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정수장 수돗물에서 미국 기준치를 초과하는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불화화합물은 암 발생 등 다양한 건강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실태 파악과 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7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국(EPA)는 지난 4월 10일 수돗물의 과불화화합물 기준치를 강화해 발표했다.
EPA는 과불화 화합물 가운데 과불화 옥탄산(PFOA)과 과불화 옥탄설폰산(PFOS)에 대해 먹는 물 수질 기준으로 각각 L당 4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 즉 4ppt (ppt=1조분의 1) 로 강화했다.
지난 2016년 L당 각각 70 ppt로 정했던 것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국이 지난 4월에 최종 확정한 과불화화합물 수돗물 기준. [자료: 미환경보호국(EPA)]
지난 2022년 6월 EPA는 “건강 영향 등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고려할 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PFOA에 대해서는 0.004 ppt, PFOS에 대해서는 0.02 ppt의 잠정 기준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EPA는 당초 제시했던 기준보다는 크게 완화된 기준을 확정했다. 미국 내 정수장 수돗물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각 주별 정수장 수돗물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새 기준치 초과 비율(%) [자료: 미 환경보호국(EPA)]
EPA는 수돗물 수질 모니터링을 거쳐 5년이 지난 2029년부터는 각 정수장이 이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그 사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내 일부 수돗물 미국 새 기준 초과
지난해 국내 정수장 수돗물과 상수원수에서 측정한 과불화화합물 농도. PFOS와 PFOA는 별도로 표시했으며, 붉은색은 수돗물, 녹색은 상수원수 측정치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수돗물 중 미규제 미량유해물질 관리방안 연구(2023)]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환경기준은 없지만 수돗물의 PFOA와 PFOS를 감시 항목으로 정하고 오염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감시항목이지만 70 ppt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다.
70ppt 기준을 적용할 경우에는 기준을 넘는 사례가 없지만, 미국의 새 기준치를 적용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수돗물 중 미규제 미량유해물질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전국 140곳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82.9%인 116곳 수돗물에서 정량한계(0.5ppt)를 넘긴 PFOA가 검출됐다. 평균치는 1.6ppt였고, 최대치는 미국 새 기준치 4ppt의 2.5배인 10.5ppt였다.
PFOS의 경우도 31.4%인 44곳에서 검출됐다. 평균치는 0.3ppt였고, 최대치는 미국 새 기준의 2배가 넘는 8.9ppt였다.
국내 일부 정수장 수돗물에서 미국 새 기준치가 넘는 PFOA나 PFOS가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22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서도 전국 140곳에서 PFOA가 최대 12.6ppt, PFOS는 최대 2.3ppt가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정보 공개 청구에도 불구하고, 오염 수치를 정수장별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정수장 PFOA 제거 효율 낮아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수원수에서는 PFOA가 평균 1.7ppt, PFOS가 평균 0.5ppt가 검출됐다.
수돗물의 PFOA 평균치 1.6ppt와 PFOS 평균치 0.3ppt와 비교하면, 정수과정에서 제거되는 비율이 PFOA는 5.9%에 그쳤고, PFOS는 40% 수준에 머물렀다.
2022년의 경우도 정수장에서의 제거율이 PFOA가 18%, PFOS는 40%였다.
지난달 환경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와 그에 딸린 낙동강 왜관 지점의 과불화화합물 측정치. 환경부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했지만, 수돗물에서 미국 기준치가 넘는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새 기준치도 표시하지 않았다. [자료: 환경부]
환경부는 지난해 낙동강 왜관 지점에서 측정한 PFOA와 PFOS 농도를 지난달 공개했다. 낙동강 PFOA의 최대치는 6ppt, PFOS 최대치는 2.4ppt였다.
PFOA가 상수원수에서 6ppt 수준으로 존재한다면 수돗물 정수과정에서 일부 제거된다 해도 낮은 제거율 때문에 미국 기준치인 4ppt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21년도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 측정망 운영결과 보고서'를 보면 전국 36곳의 하천 조사지점 가운데 13곳(36%)에서 PFOA가 검출됐다.
대구 금호강에서는 42.8 ppt, 안성천 하굿둑에서는 46.8 ppt가 검출됐다.
PFOS는 30곳 중 4곳(11%)에서 검출됐고, 영산강 나주교에서 8.4 ppt, 안성천 하굿둑에서 7.1 ppt, 미호천(미호강)에서 7.6 ppt가 검출됐다.
결국 상수원수가 과불화화합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막든지, 상수원수 오염을 막지 못할 경우 정수장 시설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수원수가 오염된 다음에 정수장에서 다시 정화하는 것보다는 과불화화합물을 배출하는 공장을 찾아 배출을 규제하는 것이 신속한 조치가 될 수 있다.
암 일으키는 '영원한 화학물질'
과불화 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 중 수소가 불소로 치환된 형태의 물질로서, 과불화화합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4000종 혹은 1만 종이 넘는 다양한 물질을 포함한다. 과불화화합물은 안정한 구조로 인해 열에 강하고 가수분해·광분해·생분해가 잘 안 된다.
이에 따라 과불화 화합물은 분해가 잘 안돼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린다.
PFOA는 전선용 절연체, 소방용 거품보다는 주로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PTFE), 합성섬유(고어텍스) 등으로 사용됐다.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체내 혈장 단백질 등과 결합해 농축되는 경향이 있다.
EPA 등에 따르면 PFOA나 PFOS 등 일부 과불화화합물은 인체에서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월 안전성평가연구소(KIT)는 과불화화합물 종류에 따라 뇌의 신경세포 사멸, 신경세포의 구조 및 신경세포간 신호전달 기능에 각기 다른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IT 유전체손상연구그룹 가민한 박사 연구팀은 초대배양 피질 신경세포가 과불화화합물에 노출됐을 때 뇌 신경세포의 형태학적 변화가 유발되고, 신경세포의 신호전달과 네트워크 기능이 영향받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불화옥탄산은 신경세포 수상돌기 가지의 수를 감소시키고 세포독성을 유발해 신경세포를 사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과불화화합물이 다양한 뇌 신경학적 질병과 인과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미시간주 웨인 주립대학교(Wayne State University) 연구진은 과불화화합물에 노출된 수컷과 자손의 건강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결과 성체 수컷 생쥐가 과불화화합물에 노출되면 정자 DNA에서 비정상적인 메틸화 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자손의 간과 지방의 유전자 발현이 변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달 초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의 연구팀은 과불화화합물이 폐경 후 여성의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독성 과학(Toxicological Sciences)’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국내 일부 정수장 수돗물에서 미국 기준치를 초과하는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불화화합물은 암 발생 등 다양한 건강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실태 파악과 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7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국(EPA)는 지난 4월 10일 수돗물의 과불화화합물 기준치를 강화해 발표했다.
EPA는 과불화 화합물 가운데 과불화 옥탄산(PFOA)과 과불화 옥탄설폰산(PFOS)에 대해 먹는 물 수질 기준으로 각각 L당 4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 즉 4ppt (ppt=1조분의 1) 로 강화했다.
지난 2016년 L당 각각 70 ppt로 정했던 것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국이 지난 4월에 최종 확정한 과불화화합물 수돗물 기준. [자료: 미환경보호국(EPA)]
지난 2022년 6월 EPA는 “건강 영향 등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고려할 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PFOA에 대해서는 0.004 ppt, PFOS에 대해서는 0.02 ppt의 잠정 기준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EPA는 당초 제시했던 기준보다는 크게 완화된 기준을 확정했다. 미국 내 정수장 수돗물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각 주별 정수장 수돗물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새 기준치 초과 비율(%) [자료: 미 환경보호국(EPA)]
EPA는 수돗물 수질 모니터링을 거쳐 5년이 지난 2029년부터는 각 정수장이 이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그 사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내 일부 수돗물 미국 새 기준 초과
지난해 국내 정수장 수돗물과 상수원수에서 측정한 과불화화합물 농도. PFOS와 PFOA는 별도로 표시했으며, 붉은색은 수돗물, 녹색은 상수원수 측정치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수돗물 중 미규제 미량유해물질 관리방안 연구(2023)]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환경기준은 없지만 수돗물의 PFOA와 PFOS를 감시 항목으로 정하고 오염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감시항목이지만 70 ppt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다.
70ppt 기준을 적용할 경우에는 기준을 넘는 사례가 없지만, 미국의 새 기준치를 적용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수돗물 중 미규제 미량유해물질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전국 140곳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82.9%인 116곳 수돗물에서 정량한계(0.5ppt)를 넘긴 PFOA가 검출됐다. 평균치는 1.6ppt였고, 최대치는 미국 새 기준치 4ppt의 2.5배인 10.5ppt였다.
PFOS의 경우도 31.4%인 44곳에서 검출됐다. 평균치는 0.3ppt였고, 최대치는 미국 새 기준의 2배가 넘는 8.9ppt였다.
국내 일부 정수장 수돗물에서 미국 새 기준치가 넘는 PFOA나 PFOS가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22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서도 전국 140곳에서 PFOA가 최대 12.6ppt, PFOS는 최대 2.3ppt가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정보 공개 청구에도 불구하고, 오염 수치를 정수장별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정수장 PFOA 제거 효율 낮아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수원수에서는 PFOA가 평균 1.7ppt, PFOS가 평균 0.5ppt가 검출됐다.
수돗물의 PFOA 평균치 1.6ppt와 PFOS 평균치 0.3ppt와 비교하면, 정수과정에서 제거되는 비율이 PFOA는 5.9%에 그쳤고, PFOS는 40% 수준에 머물렀다.
2022년의 경우도 정수장에서의 제거율이 PFOA가 18%, PFOS는 40%였다.
지난달 환경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와 그에 딸린 낙동강 왜관 지점의 과불화화합물 측정치. 환경부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했지만, 수돗물에서 미국 기준치가 넘는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새 기준치도 표시하지 않았다. [자료: 환경부]
환경부는 지난해 낙동강 왜관 지점에서 측정한 PFOA와 PFOS 농도를 지난달 공개했다. 낙동강 PFOA의 최대치는 6ppt, PFOS 최대치는 2.4ppt였다.
PFOA가 상수원수에서 6ppt 수준으로 존재한다면 수돗물 정수과정에서 일부 제거된다 해도 낮은 제거율 때문에 미국 기준치인 4ppt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21년도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 측정망 운영결과 보고서'를 보면 전국 36곳의 하천 조사지점 가운데 13곳(36%)에서 PFOA가 검출됐다.
대구 금호강에서는 42.8 ppt, 안성천 하굿둑에서는 46.8 ppt가 검출됐다.
PFOS는 30곳 중 4곳(11%)에서 검출됐고, 영산강 나주교에서 8.4 ppt, 안성천 하굿둑에서 7.1 ppt, 미호천(미호강)에서 7.6 ppt가 검출됐다.
결국 상수원수가 과불화화합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막든지, 상수원수 오염을 막지 못할 경우 정수장 시설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수원수가 오염된 다음에 정수장에서 다시 정화하는 것보다는 과불화화합물을 배출하는 공장을 찾아 배출을 규제하는 것이 신속한 조치가 될 수 있다.
암 일으키는 '영원한 화학물질'
과불화 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 중 수소가 불소로 치환된 형태의 물질로서, 과불화화합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4000종 혹은 1만 종이 넘는 다양한 물질을 포함한다. 과불화화합물은 안정한 구조로 인해 열에 강하고 가수분해·광분해·생분해가 잘 안 된다.
이에 따라 과불화 화합물은 분해가 잘 안돼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린다.
PFOA는 전선용 절연체, 소방용 거품보다는 주로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PTFE), 합성섬유(고어텍스) 등으로 사용됐다.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체내 혈장 단백질 등과 결합해 농축되는 경향이 있다.
EPA 등에 따르면 PFOA나 PFOS 등 일부 과불화화합물은 인체에서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월 안전성평가연구소(KIT)는 과불화화합물 종류에 따라 뇌의 신경세포 사멸, 신경세포의 구조 및 신경세포간 신호전달 기능에 각기 다른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IT 유전체손상연구그룹 가민한 박사 연구팀은 초대배양 피질 신경세포가 과불화화합물에 노출됐을 때 뇌 신경세포의 형태학적 변화가 유발되고, 신경세포의 신호전달과 네트워크 기능이 영향받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불화옥탄산은 신경세포 수상돌기 가지의 수를 감소시키고 세포독성을 유발해 신경세포를 사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과불화화합물이 다양한 뇌 신경학적 질병과 인과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미시간주 웨인 주립대학교(Wayne State University) 연구진은 과불화화합물에 노출된 수컷과 자손의 건강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결과 성체 수컷 생쥐가 과불화화합물에 노출되면 정자 DNA에서 비정상적인 메틸화 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자손의 간과 지방의 유전자 발현이 변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달 초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의 연구팀은 과불화화합물이 폐경 후 여성의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독성 과학(Toxicological Sciences)’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