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내세운 파리올림픽 ‘그린워싱’ 논란 뜨겁다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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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CO2 배출 런던 절반으로 줄이기로

탄소상쇄엔 ‘탄소식민주의’ 우려 제기

서핑 경기장 타워 설치 산호초 훼손

“기후위기에 대규모 대회는 지양해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홈페이지. 파리올림픽의 온실가스 배출량(탄소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 [자료:IOC]

지난달 27일 새벽(한국시간) 2024 파리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답게 센강을 무대로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면서 역대 가장 화려한 개막식을 자랑했다.

각국 선수들의 열띤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또 다른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과거 올림픽들과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국제 올림픽위원회(IOC)와 파리올림픽조직위는 오래전부터 이번 올림픽이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고, 대회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이 개막하면서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부풀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조직위원회 등이 환경 문제가 없는 것처럼 가리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기후 위기 시대에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대회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치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 적게, 더 좋게, 더 오랫동안”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나은 일을 하며, 유용한 유산을 남기세요.”라는 게 파리 2024의 비전이다.

조직위는 2024년 대회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을 이전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의 평균 배출량과 대비해 50%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약 330만톤의 CO2가 배출되었는데, 파리올림픽에서는 160만 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4년 파리올림픽의 예상 탄소발자국은 방문객 1,300만~1,600만 명을 기준으로 1인당 CO2 배출량은 약 100~125㎏이다. CO2 100㎏은 자동차로 500㎞, 지하철로 1만㎞를 이동하거나, 쇠고기버거 31개 또는 와인 83병을 소비할 때 배출하는 양이다.

올림픽의 탄소 배출량에는 관중석·텐트·의자·테니스공 등 경기에 필요한 자산의 탄소 배출량을 포함한다. 관중의 이동과 같은 올림픽의 간접적인 탄소발자국(스코프3 배출)까지도 고려했다. 조직위는 파리올림픽 기간 100% 재생 전기만 사용하고, 디젤발전기 사용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순환경제 전략에 따라 대회의 총 95%는 기존 경기장이나 임시 경기장에서 치러지고, 대회가 끝난 뒤에도 자원이 재활용되도록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아쿠아틱스 센터(Aquatics Center)의 경우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센생드니 지역 공동체에서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올림픽 및 패럴림픽 기간에 1,300만 끼의 식사가 제공되는데, 식물성 식재료 비율을 두 배로 늘리는 등 탄소 배출량을 프랑스 식사 평균치의 절반으로 줄인 식사를 제공한다. 재료의 80%는 현지 농업 생산에서 조달되며, 4분의 1은 해당 장소에서 250㎞ 이내에서 생산되도록 했다.

조직위는 기존의 광범위한 대중교통망을 활용하고, 올림픽 경기장의 80% 이상이 선수촌에서 10㎞ 이내에 위치하여 선수들의 이동 시간을 최소화했다.

 

투명성과 정확성이 부족

조직위가 제시하는 목표는 야심 찬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탄소 배출량을 160만 톤으로 억제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이는 300만 톤이 넘는 전체 배출량 가운데서 절반 가까이를 상쇄를 통해 해결한 후의 수치다. IOC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의 말리와 세네갈의 90개 마을에 올림픽 숲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올림픽 포레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된 온실가스를 상당 부분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탄소 상쇄 사례들을 보면 IOC의 설명이 미덥지 않다. 선진국의 생태 장부에는 탄소흡수로 기록이 남지만, 남반구 개도국에서 실제 시행되는 프로젝트 성과는 모호한 경우도 많다. 개도국의 숲 조성 과정에서 선진국의 임업회사가 지역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키는 바람에 주민의 삶을 파괴하고 오염을 가중시킨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탄소 상쇄 문제와 관련해 IOC와 조직위가 ‘탄소 식민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직위는 100% 재생 전력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모든 ‘재생 전력 인증서’가 동일한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재생에너지 인증서와 실제 재생에너지 조달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재생에너지를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인정서가 발급될 수 있고, 이런 암묵적인 이중 계산 때문에 실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처럼 장부에 기록될 수 있는 셈이다.

환경 감시 단체인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는 보고서에서 “조직위원회의 전략이 세부적인 방법론에서 부실하고, 포괄적인 모니터링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IOC와 올림픽을 후원하는 기업들 역시 ‘그린워싱’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카콜라는 세계 최대의 브랜드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업체이고, 토요타는 미국에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지속적으로 위반한 혐의로 1억 8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삼성은 신기후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와 카본마켓워치에 의해 그린워싱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타이티 산호초 파괴 논란도

파리올림픽이 직접적인 환경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바로 서핑 종목 때문이다.

서핑은 도쿄 올림픽에 정식으로 채택됐는데, 대회 기간 양질의 파도와 이상적인 기상 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파리에서 거의 1만 6000㎞ 떨어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타히티의 테아후포오가 개최지로 결정됐다. 타히티에서는 올림픽 경기를 위해 심사 타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산호초가 훼손되기도 했다. 환경활동가들이 산호초를 훼손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유했고, 2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타워 설치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 나섰다. 결국 타워 규모를 축소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파리 센강의 수질오염도 문제다. 파리시는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하수처리 시설 현대화 등 센강 정화 사업에 2015년 이래 15억 유로(약 2조2565억 원)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했다. 조직위는 센강 수질을 개선해 이번 올림픽에서는 야외 수영과 철인3종 경기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비가 내리면서 수질이 악화해 경기가 연기되기도 했다.

세계수영연맹의 수질기준에서 대장균(E.coli)의 최대 허용치는 100mL당 1000 CFU(Colony-forming unitm 미생물 집락 형성 단위), 장구균(腸球菌, enterococci)은 400 CFU이다. 쉽게 말해 강물 100mL에 살아있는 대장균 숫자가 100마리를 초과하는 물에서 수영하면 위장염이나 결막염, 외이염, 피부 질환 등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파리 하수시설은 오수와 빗물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폭우가 내리면 빗물과 오수가 섞여 센강으로 들어온다. 처리 안 된 오수가 강에 들어오면 수질이 나빠지고, 대장균과 장구균의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다. 조직위는 빗물을 미리 모으는 대형 탱크 20개를 설치해 대비했지만, 수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선수들 건강 우려도 커진다

센강 수질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번 대회 기간 폭염과 대기오염 등으로 선수들의 건강은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파리올림픽 개최 기간 보르도와 리옹 등지의 낮 최고기온은 40도를 육박했다. 일부 선수들은 고온에서 경쟁하는 신체적 부담과 열사병 위험을 고려하여 이벤트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초 선수촌 건물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폭염을 우려한 각국 선수단들은 선수들이 여름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휴대용 임시 에어컨을 공수할 계획을 세웠고, 조직위도 결국 방침을 바꿔 2500개의 휴대용 임시 에어컨을 제공했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은 하계 올림픽의 위협 요소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는 폭염을 피해 마라톤 경기를 삿포로로 옮겼지만, 삿포로 역시도 폭염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을 계기로 전염병 확산도 우려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판데믹이 완전 종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새로운 전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아울러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뎅기열이 폭넓게 퍼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뎅기열은 뎅기바이러스를 보유한 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 등 매개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병으로 5∼7일의 잠복기가 지나면 발열·두통·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출혈이 있는 뎅기출혈열 등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 치사율이 약 5%에 달한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뎅기열이 유행하는 계절이 더 길어진다. 강수량이 증가하면 더 많은 물웅덩이가 생기고, 모기의 번식 기회가 더 많아진다. 지난 20여 년 사이 기후변화로 뎅기열 발생 국가가 크게 늘었고 최근 프랑스와 크로아티아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아프가니스탄과 미국까지 번진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뎅기열 발병 건수는 2016년 520만 건이 보고됐는데, 올해는 이미 760만 건을 넘어섰다. 뎅기열을 경험한 방문객들이 프랑스를 찾게 되고, 파리에 서식하는 일부 모기의 몸 안에도 뎅기열 바이러스가 들어있을 수 있다. 모기에게 물렸지만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자신도 모르게 전염병을 퍼뜨릴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위하여

이번 올림픽을 비롯해 그동안 하계올림픽에서는 폭염과 전염병, 대기오염으로 선수와 관광객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도 6월이 아닌 11월로 옮겨 치르기도 했다.

동계올림픽은 기후변화로 눈과 얼음이 녹아내려 경기를 치를 장소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인공 눈을 만드는 데 200만㎥의 물을 사용했다. 이는 1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인공 눈의 수명을 최대화하기 위해 물에 화학물질을 첨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주변 생태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류가 처한 기후 위기를 고려한다면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대회를 이제는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배출하는 탄소,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회 규모를 줄이고, 장거리 여행하는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방대한 공급망을 철저히 녹색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올림픽을 여러 국가에서 나눠 개최하는 분산형 모델을 채택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류 화합’이라는 올림픽이 갖는 순기능을 고려한다면 대회 규모를 줄이는 것만 능사는 아닐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더욱 꼼꼼히 체크해서 확실하게 줄이는 방법을 찾고, 순환 경제 전략을 통해 자원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독립적인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을 마련해서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면 올림픽 경기가 점점 더 친환경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이 선수들의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놓고 겨루는 ‘스포츠 박람회’가 돼야 하고, 나아가서 첨단 친환경 기술을 선보이는 ‘환경박람회’ 역할까지 한다면 어떨까. 올림픽이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을 제시하고 인류 화합까지 이루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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