부보다 2~3m 높게 설계돼 있어 공장 외부로 오염된 지하수가 누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지하수가 공장 외부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고, 경우에 따라 하천까지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021년에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매년 8,000㎏이 넘는 카드뮴을 유출한 사실이 확인돼 석포제련소에는 281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영풍 측은 “카드뮴 오염이 석포제련소의 잔재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 입증되지 않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영풍 측은 “제련소 외에도 주변에 폐광산 등 다른 오염원이 많다”면서 “2021년 6월부터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약 8000억 원에 이르는 환경투자 계획을 성실히 이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통합환경허가 받은 후에도 법령 위반
환경부는 2022년 12월 석포제련소에 조건부로 환경오염시설 허가(통합환경허가)를 내줬다.
환경오염시설 허가제도란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오염 배출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배출 기준을 설정하는 등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줄이고자 2017년에 도입됐다.
석포제련소는 2017년 시행된 환경오염시설법에 따라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설비 개선과 폐기물 처리 등 103개의 조건을 최대 3년 안에 이행한다는 조건으로 공장이 계속 운영될 수 있게 됐다.
이들 조건 중에는 대기 측정기록부 조작이 적발됐던 점을 고려해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굴뚝 자동측정기기(TMS)를 추가로 설치하도록 했다. 또, 2배 강화된 배출기준을 달성하도록 3년 내 방지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103개 조건 중 지난 9월까지 이행된 것은 85건이다. 조건별 이행 시한을 어긴 것은 없지만 환경부의 요구 중 17%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셈이다.
통합환경허가 이후 석포제련소 환경법령 위반이 없지도 않았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허가 후 매 분기 실시된 검사에서 적발 사항이 없는 적은 7번 가운데 3번에 그친다.
그 동안 적발된 사항을 보면 ‘상시 가동해야 하는 수질오염 방지 시설(암모니아 제거 설비) 미가동’, ‘부식과 마모로 대기오염물질이 새는 방지시설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치’, ‘배출시설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최대한 흡입할 수 있는 후드 미설치’,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 미실시’ 등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의 지난 9월 30일 수시 검사에서 석포제련소 혼합시설 3곳에서 기준치를 넘는 카드뮴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 사실을 적발했다. 카드뮴은 1군 발암물질로 석포제련소와 같은 시설은 대기로 배출이 허용되는 양이 0.1㎎/㎥ 이하인데, 0.189~1.013㎎/㎥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대구환경청은 석포제련소에 개선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제련 잔재물 무너지면 환경재앙
석포제련소의 통합환경허가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은 제련소 제1공장에 뒤편에 쌓여 있는 제련 잔재물이다. 커다란 저수지 같은 곳에 늪처럼 쌓여 있는 이 잔재물은 극한 호우가 잦아지는 요즘 우려의 대상이다. 둑이 무너지고 잔재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공장 시설은 물론 낙동강 상류는 중금속으로 뒤덮이는 환경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석포제련소 1공장 뒤편에 쌓여있는 제련 잔재물. 강찬수
통합환경허가 당시 영풍 측은 3년 안에 전량 반출‧위탁 처리하기로 약속했는데, 당시 환경부는 중금속 덩어리인 이 제련 잔재물 50만 5160톤을 처리하는 데 2054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국감에서 환경부가 환노위 정혜경 (진보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석포제련소의 제련잔재물 처리율은 지난 8월 기준 23.7%였다. 지난해 1월 이후 20개월 동안 처리한 것이 14만1418톤으로, 이 속도로는 남은 16개월 동안 나머지 잔재물을 처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제련 잔재물은 톤당 14만 원에 지정폐기물로 위탁 처리하고 있는데, 8월 말까지 204억 원의 비용이 들어갔고, 앞으로 1216억 원 정도가 더 들어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처리비용은 1420억 원 정도로 당초 예상보다는 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석포제련소 측은 현재는 타워크레인으로 잔재물을 퍼올린 다음 탈수 과정을 거쳐 위탁 처리하고 있는데,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타워크레인으로 퍼내는 것과 동시에 침전 저류지를 철거·해체하는 작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석포제련소 측이 제련잔재물을 약속한 기한 내에 말끔히 치우는지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주민대표와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 처분 거절 뒤 고려아연과 관계 틀어져”
석포제련소의 이 제련잔재물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영풍·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형진 고문 등 장씨 일가가 맡고 있다.
지난 75년간 동업 관계를 유지해오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영풍이 자사 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하면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4일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양사 동업 관계가 상당 기간 잘 유지됐는데, 정확히 4∼5년 전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그는 당시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등 배출 사건이 문제가 되자 영풍이 고려아연에 해결을 요구했고, 이를 고려아연이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영풍 측은 폐기물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처리하고 싶어 했지만, 고려아연 측은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은 배임이고 범죄행위여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걸 막은 게 바로 최윤범 회장이었고, 그 뒤로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김광일 MBK 부회장은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MBK의 10조원 규모 6호 펀드 가운데 중국 자본 비율은 5%가량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MBK의 지분 구성과 관련해 국내 출자자는 10∼20%에 해당하며, 나머지는 모두 해외 자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은 “풍과 MBK가 체결한 콜옵션 계약 때문에 궁극적으로 MBK에 경영권이 넘어갈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걱정한다”면서 “중국 자본이 MBK에 5% 포함된 것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데, 정부가 너무 남의 일인 듯 지켜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등은 제련소 이전 요구
당초 아연 광산의 위치를 고려해서 봉화군에 석포제련소가 들어섰다. 하지만 요즘은 아연 광석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굳이 낙동강 최상류에 오염을 일으키는 제련소를 둘 이유가 없는 셈이다.

지난 3월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영풍 측을 규탄하고 석포제련소 폐쇄를 촉구하는 환경단체의 시위 모습. [자료: 안동환경운동연합]
지난 3월 12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서울 광화문 이순신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 측을 규탄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실질 사주를 중대재해처벌법 혐의로 구속하라’, ‘환경부는 영풍석포제련소의 통합환경허가를 취소하라’, ‘노동자 살인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문 닫아라’는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노동자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제련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석포제련소 폐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제련소가) 이전할 장소가 없다는 점과 주민이 (제련소에서) 일한다는 맹점 때문에 적극적인 조처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한 번 터놓고 의견을 들으면서 적극적으로 (폐쇄를 추진)해 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석포제련소 이전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환노위 국감에 출석한 장형진 영풍 고문은 “정부의 안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 TF에서 어떤 내용의 대책이 마련되느냐에 따라 낙동강 상류 석포제련소의운명도 정해질 전망이다.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이 난다면 주민 보상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공장 안팎의 오염된 토양의 정화와 쌓여 있는 제련잔재물의 완벽한 처리가 전제돼야 한다.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오염 문제가 본격화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석포제련소가 겪어온 길은 ESG를 무시한 기업 경영은 회사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낙동강 상류에서 1970년부터 가동
대기·수질·토양오염에다 산림 훼손
2개월 조업정지 처분 소송으로 맞서
제련 잔재물 50만 톤 처리도 숙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대표이사 구속
고려아연 경영권 위해 지분 다툼도
경북 봉화군 석포면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대기오염으로 토양이 오염됐고, 주변 산림도 황폐화돼 있다. 강찬수
지난달 24일 주식회사 영풍의 장형진 고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국민과 주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장 고문은 지난달 8일 열린 환노위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고령과 질병,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장 고문의 불출석을 질타했고, 다시 증인으로 채택돼 지난달 24일 출석한 것이다.
장 고문이 국감에 불려 나오고 마지못해 사과까지 하게 된 것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의 석포제련소 때문이다. 장 고문은 석포제련소의 실질적 오너로 알려졌다.
석포제련소는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카드뮴·아연 등 중금속으로 낙동강 상류와 주변 토양을 오염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대기오염으로 인근 산림까지 황폐화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소 중독으로 노동자 사망
여기에 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23일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대표가 구속된 것은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6일 석포제련소에서 탱크 수리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누출된 비소에 중독돼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한 게 이유였다.
이 사고 이후에도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 3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고, 8월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지기도 했다. 안동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1997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산업재해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총 15명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까지 벌이고 있어 영풍은 E(환경)와 S(사회), G(지배구조) 등 세 가지 면에서 모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ESG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들에 반면교사가 되는 셈이다.
10년 전 주민들 오염 해결 요구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안동댐 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국내 최대, 세계 4위의 생산 규모를 지닌 아연 제련소다. 국내 아연 수요의 약 36%를 공급하고 있다.
1970년부터 40여 년 동안 시설을 가동하면서 굴뚝을 통해 불산·중금속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폐수 배출과 폐기물 매립으로 토양과 낙동강 수질을 오염시켰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13년 이후 10년간 환경법령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가 76건에 이른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위치. [자료: 환경부]
고통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2014년 봄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환경부 등에 제련소 오염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2014년 10월 환경운동연합·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조사한 6개 지점 중에서 토양환경보전법의 카드뮴(Cd) 토양오염 우려기준(4ppm)을 초과한 곳이 3곳으로 나타났다. 아연(Zn)의 경우 토양오염 우려기준(300ppm)을 초과한 곳이 2곳이었고, 2곳은 토양오염 대책기준(900ppm)까지 초과했다.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환노위 한정애 의원은 국감에서 “석포제련소 인근 초등학교 부근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의 2배, 아연은 6.8배에 이르렀지만 관할 지자체와 환경 당국은 문제점과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이해관계로 축소되거나 은폐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경북 봉화군은 제련소 측에 토양정밀조사를 명령했고, 그 결과에 따라 2015년 4월 원광석 폐기물 보관장에 대해, 2015년 10월에는 1공장과 2공장 부지에 대해 정화 명령(전체 면적 10만㎡)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제련소 부지가 심하게 오염됐지만 정화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업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시설과 건물 아래 오염된 토양을 걷어내고 정화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탓이다.
주변 오염 토양이 덤프트럭 2700대 분량
2014년 국감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한국환경공단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2015~2016년 석포제련소 주변 반경 4㎞ 구역 내 농경지와 학교용지 448지점에서 토양 시료 1058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지점 수 기준으로는 76.8%, 시료 수 기준으로는 62.3%가 기준을 초과했다.
중금속인 비소(As) 오염도는 평균 29.6ppm, 최대 163.6ppm으로 제련소 반경 4㎞ 이내 지점 대부분이 우려기준 25ppm을 초과했다. 아연(Zn) 농도는 평균 226.4ppm, 최대 5984ppm이었고, 반경 2㎞ 이내에서는 대체로 우려기준 300ppm을 넘어섰다.
하지만 석포제련소 주변 지역에는 비소 함량이 높은 ‘홍제사 화강암’이 존재해 토양을 오염시킨 비소가 제련소에서 배출된 것인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했다. 조사팀은 납(Pb)의 안정 동위원소 비율을 구해 판정하는 방법까지 사용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강찬수
환경공단은 “동위원소 분석 결과, 반경 1.5㎞ 내에서는 제련소의 오염 기여율이 52%, 반경 4㎞ 이내는 10%의 오염 기여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소 등으로 오염된 것으로 확인된 토양 44만8030㎥의 10%에 해당하는 4만5058㎥이 제련소 탓에 오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산림지역을 제외하고 농경지와 학교 부지만 조사한 결과다.
정화 처리해야 할 토양 4만5058㎥은 실제 토사 적재량이 16.7㎥인 25톤 덤프트럭 2700대 분량이다.
물고기 떼죽음 원인으로 의심받기도
안동댐 상류에서는 물고기 떼죽음과 왜가리 등 조류의 폐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에서는 석포제련소와 폐금속광산 탓에 하류 안동호의 물과 퇴적토가 중금속으로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영남권 일대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의 안동댐에서 채취한 퇴적물의 중금속 오염 수준이 전국 최악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5년 전국 하천 174개 지점과 호수 84개 지점에서 퇴적물을 채취해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매우 나쁨' 평가를 받은 3곳(3.6%)이 모두 안동댐 지점들이었다. 이들 지점은 카드뮴 농도가 6ppm을 초과했고, 비소는 92ppm을 초과해 1~4 등급 중에서 최악인 4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2017년 7월 3일 안동댐 상류인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의 선착장 근처에서 떡붕어들이 하얗게 배를 드러내며 떠올랐다. 당시 다른 어종은 피해가 없었는데 유독 떡붕어만 1만7200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안동대 연구팀(연구책임자 김정진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에 원인 조사를 요청했다. 연구팀은 1년 동안 조사를 진행했지만, 물고기 폐사 원인 규명에는 실패했다.
다만 안동댐으로 유입되는 낙동강 상류 강물과 안동댐 퇴적물이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됐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안동호 퇴적물의 중금속 농도는 비소(As)가 42~54ppm으로 임하댐 21ppm의 두 배 이상이었다. 아연(Zn)의 경우도 416~675ppm으로 임하댐 107ppm의 4배 이상이었다. 카드뮴(Cd)은 6.2~14.4 ppm으로 임하댐 0.24ppm과 큰 차이를 보였다. 카드뮴은 1~4등급 중 가장 낮은 4등급이었다.
집중 강우 때 안동호로 유입되는 강물 속 부유물에서도 중금속 농도가 매우 높았다. 안동호 부유물질의 수은(Hg) 농도는 0.46~0.55ppm으로 임하댐 0.08ppm의 6~9배였다. 비소·카드뮴·아연 등도 임하댐보다 훨씬 높았다.
지하수 무단 사용과 오염 사실 적발
2019년 4월 환경부는 중앙특별단속반을 석포제련소에 파견, 특별 점검에 나섰다. 당시 점검에서 석포제련소는 공장 내부에 52곳의 지하수 관정을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해 이용하다가 적발됐다. 지하수를 사용하려면 관할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제련소는 무단으로 관정을 뚫은 뒤에 공업용수로 썼다.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도 심각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33곳의 관정에서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카드뮴이 공업용수 기준(0.02mg/L)을 최대 3만 배 이상 초과(0.28∼753mg/L)했다. 일부 지하수에서는 수은, 납, 크롬 역시 공업용수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배출시설을 설치·이용한 점 등이 적발됐다. 당시 단속반은 ‘아연 및 황산 제조 전해 공정’의 침전조 폐수가 넘쳐 유출됐고, 유출된 폐수를 이중 옹벽의 빗물 저장 탱크로 보내는 별도의 배관이 설치·운영된 점을 확인했다.
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배출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 방지시설에 유입된 폐수가 최종 방류구를 통과하기 전에 배출하는 시설을 설치·이용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이에 경상북도는 조업정지 4개월 처분 내용을 통지했고, 영풍 측의 신청으로 열린 행정안전부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조업정지기간의 감축을 권고했다. 경북도는 2020년 12월29일 조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영풍 측은 “이중 옹벽 및 빗물 저장소로 유입되는 배관을 설치한 것은 일시적인 센서 고장 등으로 수질 오염 물질이 정상적인 경로를 이탈하는 돌발적인 사고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의로 폐수를 배출하지 않았는데도, 고의 배출을 전제로 하는 처분은 위법하고 처분은 너무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 등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설을 복구하는 것에만 420억원, 조업정지로 인한 영업이익 손실이 175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 처분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1심은 ▶이중 옹벽조와 빗물 저장시설은 물환경보전법이 정하고 있는 수질오염방지시설이 아닌 점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영풍의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6월 28일 대구고법 제1행정부의 2심에서도 영풍 측 항소를 기각했다.
영풍 측은 패소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최근 대법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석포 제련소 내부 모습. 강찬수
대기오염 수치 조작 사실도 적발돼
2019년 7월에는 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오염물질 농도 자가측정 수치를 조작하다 적발돼 검찰에 넘겨지는 일이 벌어졌다.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실이 석포제련소와 배출측정업체 3곳 관계자 등 7명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이다. 환경조사담당관실은 특별사법 경찰관과 파견검사가 배치된 환경부 내 자체 수사 기구다.
석포제련소는 84개 모든 굴뚝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 대기 1종 사업장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배출 오염물질 농도를 자체 측정해 기록‧보존 해야하지만, 석포제련소는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배출 기록을 줄여 적거나 검사도 하지 않고 허위 배출보고서를 써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배출허용기준이 2ppm인 1급 발암물질 비소(As)가 39.362ppm 측정됐으나 0.028ppm으로 1400분의 1로 줄여 기록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측정업체와 석포제련소가 허위‧축소로 작성한 배출보고서만 3년간 1868부에 이르렀다.
환경조사관실 관계자는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디지털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 메시지 등으로 측정값 조작을 공모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오염 유출로 과징금 281억 원 물어
한편, 환경부는 2018년 3월 정부·시민단체·지방자치단체·기업 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낙동강 상류(영풍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 협의회’를 구성해 토양, 산림, 대기, 수질·퇴적물, 수생생태계, 주민건강 등 6개 분야에서 석포제련소에 의한 환경오염 상황을 조사했다.
2019년 11월 21일 협의회는 석포제련소 주변 오염 상황 등을 조사한 활동 현황을 발표하고 “낙동강 안동댐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오염된 지하수가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낙동강 상류가 석포제련소를 지나면서 물과 퇴적토 속 중금속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제련소가 낙동강을 오염시키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석포제련소 앞을 흐르는 하천. 강찬수
협의회 조사 결과, 제련소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설치한 차수벽의 그라우팅 시공 상태가 부실했고, 차수벽 자체도 설계보다 물이 80배(투수계수 기준)나 잘 통과하도록 시공한 것으로 드러나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공장 지하수에서는 카드뮴이 지하수 공업용수 기준치의 6~110배로 검출됐고, 수소이온농도(pH)는 3.4~4로 산성을 띠고 있었다. 공장 내부 지하수 수위가 외부보다 2~3m 높게 설계돼 있어 공장 외부로 오염된 지하수가 누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지하수가 공장 외부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고, 경우에 따라 하천까지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2021년에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매년 8,000㎏이 넘는 카드뮴을 유출한 사실이 확인돼 석포제련소에는 281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영풍 측은 “카드뮴 오염이 석포제련소의 잔재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 입증되지 않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영풍 측은 “제련소 외에도 주변에 폐광산 등 다른 오염원이 많다”면서 “2021년 6월부터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약 8000억 원에 이르는 환경투자 계획을 성실히 이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통합환경허가 받은 후에도 법령 위반
환경부는 2022년 12월 석포제련소에 조건부로 환경오염시설 허가(통합환경허가)를 내줬다.
환경오염시설 허가제도란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오염 배출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배출 기준을 설정하는 등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줄이고자 2017년에 도입됐다.
석포제련소는 2017년 시행된 환경오염시설법에 따라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설비 개선과 폐기물 처리 등 103개의 조건을 최대 3년 안에 이행한다는 조건으로 공장이 계속 운영될 수 있게 됐다.
이들 조건 중에는 대기 측정기록부 조작이 적발됐던 점을 고려해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굴뚝 자동측정기기(TMS)를 추가로 설치하도록 했다. 또, 2배 강화된 배출기준을 달성하도록 3년 내 방지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103개 조건 중 지난 9월까지 이행된 것은 85건이다. 조건별 이행 시한을 어긴 것은 없지만 환경부의 요구 중 17%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셈이다.
통합환경허가 이후 석포제련소 환경법령 위반이 없지도 않았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허가 후 매 분기 실시된 검사에서 적발 사항이 없는 적은 7번 가운데 3번에 그친다.
그 동안 적발된 사항을 보면 ‘상시 가동해야 하는 수질오염 방지 시설(암모니아 제거 설비) 미가동’, ‘부식과 마모로 대기오염물질이 새는 방지시설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치’, ‘배출시설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최대한 흡입할 수 있는 후드 미설치’,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 미실시’ 등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의 지난 9월 30일 수시 검사에서 석포제련소 혼합시설 3곳에서 기준치를 넘는 카드뮴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 사실을 적발했다. 카드뮴은 1군 발암물질로 석포제련소와 같은 시설은 대기로 배출이 허용되는 양이 0.1㎎/㎥ 이하인데, 0.189~1.013㎎/㎥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대구환경청은 석포제련소에 개선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제련 잔재물 무너지면 환경재앙
석포제련소의 통합환경허가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은 제련소 제1공장에 뒤편에 쌓여 있는 제련 잔재물이다. 커다란 저수지 같은 곳에 늪처럼 쌓여 있는 이 잔재물은 극한 호우가 잦아지는 요즘 우려의 대상이다. 둑이 무너지고 잔재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공장 시설은 물론 낙동강 상류는 중금속으로 뒤덮이는 환경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석포제련소 1공장 뒤편에 쌓여있는 제련 잔재물. 강찬수
통합환경허가 당시 영풍 측은 3년 안에 전량 반출‧위탁 처리하기로 약속했는데, 당시 환경부는 중금속 덩어리인 이 제련 잔재물 50만 5160톤을 처리하는 데 2054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국감에서 환경부가 환노위 정혜경 (진보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석포제련소의 제련잔재물 처리율은 지난 8월 기준 23.7%였다. 지난해 1월 이후 20개월 동안 처리한 것이 14만1418톤으로, 이 속도로는 남은 16개월 동안 나머지 잔재물을 처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제련 잔재물은 톤당 14만 원에 지정폐기물로 위탁 처리하고 있는데, 8월 말까지 204억 원의 비용이 들어갔고, 앞으로 1216억 원 정도가 더 들어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처리비용은 1420억 원 정도로 당초 예상보다는 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석포제련소 측은 현재는 타워크레인으로 잔재물을 퍼올린 다음 탈수 과정을 거쳐 위탁 처리하고 있는데,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타워크레인으로 퍼내는 것과 동시에 침전 저류지를 철거·해체하는 작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석포제련소 측이 제련잔재물을 약속한 기한 내에 말끔히 치우는지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주민대표와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 처분 거절 뒤 고려아연과 관계 틀어져”
석포제련소의 이 제련잔재물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영풍·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형진 고문 등 장씨 일가가 맡고 있다.
지난 75년간 동업 관계를 유지해오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영풍이 자사 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하면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4일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양사 동업 관계가 상당 기간 잘 유지됐는데, 정확히 4∼5년 전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그는 당시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등 배출 사건이 문제가 되자 영풍이 고려아연에 해결을 요구했고, 이를 고려아연이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영풍 측은 폐기물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처리하고 싶어 했지만, 고려아연 측은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은 배임이고 범죄행위여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걸 막은 게 바로 최윤범 회장이었고, 그 뒤로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김광일 MBK 부회장은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MBK의 10조원 규모 6호 펀드 가운데 중국 자본 비율은 5%가량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MBK의 지분 구성과 관련해 국내 출자자는 10∼20%에 해당하며, 나머지는 모두 해외 자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은 “풍과 MBK가 체결한 콜옵션 계약 때문에 궁극적으로 MBK에 경영권이 넘어갈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걱정한다”면서 “중국 자본이 MBK에 5% 포함된 것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데, 정부가 너무 남의 일인 듯 지켜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등은 제련소 이전 요구
당초 아연 광산의 위치를 고려해서 봉화군에 석포제련소가 들어섰다. 하지만 요즘은 아연 광석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굳이 낙동강 최상류에 오염을 일으키는 제련소를 둘 이유가 없는 셈이다.
지난 3월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영풍 측을 규탄하고 석포제련소 폐쇄를 촉구하는 환경단체의 시위 모습. [자료: 안동환경운동연합]
지난 3월 12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서울 광화문 이순신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 측을 규탄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실질 사주를 중대재해처벌법 혐의로 구속하라’, ‘환경부는 영풍석포제련소의 통합환경허가를 취소하라’, ‘노동자 살인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문 닫아라’는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노동자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제련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석포제련소 폐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제련소가) 이전할 장소가 없다는 점과 주민이 (제련소에서) 일한다는 맹점 때문에 적극적인 조처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한 번 터놓고 의견을 들으면서 적극적으로 (폐쇄를 추진)해 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석포제련소 이전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환노위 국감에 출석한 장형진 영풍 고문은 “정부의 안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 TF에서 어떤 내용의 대책이 마련되느냐에 따라 낙동강 상류 석포제련소의운명도 정해질 전망이다.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이 난다면 주민 보상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공장 안팎의 오염된 토양의 정화와 쌓여 있는 제련잔재물의 완벽한 처리가 전제돼야 한다.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오염 문제가 본격화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석포제련소가 겪어온 길은 ESG를 무시한 기업 경영은 회사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