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의류에서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 검출

2024-06-03
조회수 1107

의류에 포함된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이 인체에 흡수될 수도 있고, 세탁을 통해 자연계로 흘러나갈 수도 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4]



산둥대 연구팀 중국 내 유통 의류 분석

78점에서 항산화제 등 93종 물질 검출

그림 인쇄된 제품 화학물질 노출 많아

 

 의류 제품 제조 과정에서는 부드러움과 유연성 확보, 수명 연장 등 제품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 생산 유통되는 의류 제품에서는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이 다양하게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땀에 젖은 옷을 세탁하지 않고 다시 입을 경우 유해물질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중국 산둥대 환경과학·공학부와 산둥 환경공정·건강 핵심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국제 저널에 ‘인체 노출 및 환경 배출과 관련된 생활복 내 화학첨가물의 특성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화학물질 인체 침투 주요 경로

연구팀은 “의류에 방향족 아민, 벤조티아졸, 퀴놀린, 아조벤젠 분산 염료, 비스페놀 A, 과불화 알킬 물질 등 화학 첨가제가 고농도로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의류가 유해 화학물질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인간의 피부 대부분을 덮고 있는 일상복은 화학물질이 인간에게 침투하는 직접적인 경로를 제공, 잠재적으로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둥대 연구팀은 의류 속 화학물질에 의한 잠재적 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의류 78점을 온라인을 통해 무작위로 구매했고, 이들 의류에 98종의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는지를 분석했다.

분석한 98종의 화학물질은 합성 항산화제(antioxidants, AO), 유기인산염 에스테르(OPE), 프탈레이트 에스테르(PAE)인데, 이들 화학물질이 인체 순환계 내에 들어오면 급성 사망, 내분비 교란, 신경독성, 유전독성, 발암성을 비롯한 심각한 독성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입한 의류 가운데 58점은 성인용 의류였고, 20점은 아동용이었다. 또, 32점은 100% 면 재질이었고, 46점은 합성섬유가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직물에서 무작위로 직사각형 조각(5cm x 2cm)을 잘라내 화학물질을 추출했다.

 

22종은 절반 넘는 제품에서 검출돼

분석한 98종의 화학물질은 가운데 실제 의류에서 검출된 것은 93종이었다. AO가 53종, OPE가 24종, PAE가 16종이었다.

93종 화학물질 전체를 합산한 검출 농도는 직물 1g당 328 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에서 25만1000 ng 사이였으며, 중앙값은 2만7700ng/g(0.0277㎎/g)이었다.


의류 종류에 따라 검출된 화학물질 전체 농도에서 차이가 난다. 위에서부터 어린이용 면제품, 성인용 면제품, 어린이용 합성섬유 제품, 성인용 합성섬유 제품이다. 어린이용 의류에서 화학물질이 더 많이 검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는 그림이 인쇄되지 않은 제품보다 인쇄가 된 제품에서 훨씬 많은 화학물질이 검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4] 


AO 53종을 합산은 농도는 145~71만3000 ng/g이었으며, 중앙값은 2만5100ng/g(0.0251㎎/g)이었다.

16종의 PAE를 합산한 농도는 검출한계 미만에서부터 최대 5880ng/g의 분포를 보였으며, 중앙값은 57.8 ng/g이었다. 24종의 OPE를 더한 농도는 검출한계 미만에서부터 최대 3318ng/g의 범위였고, 중앙값은 79.9 ng/g이었다.

93종의 화학물질 중에서 22종이 의류 제품 절반 이상에서 검출됐고, 트리스(2,4-디-터트-부틸페닐)인산(AO168O)와 트리스(2,4-디-터트-부틸-페닐)아인산(AO168), 2,4-디-터트-부틸-페놀(DBP) 등은 90% 이상의 제품에서 검출됐다.

단일 물질 중에서 가장 농도가 높은 것은 AO168O로 중앙값이 4020ng/g이었으며, AO168은 중앙값이 1510 ng/g, DBP는 328 ng/g으로 가장 풍부한 화학물질이었다.

 

어린이 의류에서 3배나 많아

연구팀은 “이런 점으로 볼 때 의류 제조 과정에서 항산화제가 널리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농도의 AO는 의류 제품의 산화 분해를 지연시키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첨가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100% 면으로 표시된 의류와 합성섬유 포함 의류 사이에 화학물질 농도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면서 “항산화제의 경우 합성섬유에서 더 높게 관찰되기는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림 등이 인쇄된 제품에서 검출된 화학물질 농도는 인쇄 없는 제품의 20배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특히 “순면과 합성섬유 모두 아동용 의류에서 측정된 화학물질의 총 농도가 성인용 의류보다 3배나 됐다”면서 “이는 발달 단계에 있는 아동이 오염물질에 특별히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린이 의류일수록 인쇄가 된 제품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땀에 젖은 옷 착용 최소화해야

연구팀은 화학물질에 인체가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계산했다.

화학물질별 중앙값을 적용했을 때 하루 흡수 추정치(estimated daily intake, EDI)는 체중 1㎏당 최대 11.2 ng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AO가 차지했다.

인쇄된 의류를 착용했을 경우 인쇄되지 않은 제품보다 피부 흡수량이 최대 1200배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이러한 흡수량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 수준인지는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마른 의류제품과 땀에 젖은 제품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화학물질의 양을 비교한 것이다. 왼쪽은 마른 것, 오른쪽은 땀에 젖은 의류를 가정한 것이다. 단위는 하루 흡수량으로 체중 1kg당 ng(나노그램)으로 표시됐다. 하늘색은 중간값 시나리오, 오렌지색은 고농도(상위 5%)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4]


연구팀은 이와 함께 화학물질이 땀에 녹아 나오는 과정을 실험했다.

연구팀은 22개 화학물질에 대해 상위 5% 농도에 해당하는 의류 제품 3가지를 골랐고, 의류 제품을 정사각형 조각(4cm × 4cm)으로 잘라냈다. 여기에 인공 땀(3mL)을 첨가한 뒤 37°C에서 흔들어면서 2시간 동안 노출시켰다.

그 결과, 땀에 젖은 옷에서 추정된 화학물질의 하루 흡수 추정치(EDI)는 마른 옷보다 최대 2260배 높았다.

특히, 땀에 젖은 옷은 2,6-디-터트-부틸-4-메틸페놀(BHT) 및 DBP 노출에 중요한 경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땀에 젖은 옷을 입으면 노출이 훨씬 더 많아지고, 오염물질이 순환계로 전달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잠재적인 건강 위험을 완화하려면 땀에 젖은 옷의 착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개별 화학물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학물질에 동시에 노출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인 건강 위험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탁 통해 자연계 배출되는 양 많아

연구팀은 세탁을 통해 의류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양도 추정했다.

의류 제품 10cm2 조각을 1%로 희석한 액체 세제 5mL에 담그고 25°C에서 45분 동안 흔든 다음 방출된 화학무질을 분석했는데, 10가지 화학물질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중앙 농도값을 기준으로 중국 전체에 적용하면 연간 11.2톤의 화학물질이 의류 세탁을 통해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연간 48.4톤에 이르는 양이 될 수 있다.

세계 1위 의류 제조국인 중국은 2022년 232억 개의 의류 제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의 약 23%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매년 새로 구입하는 의류 외에 헌 옷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세탁 폐수를 통해 배출되는 AO의 양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더운 물로 세탁을 할 경우 화학물질 방출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탁을 통해 방출되는 화학물질이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