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이 환경오염을 부추긴다면?

2024-06-17
조회수 170

호주 서부의 철광석 생산지.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구리 등 2050년까지 수요 증가 전망

가격 치솟고 환경오염 우려도 늘어

원자재 덜 쓰는 제품· 서비스 전략 필수

 

인공지능(AI) 열풍에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력선·배터리·모터 등에 사용되는 구리(Cu) 가격이 올해 들어 급등했다. 영국 런던 금속거래소(LME)의 3개월물 구리 선물 가격(3개월 뒤 인도되는 구리 계약 가격)이 지난달 20일 톤당 1만848달러에 이르렀다.

2022년 3월 기록했던 최고가 1만604달러를 넘어선 것이고, 지난해 12월 29일 종가 8559달러에 비해 26.7%나 상승한 것이다. 6월 들어 가격이 다소 내렸지만, 지난 13일에도 3개월물 선물가격이 여전히 9772달러를 기록했다(https://www.lme.com).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021년 보고서에서 “구리는 새로운 석유”라고 선언한 것처럼 구리 수요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27억 톤의 구리 광석이 채굴됐는데, 이 가운데 18%가 전력 인프라에 사용됐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바람에 전력 인프라에 사용될 구리의 연간 수요는 2050년까지 지금의 2배에서 최대 5배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문제는 구리 광산 채굴로 상당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광산에서 나오는 찌꺼기인 광미(鑛尾)가 토양오염, 수질오염을 일으킨다. 광산사고로 인해 광부들 인명 피해도 발생한다. 칠레에서는 2010년 구리 광산에서 사고로 43명의 광부가 사망했다.

땅속에서 많은 양의 구리를 캐내다 보니 광석의 품질도 떨어진다. 1900년에는 구리 1톤을 생산하기 위해 동광석 50톤을 처리하면 됐는데, 지금은 800톤을 처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력량도 250㎾h에서 4000㎾h로 늘었다. (에드 콘웨이, 『물질의 세계』).

 

에너지 전환 뒤 짙은 그림자

브라질의 철광석 광산.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기후위기 시대에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바뀌는 에너지 전환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화석 연료 채굴로 인한 생태계 파괴,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위기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재생에너지 설비 생산과 보급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환경 파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독일의 글로벌 커먼즈 및 기후 변화에 관한 메르카토르 연구소(MCC)와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에너지 전환에서 원자재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수요 측면 전략의 핵심’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석유·가스·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와 더불어 구리·리튬·코발트 등 새로 수요가 늘어가는 자원의 수요 전망을 요약 정리했다. 또, 이들 자원의 개발에 대한 환경오염과 사회경제적 영향, 자원 분포의 지정학적 위험, 공급망 집중도 등도 제시했다.

 

코발트 채굴에선 폭력적 갈등 발생

새로 부상하는 원자재와 기존 화석 연료가 채굴과 공급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비교한 그림. 추출 및 처리 단계만 포함한 것임. [자료: Nature Climate Change, 2024]


연구팀이 정리한 내용 가운데 구리의 경우 칠레가 전 세계 1차 생산량의 26%를 차지하고, 페루(11%), 콩고민주공화국(9%), 중국(9%), 미국(9%)이 그 뒤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코발트(Co)의 경우 2023년 전 세계적으로 19만 톤의 광석이 채굴됐다. 2050년까지 전체 수요는 2~4배, 배터리용 수요는 17~19배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발트는 대체로 구리와 함께 채굴되는데, 토양과 지하수, 하천 오염은 물론 대기오염도 유발한다.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DRC)이 전 세계 공급량의 60~70%를 차지하는데, 이 나라에서는 심각한 건강 피해가 나타난다. 아동 노동 문제에다 산업재해, 채굴을 둘러싼 폭력적인 갈등과 살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

알루미늄(AI)은 자동차 분야와 건물, 포장, 기계, 배전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보크사이트 광석 4억 톤이 추출됐다. 문제는 2050년까지 보크사이트 추출량이 2~8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인프라 쪽 알루미늄 수요도 두 배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호주는 전 세계 알루미늄 1차 생산량의 27%를 차지하고 있고, 아프리카 기니가 25%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기니에서는 보크사이트 추출 과정에서 대기·수질 오염이 발생하고, 숲이 파괴되면서 생물다양성 손실도 유발한다. 광산을 둘러싼 부패와 불평등이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알루미늄 제련의 50%는 중국에서 이뤄지는데, 2014년 중국 쿤산에서는 알루미늄 합금 공장 폭발 사고로 146명이 사망하고 114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전자폐기물도 16년마다 2배로

연구팀은 이처럼 새로운 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자원 채굴과 폐기물 처리, 새로운 인프라 건설, 관련 토지 이용 변화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환경적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굴 과정에서 생물다양성 파괴, 생태계 훼손도 피할 수 없다.

탈탄소화와 디지털화 과정에서 나오는 전자 폐기물도 급증해서 이를 처리하는 저소득 국가 국민의 건강을 해칠 것으로 우려된다. 전자폐기물의 경우 2019년 5400만 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16년마다 2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희토류의 하나인 디스프로슘(Dysprosium, 화학 기호 Dy, 주기율표의 원자번호 66)을 들 수 있다. 디스프로슘은 자동차와 영구자석, 원자력 제어봉 등에 사용된다. 지난 2021년 3100톤의 디스프로슘 산화물이 채굴됐는데, 향후 수요가 최대 30배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디스프로슘 광산에서 나오는 산성 폐수로 인해 주변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고 독성 중금속인 탓에 디스프로슘에 노출되면 사람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미얀마 등에서는 광산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등 인권 침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원 채굴 과정에서 저소득층이나 원주민 등의 소외가 발생하고, 불평등 문제는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자원 이용 효율 높이는 노력 필요

연구팀은 원자재 공급을 둘러싸고 새롭게 등장하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면 수요 부문의 조치를 통해 에너지-자원 요구 수준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요 측면 전략은 한 마디로 에너지 및 재료를 덜 사용하면서도 더 높은 웰빙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원 채굴이나 각종 장비·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자원 이용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품 설계, 공정 설계가 도입된다.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자원의 회수 재활용과 재사용으로 수요를 줄이는 ‘자원 순환 전략’도 포함된다. 승용차 공유 등을 활용해 자원 소비를 줄이면서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될 수 있다.

연구팀은 “더불어 콤팩트 도시, 대중교통 중심 개발, 15분 도시 및 새로운 공동 이동성 시스템과 같은 도시 계획 및 교통 시스템 전략은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자동차 수요를 줄임으로써 전기 모터 및 배터리에 필요한 재료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