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속 과불화화합물 암 발생으로 이어진다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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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속에서 들어있는 수준의 과불화화합물(PFAS)이 암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 속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높을수록 소화기, 내분비계, 구강.인두, 호흡계에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미국 인구의 절반을 대상으로 암 발생 통계와 수돗물 속 과불화화합물 농도를 비교한 연구에서 나왔다.

국내에서도 일부 수돗물에서 미국 기준치를 초과하는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연구팀은 최근 '노출 과학 및 환경역학 저널(Journal of Exposure Science & Environmental Epidem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돗물 속 과불화화합물와 암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했다.

과불화 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 중 수소가 불소로 치환된 형태의 물질로서, 과불화화합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4000종 혹은 1만 종이 넘는 다양한 물질을 포함한다. 과불화화합물은 안정한 구조로 인해 열에 강하고 가수분해·광분해·생분해가 잘 안 된다.

이에 따라 과불화 화합물은 분해가 잘 안돼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린다.

PFOA는 전선용 절연체, 소방용 거품보다는 주로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PTFE), 합성섬유(고어텍스) 등으로 사용됐다.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체내 혈장 단백질 등과 결합해 농축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인구 절반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팀은 우선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감시, 역학 및 최종 결과(SEER) 프로그램에서 암 발생률 데이터를 얻었다. 22개 암 등록소를 포함하는 SEER 데이터베이스는 1080개 카운티의 약 1억 5,610만 명(미국 인구의 약 절반)의 인구를 포괄한다.

연구팀은 또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수돗물의 미규제 오염물질 제3차 모니터링 규정 데이터(UCMR3, 2013년~2015년)와 수돗물 미규제 오염물질 제5차 모니터링 (UCMR5, 2023년~2024년 3월) 데이터를 활용했다. 3차 모니터링 데이터는 686개 카운티를, 5차 모니터링 데이터는 663~665개 카운티에서 수집됐다.

3차 과불화화합물 모니터링에서는 퍼플루오로옥탄설폰산(PFOS), 퍼플루오로옥탄산(PFOA), 퍼플루오로노난산(PFNA), 퍼플루오로헥산설폰산(PFHxS), 퍼플루오로헵탄산(PFHpA), 퍼플루오로부탄설폰산(PFBS) 등  6가지를 분석했다.

이들의 '최소 보고 수준(MRL)' 농도는 각각 0.04, 0.02, 0.02, 0.03, 0.01 및 0.09 µg/L (ppb)였으며, 모든 수돗물 시료에서 이들의 검출률은 각각 0.79%, 1.03%, 0.05%, 0.56%, 0.64% 및 0.05%였다.

5차 모니터링에서는 29가지의 과불화화합물을 분석했는데, 이들의 최소보고수준은 2~20ng/L (ppt) 수준이었다.

특히, 2024년 수돗물에서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오염 기준인 '최대 오염 물질 수준(MCL)'이 정해진 과불화화합물에 대해서는 별도로 분석을 진행했다. PFOA와 PFOS의 MCL은 각각 4ng/L이고 PFNA와 PFHxS의 MCL은 각각 10ng/L이다.

3차와 5차 모니터링을 볼 때, 2351개 수계 가운데 대부분의 수계(87%)에서는 6개 과불화화합물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 약 1% 수계에서는 두 차례 모니터링 모두에서 검출됐으며, 12%는 5차 모니터링에서만, 1%는 3차 모니터링에서만 검출됐다.

3차 모니터링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은 PFOA(전체 카운티의 7.4%)와 PFOS(5.5%)였으며, 그 다음으로 PFHpA, PFHxS, PFNA, PFBS 순이었다.  5차 모니터링에서는 PFOA, PFOS, PFNA에 대한 MCL 초과율은 각각 7.7%, 7.7%, 2.1%였다. PFBA, PFPeA, PFHxA, PFBS, PFHpA의 검출은 각각 33%, 29%, 28%, 33%, 12%였다.


PFBS 검출된 곳 구강-인두암 위험 33% 높아

연구팀이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 검출과 암 발병률(2016~2021)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과불화화합물과 관련해 네 가지 유형의 암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가장 큰 효과는 PFBS 검출과 구강 및 인두암 사이에서 관찰되었는데,  암 발생비(IRR)가 1.33[1.04~1.71]로 나타났다. PFBS가 검출된 지역은 검출되지 않은 지역보다 구강 및 인두암 발생 위험이 33% 높다는 의미다.

또, 3차 모니터링에서는 PFNA가, 5차 모니터링에서는 PFHpA가 내분비계 암, 주로 갑상선 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각각 IRR이 1.28, 1.10임]

아울러 5차 모니터링에서 PFBA의 검출과 PFHxS의 기준치(MCL) 초과는 소화계 암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PFBA는 대장암 위험을 20%, 간암 위험을 10% 높였다. PFHxS는 식도암 위험을 37%, 결장과 직장암 위험을 12% 높였고, 담낭 위험을 60% 높였다.

3차 모니터링의 PFOA 검출과 5차 모니터링의 DFBA는 호흡기계 암, 주로 폐암과 관련이 있었다(각각 IRR은 1.08 및 1.03].

성별에 따른 영향에서 남성의 경우 3차와 5차 모니터링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면 과불화화합물의 검출 혹은 MCL 초과 검출이 요로계 암, 뇌 및 기타 신경계 암, 백혈병 및 연조직 암 등과 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PFHpA 검출과 뇌암 위험 증가(IRR: 1.22), PFHxS 및 PFOS 검출과 요로계 암 위험 증가(IRR 1.11, 1.10)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여성의 경우, 과불화화합물의 검출 혹은 MCL 초과 검출이 내분비계 암, 구강 및 인두암, 연조직 암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이 발견됐다. 여성의 경우, PFOA 검출과 구강 및 인두암 위험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있었다(IRR: 1.20).

연구팀은  PFBS, PFNA, PFOA의 검출은 3차 모니터링 데이터를 기준으로 매년 4626건(95% 신뢰수준에서 1377~8046건)의 암 발생 사례에 기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5차 모니터링 데이터를 기준으로 PFBA와 PFHpA의 검출과 PFHxS의 MCL 위반으로 인해 매년 6864건(95% 신뢰수준에서 991~1만2804건)의 암 발생 사례에 기여할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간 6864건 암 발생에 기여할 것으로 추정

연구팀은 "이번 분석은 과불화화합물 노출과 암 전체 연관성을 평가한 최초의 생태학적 연구"라며 "PFOS, PFBS, PFHxS, PFOA, PFNA, PFBA 및 PFHpA 등 과불화화합물로 오염된 식수와 구강-인두.소화기.호흡기.내분비계에서 암 발생률 증가 사이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성별 계층 분석에서 남성의 경우 과불화화합물이 비뇨기계, 뇌 및 기타 신경계, 백혈병 및 연조직의 암과 관련이 있고, 여성의 경우 내분비계, 구강 및 인두, 연조직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며 "미국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집단에서 매년 발생하는 암 가운데 6864건이 과불화화합물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 과불화화합물 오염이 더 심한 지역이 분석에서 제외됐을 수 있다는 점, 과불화합물 오염지역에 살더라도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 오염물질 노출 후 다양한 잠복기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이번 분석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수돗물을 통한 과불화화합물 노출이 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했다"면서 "식수를 통한 과불화화합물 노출로 인한 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수장 수돗물 검출율은 23.6~82.9%

이와 관련 국내 상당수 정수장 수돗물에서도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고 있고, 일부는 미국 MCL을 초과하고 있다. 

2023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전국 140곳 정수장 수돗물을 조사한 결과, PFOA의 검출율이 82.9%에 이르렀고. 최고 측정치는 미국 MCL인 4ng/L보다 높은 10.5ng/L까지 측정됐다. 

PFOS의 경우 검출율은 31.4%이고, 최고 측정치는 미국 MCL인 4ng/L보다 높은 8.9ng/L였다.

또, PFNA와 PFHxS, PFHpA, PFBS의 국내 정수장 검출율은 각각 68.6%, 23.6%, 55.7%, 63.6%에 이른다.

미국 MCL이 10ng/L인  PFNA와 PFHpA의 최대치는 각각 1.9ng/L과 4.3ng/L이었다. 

이에 따라 전국적인 과불화화합물 오염에 대한 정밀 실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과불화화합물 오염원을 찾아 상수원 오염을 차단하고, 정수장에서 오염물질 제거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관련기사:  일부 정수장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미국 기준치 초과


참고문헌: Li, S. et al., 2025. Associations between per-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PFAS) and county-level cancer incidence between 2016 and 2021 and incident cancer burden attributable to PFAS in drinking water in the United States. https://doi.org/10.1038/s41370-024-007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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