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고 마스크 쓰면...콧속으로 유해물질이

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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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화장을 하고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면, 화장품 성분이 입자 형태로 콧속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입자 중에는 일부 미세.나노플라스틱 성분도 포함돼 있고, 화장품 속 유해 화학물질 역시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이 제기돼 화장 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14가지 파우더를 얼굴에 바른 뒤 마스크 착용

중국 시안 교통대학(Xi’an Jiaotong University)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팀은 얼굴 화장품이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체내 흡입되는 문제를 조사한 논문을 지난해 11월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3명의 자원봉사자(남자 4명, 여자 9명)를 대상으로 14가지 안면 파우더 제품을 얼굴에 바른 뒤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의 콧구멍 안에 필터를 장착해 걸러진 화장품 입자 시료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 시료를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하고, 화학성분도 분석했다. 

아울러 파우더를 사용자한 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를 '기준'으로, 화장 없이 마스크만 착용한 경우를 '대조군'으로 해서 실험을 진행했다. 


초미세먼지 경보 수준의 화장품 입자에 노출

실험 결과, 콧속 필터에는 크기가 100nm(나노미터, 1nm=100만분의 1mm)에서 수 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mm)에 이르는 미세 입자가 다량으로 관찰됐다. 1㎛ 보다 작은 입자들이 가장 흔했다. 이들 입자는 화장품 자체에서 관찰되는 입자와 모양이 일치했다.

연구팀은 "파우더를 바른 다음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면 1㎛보다 작은 크기의 미세 입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어 파우더를 바른 상태에서 마스크를 4시간 동안 계속 착용했을 때 흡입되는 입자의 양을 계산했는데, 입자는 54~213μg(마이크로그램, 1μg=100만분의 1g)으로 파우더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시간당 13.5~53.3μg을 흡입하는 셈이다.

그런데 초미세먼지 대기환경 기준치가 ㎥당 15μg인 점, 성인의 경우 휴식 상태에서 공기를 호흡하는 양이 1분에 5L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기준치에 해당하는 공기를 1시간 호흡했을 때 흡입하는 미세먼지는 4.5μg에 해당한다.

결국, 파우더를 바르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환경기준치의 3~12배에 이르는 초미세입자가 든 공기를 마시고 있는 상황과 같다는 의미다.

환경기준치의 12배라면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180㎍/㎥ 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지나 초미세먼지 경보(해당 지역의 대기자동측정소 초미세먼지 시간평균농도가 150㎍/㎥ 이상 2시간 지속할 것이 예상될 때 발령)가 발령되는 수준이다.


플라스틱, 활성 성분....모의 체액 속에서 응집 반응도

연구팀은 흡입되는 입자의 성분을 분석했는데, 구형 입자는 폴리디메틸실록산(PDMS), 폴리(디메틸실록산-코-디페닐실록산)(PDMSDPS),  폴리메틸메타그릴산(PMMA)로 구성되어 있었고, 불규칙한 형태의 입자는 주로 폴리에틸렌(PE), 폴리아미드12(PA12), 활석, 이산화티타늄 등의 재료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수많은 직접적, 간접적 증거로 볼 때 인체에 미세플라스틱이 흡입돼 축적될 경우 인체 건강에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활석을 흡입하면 염증이 생기고 폐 섬유증, 과립종성 결절(과립종증), 활석증을 포함한 폐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화장품 파우더에서 흔히 사용되는 색소이자 자외선 차단제인 나노 크기의 이산화티타늄은 후각 신경 전위, 혈액-뇌 장벽, 태반 장벽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뇌에 축적돼 신경 독성, 세포 독성, 유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콧속 필터에 걸러진 입자 시료 5개를 골라 호흡기 점막액과 소화핵 등 6가지 모의 체액에 넣어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입자의 직경이 줄어들거나 입자들이 응집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실험에서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가로축) 흡입하는 입자의 숫자(세로축)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폐 깊숙한 곳에서의 입자 성분들의 응집이 일어난다는 것은 폐 속에 입자가 축적되는 것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깊은 폐 조직에서 다양한 입자가 응집할 경우 어떤 독성이 나타날지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우더 입자에서 자외선 차단제 용출돼

연구팀은 화장품 속의 첨가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5개 시료를 6개 모의 체액에 각각 4시간과 24시간 배양했다. 이를 통해 19가지 성분이 용출돼 나온 것을 확인했다.

용출된 성분 가운데 방부제는 주로 프로필파라벤(PrP), 아밀파라벤(AmP), 메틸파라벤(MeP) 등 파라벤 유도체가 많았다.  파라벤은 신경인지 발달 장애, 소아 아토피 천식, 생식계 영향, 대사 증후군,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실내 공기나 실내 먼지를 통해 파라벤을 흡입하는 경우와 달리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흡입할 경우 환경기준을 3~4배 초과할 수 있다"면서 "피부와 달리 호흡기관을 통해 흡입된 물질은 생체 이용률이 높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출된 성분 중에는 에틸헥실메톡시신나믹산(EHMC), 에틸헥실디메틸 파라아미노벤조산(PABA), 옥시벤존(벤조페논-3)과 같은 자외선 흡수 차단 제 성분도 많았다.

연구팀은 "이들 자외선 차단 성분이 화장품 입자 물질을 통해 폐로 유입되면 계면활성제의 영향으로 높은 수준의 생체이용률을 나타낸다"면서 "이들  세 가지 유형의 유기 자외선 흡수 차단제는 모두 내분비 교란(환경호르몬)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옥시벤존과 EHMC는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더 심할 수도...파우더 입자 직경과 밀도 고려해야

연구팀은 "화장품 분말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흡입할 경우 장기 노출에 따른 위험이 없지 않지만,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흡입 위험이 상당히 증가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도 사실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을 바르는 동안에 콧속 필터를 부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장품을 바르는 동안 흡입한 입자는 측정되지 않았다는 점, 코 주위에는 화장품을 바라르지 않았다는 점, 필터를 통과하는 아주 미세한 입자는 분석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파우더와 마스크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실제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입자가 작을수록 더 많이 흡입되고, 입자의 밀도에 따라 흡입되는 양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화장품 파우더 제품을 설계하고 독성을 평가할 때 입자의 직경과 밀도가 흡입 노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 이번 분석에서 석면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화장품 내 활석 성분이 석면에 의해 오염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석면에 노출되면 산부인과 종양과 중피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화장품 파우더로 인한 호흡기 및 소화기 노출 위험을 평가할 때 입자상 물질과 용해성 성분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화장품 입자와 체액 사이의 상호작용 및 잠재적인 독성의 상승 효과를 이해하는 것이 화장품의 안전을 보장하고 공중 보건을 보호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참고문헌: Dai, et al., 2024. Mask Wearers at Risk of Inhaling Respirable Hazards from Leave-On Facial Cosmetics.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https://doi.org/10.1021/acs.est.4c07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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